대법원은 양승태의 추억거리로,
모든 비판은 선입견으로 전락했다

[영상] 결국 대법원 앞 성명 발표 강행... 시민들에게 '오만' 이미지를, 법관들에게 메시지를

등록 2019.01.11 11:41수정 2019.01.1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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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양승태, 대법원앞 회견사법농단 피의자로 검찰소환을 앞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소환 직전 서초동 대법원 정문앞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권우성

  

모든 혐의 부인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부당 인사, 재판 거래 없었다" ⓒ 홍성민

 
"전 인생을 법원에서 근무한 사람으로서 수사 과정에서 법원을 한 번 들렀다가 가고 싶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밝힌 '대법원 앞 성명 발표'를 강행한 이유다. 이렇게 대법원은 범죄 피의자가 자신의 추억을 되새기는 공간이 되고 말았다.

양 전 대법원장 자신에겐 대법원이 영예를 떠올리는 곳이었겠지만, 그 모습을 지켜본 이들은 그의 몸에 평생 쌓여왔을 권위의식을 목격했다. 또 '재판거래'의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상처를 들쑤시는 그의 오만을 지켜봐야만 했다. 지난해 6월 자택 근처에서 성명을 낸 뒤 기자들의 질문이 나오자 허리춤에 손을 올리던 것처럼 말이다(관련 기사 : 허리춤에 올린 손, 양승태의 그 '위험'한 태도).

그뿐만이 아니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대법원 앞 성명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현 대법원은 물론 일선 법관들을 향한 압박, 사법농단 연루 판사들에게 메시지 전달, 검찰과 언론 무시 등. 그가 5분 남짓 대법원 앞에 머무는 동안 벌어진 일이었다.
 
"구속" 피켓 스윽 돌아본 양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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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켓 쳐다보는 양승태사법농단 피의자로 검찰소환을 앞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소환 직전 서초동 대법원 정문앞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도착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포토라인에 서기 전 자신을 규탄하는 법원노조 현수막을 쳐다보고 있다. ⓒ 권우성


사법농단 사태의 정점인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수사를 30분 앞둔 11일 오전 9시 대법원 앞에 나타났다. 이틀 전 예고 이후 많은 지적이 쏟아졌지만, 그는 대법원 앞에 서는 걸 강행했다. 검은색 고급승용차에서 내린 그는 최정숙 변호사 등 자신의 변호인단과 경찰의 안내를 받으며 대법원 앞으로 이동했다.

그가 나타났을 때, 대법원 앞은 "양승태를 구속하라"라는 외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아래 법원노조) 노조원들은 "양승태 구속", "적폐법관 OUT" 등이 적힌 피켓을 든 채 목소리를 높였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들을 스윽 한 번 훑어본 뒤 카메라 쪽으로 몸을 돌렸다.

약 5분간의 시간 동안 그의 입에선 선입견 혹은 선입관이란 말이 세 차례나 나왔다.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입을 뗐지만, 결국 사법농단 사태를 비판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모두 선입견으로 취급한 것이다. 

"모쪼록 편견이나 선입견 없는 공정한 시각에서 이 사건이 소명되기를 바를 뿐입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어떤 편견이나 선입관 없는 시선에서 이 사건을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누차 이야기했듯 그런 선입관을 갖지 마시길 바랍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성명에는 사법농단 연루 법관 등 후배 법관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도 담겨 있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저의 부덕의 소치로 인한 것이고 따라서 그 모든 책임은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면서도 "이 자리를 빌려 우리 법관들을 믿어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각자의 직군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법과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하는 (후배 법관들의) 그 말을 믿고 있다"라며 "나중에라도 그 사람들에게 과오가 있다고 밝혀진다면 그 역시 제 책임이고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말을 사건 연루 법관들, 또는 향후 기소될 경우 재판을 맡게될 수도 있는 후배 법관들은 어떤 의미로 해석할까?

박근혜·이명박도 못한 '포토라인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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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주범, 양승태를 구소하라"재판개입, 블랙리스트 작성, 법조비리 은폐, 비자금 조성 등에 개입한 혐의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조사를 받는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앞에서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 회원들이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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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헌정 초유 피의자로 소환재판개입, 블랙리스트 작성, 법조비리 은폐, 비자금 조성 등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소환되고 있다. ⓒ 유성호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 앞에 서 있는 동안 대법원 정문 안쪽에선 법원노조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양승태를 구속하라"는 구호가 끊임없이 쏟아진 가운데 마이크를 잡은 한 노조원이 말했다.

"양승태에게 경고합니다. 여긴 더 이상 당신이 근무하는 대법원이 아닙니다. 당신의 죗값을 심판해야 할 곳입니다. 죗값을 치러야 할 사람이 검찰 수사 당일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사법농단 피해자인)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게, 강제징용 피해자 분들에게,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어린 아이를 두고 스스로 몸을 던진 KTX 노동자에게 잘못을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십쇼. 그리고 그 죗값을 달게 받으십시오.

그것이 재판 거래로 쓰러져간, 마음의 상처를 입은 국민들에게 마지막으로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기자회견을 그만두고 검찰청 포토라인에서 당신의 잘못을 인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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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노조 '양승태 접근금지'사법농단 피의자로 검찰소환을 앞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소환 직전 서초동 대법원 정문앞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하자, 법원노조 조합원들이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출석 시간이 다가와서 부득이하게..."라는 말을 남기고 차에 올랐다. 자리를 떠난 양 전 대법원장은 곧장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을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는 검찰 앞 포토라인과 취재진의 질문을 무시한 채 건물 안으로 직행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강제징용 소송 개입이 삼권분립에 위배되거나 국민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해봤나", "피의자로 왔는데 심경 한 마디 밝혀야 하는 게 아니냐"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어떤 답도 내놓지 않았다. 포토라인도 그냥 지나쳐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이 처음 피의자로 검찰에 출석할 때 포토라인에 서서 입장을 밝혔던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는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가 방대한 만큼 여러 차례에 걸쳐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날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관련 혐의가 다뤄질 것으로 보이며, 이후 소환은 비공개로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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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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