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 징벌 손해배상 부과 후 산재사망 절반 줄어"

민주노총 경남본부 '고 김용군 추모대회' 열어... 19일 수도권 노동자대회

등록 2019.01.11 21:06수정 2019.01.11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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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경남본부는 1월 11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 위험의 외주화 중단! 비정규직, 이제 그만!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경남추모대회’를 열었다. ⓒ 윤성효

"위험의 외주화 중단하고, 비정규직 직접 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정부와 국회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만들어라."

노동자들이 국화를 들고 외쳤다.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1월 11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연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 위험의 외주화 중단, 비정규직 이제 그만, 청년 비정규직 고(故) 김용균 경남추모대회'에서다.

태안화력 청년 비정규직 김용균 노동자가 억울한 죽음을 당한 지 이날로 33일째다. 유가족들은 "더 이상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죽이지 마라"며 해를 넘겨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다.

2018년 말,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었지만 산업현장의 재해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월 4일 경기도 화성의 한 공장에서 자동문을 설치하던 27살의 청년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류조환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대회사에서 "정부와 국회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을 '김용균법'이라 말하고 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며 "원청이 더 많은 이윤을 위해 업무를 외주화하고, 원‧하청이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 비정규직으로 노동자를 고용하고 안전조치는 뒷전인 구조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그는 "김용균 노동자와 같은 죽음이 반복되는 구조적인 원인을 없애야 한다. 바로 위험의 외주화와 민영화를 중단하고, 직접 고용과 인력 충원부터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위험한 업무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계속 내몰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금속법률원 경남사무소 김민옥 노무사는 "일터의 안전은 노동자의 삶이고 생활인데, 노동자들은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었고, 오로지 정치인들의 손에 달려 있었다"며 "산안법 개정의 취지인 노동자의 위험과 생명의 문제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기업의 입장, 경제적 이해관계만 충돌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작년 연말 한 노동자의 죽음으로, 아들의 죽음 앞에서 분노와 절망감을 넘어 국회에 앞장서 갔던 한 어머니의 치열함으로 오래동안 묵혀 있던 산안법을 개정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있지만 이번 개정안에도 그 보호 대상은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그쳤다"며 "원청의 책임을 강화했다고 하지만 그 구체적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지 않아 오히려 다툼의 소지가 많아졌고 여전히 처벌 수준이 낮다"고 했다.

외국은 어떤가. 김 노무사는 "미국에서 현대기아차 협력업체 하청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해 원청인 현대자동차에 30억 벌금을 부과했고, 영국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해 하청 노동자가 3m 작업대에서 추락하자 원청에 37억 50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며 "이런 징벌 손해배상 부과 후 산재사망율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했다.

그는 "물론 여전히 부족하지만 산안법 개정은 진전이다.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개정된 법률이 다른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지 않는지 잘 지켜봐야 한다. 산안법이 일하는 사람 모두를 보호할 수 있도록 싸워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총은 12일 전국 곳곳에서 김용균 노동자를 추모하는 집회를 열고, 오는 19일 수도권 대상 '노동자대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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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경남본부는 1월 11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 위험의 외주화 중단! 비정규직, 이제 그만!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경남추모대회’를 열었다. ⓒ 윤성효

"절대다수 외주화 사회가 돼... 일부의 문제 아냐"

이은주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가진 것이라곤 몸뚱이밖에 없다. 기간의 정함이 없는 정규직 노동자도 아니다. 이름표에는 같은 업체이름이 적혀 있어도 실제는 고용주가 다르다"며 "노동자라면 누구라도 가입할 수 있는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못한다. 대한민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0%대다"고 했다.

이어 "이와 같은 절대다수 노동자의 죽음은 알려지지 않는다. 평등하지 않은 세상에서 평등하지 못한 삶을 살아왔고,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평등하지 못하다. 노동자들은 하청노동자의 삶이 한마디로 '닥치고 일만 해라',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라고 말한다. 인권은 꿈꿀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먹고 살려면 돈 벌러 왔으니 견뎌야한다, 안전을 위해 노동자의 생명을 위해 쓰여져야 할 돈, 인력과 노력이 오직 효율을 위한 노동자 관리와 통제에 쓰여진다. 노동자들은 철저하게 쓰다버리는 소모품이 되어버렸다"고 했다.

이 사무국장은 "위험의 외주화, 일부가 아니라 우리는 절대다수의 외주화 사회가 되었다. 2017년 삼성중공업에서 크레인사고로 사망한 6명 노동자, 재해를 입은 노동자 모두 하청의 하청 비정규노동자였다"고 했다.

이어 "외주화는 위험을 확대하고 증폭시킨다. 이윤을 위한 외주화는 노동자들을 더 죽고 다치고 병들게 만든다. 이윤은 소수 기득권의 몫이 되고 고통은 노동자의 몫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며 "산업안전보건법에 몇 개의 직종에 대한 사내 도급을 금지하는 법안으로 노동자의 죽음을 막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은주 사무국장은 "이 시간 또 어느 컨베이어 벨트 옆에서, 밀폐공간에서, 크레인 밑에서 노동자들은 사투를 벌이고 있다"며 "옆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가, 함께 일했던 동생이 죽어간 기억이 가시기도 전에 그 현장에 다시 서야 하는 노동자들이 있다"고 했다.

이어 "자본의 이윤을 위한 외주화 중단 없이는 현장실습 중에 죽어간 고(故) 김대환님, 고(故) 이민호님,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중에 죽어간 고(故) 김군, 서부발전 컨베이어벨트에 사망한 고(故) 김용균님과 같은 청년 비정규직노동자의 죽음을 막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체 재해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영세사업장 노동자의 죽음을 막지 못한다. 사업주에 대한 강력한 처벌 없이는 위험하고 열악한 작업에 내몰리다 해마다 죽어가는 조선소 노동자들, 매년 600명씩 죽어가는 건설업 노동자의 반복되는 죽음을 막지 못한다"고 했다.

또 그는 "위험에 대한 노동자의 적극적인 작업 중지권과 노동자의 알권리가 온전하게 보장되지 않는 한 삼성전자 백혈병으로 죽어간 고(故) 황유미님과 많은 노동자들, 광주 남영전구 수은중독과 같은 노동자들의 고통을 막지 못한다"고 했다.

이은주 사무국장은 "자신의 생명권에 대한 권리를 온전하게 노동자가 갖고 있지 않는 한 그 어떤 법안도 온전할 수 없다. 이윤보다 생명의 가치가 우선되지 않는 한 나와 나의 친구 나의 가족인 노동자 죽음의 행렬을 결코 막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노동자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노조할 권리가 온전하게 보장되지 않고서는 노동자는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와 사회, 기업, 정부, 국가는 누군가가 베풀어주는 시혜나 복지가 아니다. 인간이 가진 권리이다. 우리가 잊지 않고 나서서 행동해야 하는 이유다"고 강조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마지막에 고 김용균씨의 영정 앞에 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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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경남본부는 1월 11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 위험의 외주화 중단! 비정규직, 이제 그만!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경남추모대회’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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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경남본부는 1월 11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 위험의 외주화 중단! 비정규직, 이제 그만!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경남추모대회’를 열었다. ⓒ 윤성효

#김용균 #태안화력 #민주노총 경남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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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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