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가 뭐 별 건가?

손 잡고 함께 걸어가는 일... 학교 민주주의의 모든 것

등록 2019.01.12 15:01수정 2019.01.1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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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년을 마치며 아이가 남긴 메시지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으로 고민이 깊었지만 끊임없이 노력하여 꾸준한 성적향상을 보인 한 아이가 고등학교 1학년을 마무리하며 담임교사에게 남긴 메시지 ⓒ 김선희


학년을 마치며 한 아이가 주고 간 메시지에 가슴이 쿵쾅거린다.

"우리 선희 선생님은 함께 손을 잡고 반 전체와 걸어가는 선생님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 내가 꼭 하고 싶었던 그 일이 올해에도 교실 안에서 실현되었구나!'


꽤 많은 선생님들이 우리 반 아이들을 싸잡아 문제아 취급하곤 했다.

'말이 너무 많다', '고분고분한 아이가 별로 없다', '심지어 공부 잘 못하는 아이들까지도 뭔 놈의 의견이 그리 많은지'... 등등

담임교사를 할 때 마다 듣는 말이다. 이제는 그다지 귀에 거슬리지도 않는다. 생각할 줄 알고 의욕 있는 사람이 의사표현을 많이 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런 말 들을 때 마다 오히려 우리 아이들이 무척 자랑스럽다.

매년 아이들과의 첫 만남에서 "우리 모두 이 교실의 주인공이 되자!"라고 말한다.

그 일을 실현하기 위해 대단한 사업을 벌이는 건 아니다. 그저 일상 속에서 깨알 같이 아이들의 말을 경청하고 존중할 뿐이다. 아이들 멋대로 하게 내버려 두는 게 아니라, 듣고, 반응하고, 함께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그건 한 번 마음먹는 걸로 가능한 일이므로 엄청난 전문성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냥 아이들을 나와 함께 성장해 나가는 동료들로 인식하면 그만이다.

다만 '동료들이든 아이들이든 저 마다 스스로 괜찮은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존재'라는 믿음을 유지하는 데에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했다. 내겐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좋은교사, 전교조, 실천교육 등의 건강한 교육공동체와의 직간접적인 협력, 독서, 그리고 학생, 학부모, 동료들과의 잦은 개별 상담이 큰 도움이 되었다.

수업 중 학생들 간 의견 충돌로 격앙되어 서로에 대해 맹비난 하던 돌발 행동을 급히 멈추려 큰 목소리를 낸 일이 한 번 있었다. 한 명씩 만나 각각의 심경을 자세히 들어보는 일만 했을 뿐인데도 두 아이는 서로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관계를 회복했다.

그 단 한 번의 일 말고는 1년 내내 교실에서 언성을 높여본 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잘 커갔다. 화내지 않은 게 아니라 화낼 일이 없었다. 다만 가끔 아이들의 생각을 좀 더 길게 들어 봐야할 일들이 있었을 뿐이었다.

아이들도 오랜만에 하는 고등학교 1학년 담임 노릇에 실수가 많았던 나를 너그럽게 이해하고 격려해 주었다. 그때마다 나 또한 진심으로 사과하고 아이들의 격려에 고마움을 표하며 더 나아지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교사들에게 종종 문제아로 여겨지는 한 아이에 대한 행동발달 및 종합의견 내용오지선다 문제로는 열등생이지만 생각의 힘과 실천력은 전교 1등 부럽지않은 한 아이의 행동발달 및 종합의견 내용이다. 아이가 가진 답은 백 가지 천 가지인데, 오로지 획일적인 잣대로만 총체적 능력을 평가하는 사회의 현실이 매우 아쉽다. ⓒ 김선희

학년 말 '학생생활기록부의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을 쓰노라니 한 아이, 한 아이에 대해 느껴지는 존경과 감동에 가슴이 뜨거워지곤 했다.

내 글들을 읽어본 동료들은 '아이 특성에 딱 맞는 말인 거 같은데도 뭔가 미화가 된 거 같다'며 웃었다. 그러나 글에 표현된 내용 그대로 나는 아이들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성인들 보다 훨씬 더 유연하고 회복력이 강하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아이들은 깊이 존경 받아 마땅하다.

봄비 내린 뒤 거친 나무껍질을 뚫고 나온 연두 잎처럼 저 마다의 모양으로 생동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그 잎이 목련 나무에서 나왔든, 도토리나무에서 나왔든, 상수리나무에서 나왔든, 내겐 모두 소중하고 아름답다. 바라볼 때 마다 그저 가슴이 뛴다.

그 생동감이 고 3때까지 유지될 수 있도록 사회와 학교를 향해 교육 정상화를 위한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아이들의 지속적인 꽃받침이 되어 주고 싶다.

내가 꿈꾸는 민주주의 사회가 바로 이런 사회다. 교실에서라도 먼저 실현해 보는 복에 감사하며 새 학기에도 역시 담임교사를 희망해야겠다. 
덧붙이는 글 본 기사는 필자의 페이스북 포스팅 글을 일부 수정한 내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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