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설유치원이라고 다 좋은 건 아니더라

방과후 과정, 정원, 통합과정 여부 등에 따라 제각각... 육아의 고달픔은 여전하다

등록 2019.01.14 21:18수정 2019.01.14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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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업을 하는 신랑일을 조금씩 돕고있어 우리는 맞벌이가정에 속한다. 신랑은 출장이 많은 일이다. 3살 무렵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설을 알아보고 계획할 때 아이를 7살까지 보낼 수 있는 어린이집에 보내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내가 결혼 전에 하던 일을 계속 이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다음 세 가지 근무조건에 맞춰 아이를 맡기기에 적당한 집 근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찾기 힘들었다. 

첫째,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아이를 맡아주고, 한 달에 한두 번은 밤11시까지 봐줄 수 있어야 했다.

둘째, 오전 8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아이를 맡아주고, 주말에도 같은 시간에 맡길 수 있어야 했다.

셋째, 근무시간은 짧지만 수업을 준비해야하는 시간이 필요했기에 오전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맡길 수 있어야 했고, 한 달에 한두 번은 주말과 평일 오후 10시까지 봐줄 수 있어야 했다.

친정부모님이 같은 도시에 살고 계셨지만 상황은 여의치않았다. 아버지는 퇴직 후 집에 있기 적적해 매주 산에 오르고, 퇴직하신 분들과 점심모임을 하고, 복지센터에서 수업을 들었다. 막상 내가 부탁하는 시간에는 일정이 있어 시간을 내기 어려웠다. 어머니는 먼저 태어난 조카를 전담해 맡아주고 계셨다. 맞벌이하는 여동생은 출퇴근시간이 들쭉날쭉해 어머니의 도움이 없다면 근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다행히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은 오전 9시 전후로 아이를 맡기고 오후 6시까지는 돌봐줄 수 있다고 했다. 특별활동 등을 하며 4세 부모가 부담하는 비용은 월 15만 2천 원이었다. 또 4세부터 7세까지 맡길 수 있는 민간어린이집이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할 수 있는 일도 찾았다. 내 사정을 알기에 주말근무에서 제외시켜주고 근무시간도 축소시켜 주었다. 하지만 갑작스런 어린이집 폐원 소식에 근무가 어려워졌다.

유치원은 일반적으로 5세부터 7세가 다니는 곳이다. 매년 11월부터 원아모집이 이루어져 11월말이면 다음해에 어디로 갈지 정해지게 된다. 10월에 어린이집 재원의사를 묻는 안내장에 우리 아이는 내년에도 재원할 예정이라고 동그라미쳐서 보내기까지 했다.

하지만 어린이집 폐원통보는 12월에 받았다. 이제 5세가 된 우리 아이는 갈 곳이 없어졌다. 이렇게 학부모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두 달 뒤 어린이집 문을 닫아도 되는지 궁금해 육아지원센터에 문의해보니 그 답이 더욱 당황스러웠다. 폐원하기 두 달 전에만 통보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세상에, 믿을 수가 없었다.

그 뒤로 국공립어린이집과 국공립유치원인 단설유치원과 병설유치원을 찾기 시작했다. 이런 일이 있기 전에 사립유치원이나 민간어린이집은 원장이 마음만 먹으면 일방적으로 폐원할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 폐원하기 전 가장 어린 나이의 아이가 졸업할 때까지는 다닐 수 있도록 보장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7세까지 다닐 수 있는 어린이집에 4세 어린이를 보낸다면 4세 어린이가 7세가 되는 3년간은 폐원할 수 없도록 법으로 조치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폐원할 예정이라면 "4세에 입학하지만 1년만 다니고 다음 해에는 다른 곳을 알아보야아 합니다."라고 미리 안내를 했어야만 했다. 그래야 맞벌이 부모들은 다른 대책을 세울 것이 아닌가.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은 넓은 운동장을 함께 쓴다.수요일이면 일찍 끝나는 초등학생들과 운동장에서 마주칠 수 있다. ⓒ 배서연

 
아무튼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나는 일하고 싶었고 아이도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어린이집에 적응해있는 상태였다. 주위에 있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연락을 해보고 방문해보았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곳(시립어린이집과 단설유치원, 엄마들 사이에 입소문난 유치원)은 정원이 채워졌고, 자리가 있는 곳(민간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은 시설이나 관리면에서 내 눈에 차지 않았다. 그러다가 사립이 아닌 국공립으로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수소문해서 아이를 보냈는데 또다른 이유로 폐원하게 된다면 나는 또다시 아이를 보낼 곳을 알아보거나, 내 일을 그만두어야하는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병설유치원을 알게되었다. 초등학교에서 관리하는 국공립유치원 중에 하나였다. '그래, 초등학교가 갑자기 없어지는 일은 아이들이 있는 이상 없을 테니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 경력과 상관없는 일을 이어가기보다 내 일을 찾고 싶었고, 아이도 친구를 부쩍 찾는 시기라서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곳을 찾아주면 되겠다 싶었다. 나는 업무상 운전을 하던 일이라 내 차로 아이를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집 주위의 초등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병설유치원을 검색하고 전화해보았다. 병설유치원은 오전 8시 40분~9시부터 오후 1시~2시까지 운영하고 맞벌이 가정을 위해 방과후 과정은 오후 4~6시까지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모든 초등학교에 병설유치원이 있지는 않았다. 우리 아이가 배정될 초등학교는 아예 병설유치원이 없었다. 아이가 차에 타고 20분 이상 이동하면 지루해했기에, 되도록 차로 10분 이내 거리의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을 검색해보았다. 6군데 정도로 좁혀졌다. 그중에 4군데는 아파트 단지에 있는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이었는데 모두 정원이 차서 대기로 등록해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대단위 아파트단지에 있는 병설유치원은 인기가 있다는 말을 실감했다.

나머지 2군데는 주택가에 위치한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이었다. 전화해보니 자리가 있다고 한다. 바로 방문해보았다. 주택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의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이었다. 시설은 20년은 족히 넘어보였다. 다음 방학때 화장실 등 시설보수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이들 장난감이나 집기도 너무 오래되어 낡아보였다.

다음으로 자리가 있다는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은 원래 6~7세만 모집하는 곳인데 주변이 재개발예정지로 이사간 세대가 많아 인원모집이 완료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5세도 합반해서 원하면 받아준다고 한다. 그나마 몇 년 전 화장실 보수공사를 해서 처음 가본 곳보다 시설이 조금 나았다.

방과후 과정을 접수하려고 하니 접수인원이 차서 대기로 올려주겠다고 했다. 사실 방과후 과정은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아이를 돌봐주는데 맞벌이만 신청가능하다. 그런데 맞벌이 신청자가 많지 않아 방과후 과정을 운영할 수 없게되자 맞벌이 가정이 아닌 전업맘이어도 신청하면 모두 접수해주었다고 한다. 전업맘에게도 1시 하원은 무리인 것이다.

방과후 과정에 자리가 나면 전화를 드릴 테니 그때 와서 원서를 쓰라고 한다. 하지만 3월이 되어도 방과후 자리는 나지 않았고, 아이는 매일 1시에 데리러 가야했다. 나는 양해를 구하고 내 일을 잠시 쉬었다.

아이는 엄마와 있을 때 제일 행복하다며 담임선생님은 방과후 과정에 남아있는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1시에 하원하는 아이는 친구들과 놀고 싶다며 매일 오늘은 누구를 만나러 갈 거냐고 물었다. 문화센터 수업을 듣고 아이 친구집에 놀러가기도 했지만 1시에 하원하는 아이와 놀아주다보니 어느새 나도 아이를 방치하는 건 아닌가 싶었다. 

방과후 과정에 자리가 없어 오전수업만 하는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의 원비는 한 푼도 내지 않았지만 1시 하원 후에 주 2~3회 문화센터, 친구집에 놀러가 사먹는 간식비, 아이와 방문한 입장료 등을 계산해보면 사립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보내는 비용에 버금가는 지출이 있었다. 게다가 나는 일하지 못하고 아이를 돌보다 지쳐갔다. 아이와 함께할 학습계획표 같은 것들은 세워놓기만하고 체력적으로도 지쳐 먹이고 재우느라 하루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사립유치원의 원비는 대략 월 20만 원에서 40만 원 사이였고, 어린이집은 월 10만원에서 20만 원 사이였다. 비용으로만 따지자면 어린이집이 우세하다. 그런데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은 국가지원을 받아 원비가 없다. 방과후 과정을 하게 되면 매월 특별활동비와 간식비 정도가 나가는데 그 비용이 5만 원을 넘지 않았다.

그런데 방학이 문제였다.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은 초등학교와 비슷한 학사일정을 따르기에 방학이 길다. 하지만 맞벌이일 때는 '행복한 울타리'라는 프로그램이 있어 방학 때도 받아준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많지 않아 지역의 유치원과 묶어서 진행한다고 한다.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이 아니라 방학 때는 다른 유치원으로 배정될 수 있다고 했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면 아이들 인원이 줄어 행복한 울타리를 하더라도 개인부담이 월 30만 원가량으로 올라간다. 하지만 맞벌이라면 그 비용을 부담하고서라도 아이를 맡길 수만 있다면 받아들일 수 있는 금액이다. 아이들이 모두 방학 때도 참여한다면 비용은 내려가지 않을까. 여성들의 사회참여를 늘리고 싶다면 유치원방학은 없어야 한다. 회사에서 여성들은 아이들 유치원방학이니 몇 달씩 쉬라고 휴가를 주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유치원이 방학하면 사교육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 아이를 길게 봐주는 태권도나 피아노학원을 찾아 맞벌이 부모는 동분서주하게 된다. 심지어 방학 때 병설/단설유치원에서 운영하는 '행복한 울타리'도 한 달에 10일씩 방학을 한다. 방학없이 꾸준히 진행되었으면 한다. 방학이 없으면 아이들이 힘들어한다는 건 36개월 이전 아이들에게나 해당하는 듯하다. 아이는 주말에도 친구들이 보고싶다며 유치원에 언제 가느냐고 묻기 때문이다.

방과후 과정이 없는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은 대략 오전 9시경 등원해 오후 1시~2시경 하원한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집안일을 하고 점심먹고 나면 데리러 가야하고 오후에는 아이가 놀아달라는 대로 놀아주어야 한다. 전업맘이라면 이런 일상이 매일같이 되풀이된다. 계속하고 싶지 않았다. 내 시간이 없고 나는 아이 뒤치다꺼리만 하다가 인생이 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 달이 지나자 아이도 이런 일상을 지루해했다. 이제 유치원은 '아이가 또래 친구들을 만나서 안전하게 놀수만 있어도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는 통학구역이 있어서 집근처로만 다닐 수 있지만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은 그렇지 않았다. 부모가 데려다줄 수만 있다면 어디든 보낼 수 있다. 그 뒤로 방과후과정에 자리가 있는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을 알게 되었고 아이는 다시 유치원을 옮겼다. 내 걱정과 달리 다행히 아이는 새로운 유치원에 잘 적응했다. 언니오빠들과 합반이 아니라 또래아이들이 한반에 있는 유치원이라서인듯해 보였다. 큰 이변이 없다면 7세까지 다닐 수 있고, 나는 다시 일을 알아볼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 과제는 남아있다. 병설유치원이 봐줄 수 있는 시간은 오후 5시 30분까지이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일을 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2018년도에는 사립유치원 비리 논란이 일며 몇몇 유치원이 폐원하기도 했다. 그런 소식을 접하다보니 어린이집 폐원으로 발을 동동 굴리던 내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내 아이는 수소문 끝에 유치원에 들어갔고, 나는 한시름 놓았다. 아이 유치원문제로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지만, 이 문제로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도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난 지인이 떠올랐다. 나보다 먼저 결혼을 했는데, 결혼 전부터 아이 없이 사는 딩크족으로 살 거라고 말했고 지금도 그 가정은 아이가 없다. 지금 내상황에서 그들의 결정은 선견지명이 아닐 수 없다. 나도 결혼해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있지만 그 아이로 인해 나는 내가 원하는 조건의 직장생활을 할 수 없고, 경제사정도 딱히 나쁘다 말할 수 없지만 아이로 인한 지출이 늘어나 더 이상 결혼전처럼 나에게 투자할 수 없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지만 이건 생각보다 더하다.

출산율이 해마다 떨어지는 이유는 여기에서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2002년부터 출산율이 1.3명 미만이 되면서, 초저출산 국가로 진입했다고 한다. 내가 회사에 다녔던 2011년까지도 나는 아이를 키우는 일이 이렇게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고된 일인 줄 미처 몰랐다. 내 옆자리 직원이 임신했을 때도, 내 옆 사무실 직원이 출산휴가를 끝내고 같이 근무할 때도 그들이 이렇게 바쁘게 사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가 결혼하기 전이었기에 그들은 행복한 가정을 갖고 아이까지 있으니 세상에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인 줄로만 알았다.

육아는 본인이 직접 겪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힘들게 아이를 임신했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낳아 길러보니 아이는 그냥 자라는 게 아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손가지 않는 일이 없다. 오늘도 아침에 늦잠 자고 싶다는 아이를 깨워 씻기고 입히고 먹이고 달래 유치원에 보내고, 나 역시 준비해 출근한다. 분주한 아침을 보내고 출근하니 회사일이 또 시작이다. 하루하루 허덕이며 시간이 지나간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이런 생활이 이어질 거라고 한다. 나 역시 임신했을 때만 해도 아이와 함께 하는 생활이 이런 줄은 꿈에도 몰랐다.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을 검색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학교현황을 살펴보면 일부 초등학교 1학년은 64명~313명 정원인데 병설유치원의 7세 정원은 하나같이 26명이었다. 유치원 7세 어린이가 다음해에 초등학교 1학년이 된다. 그렇다면 해당지역 초등학교 1학년 정원만큼의 병설유치원 정원이 늘어나야 부모들의 유치원전쟁은 끝나지 않을까. 영어유치원이나 가치관이 확고한 사립유치원이 아니더라도 부모가 원한다면 당장이라도 보낼 수 있는 유치원 하나쯤은 내가 사는 곳 근처에 있어야 부모가 일을 계속 할 수 있지 않을까.

일단 유치원 정원을 늘리고 아이들을 돌봐주는 시간을 늘려야 여성들도 마음놓고 일할 환경이 갖춰지지 않을까. 유치원교사의 인원도 늘리고 방과후교사의 근무시간도 늘려야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활발히 늘어나고, 남편들도 전업맘의 바가지나 워킹맘의 하소연없이 직장생활을 편히 할 수 있지 않을까.

초등학교 사무실에는 선생님 말고도 사무보는 직원이 있지만, 병설유치원 사무실에는 담임선생님밖에 없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유치원에도 사무보는 직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 질문의 답은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오늘도 안에서 밖에서 고군분투하는 워킹맘은 물론, 집에서 티나지않는 육아와 가사를 전담하는 전업맘 둘다 만족시킬 해결책은 어디서 나올까. 혼자서는 풀 수 없는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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