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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그래미, 이번엔 '백인 잔치'란 오명 벗을까?

[비바 라 비다] 흑인음악, 여성 뮤지션 비중 늘어나... 수상 결과에 주목

19.01.14 14:45최종업데이트19.01.1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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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1회 그래미 어워드 ⓒ Recording Academy

  
오는 2019년 2월 10일,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제 61회 그래미 어워드가 열린다. 그래미 어워드는 '전미 레코딩 예술과학 아카데미(NARAS:National Academy of Recording Arts and Science)'가 주최하는 대중 음악 시상식으로서, 명실상부 대중음악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그래미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으로 변해왔다. 그래미가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 하고 있다는 비판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흑인 뮤지션, 그 중에서도 힙합 뮤지션이나 정치성이 강한 뮤지션을 홀대하고 있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뮤지션 솔란지(Solange)는 '지난 20년간 단 두 명의 흑인 뮤지션만이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NARAS의 선택은 대중음악팬들의 예상을 비껴가는 경우가 많았다. 21세기의 명반으로 극찬받았던 켄드릭 라마는 매번 본상 수상에 실패했다. 비욘세(Beyonce)의 < Lemonade > 역시 아델(Adele)의 < 25 >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었기 때문일까.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와 드레이크(Drake), 프랭크 오션(Frank Ocean) 등 많은 젊은 뮤지션들이 그래미 어워드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래미가 젊은 음악의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 하고 있다는 것, 즉 '보수성'이 주된 명분이었다. 여러 논란이 겹치면서, 60회 그래미 어워드의 시청률 역시 전년 대비 21% 하락했다.

변화만이 살길이다

위기감을 느낀 그래미 어워드는 큰 변화를 단행했다. 900명의 선정 위원을 새로이 추가했는데, 이들은 여성이거나 유색인종, 혹은 39세 이하다. 지금까지 그래미가 백인 남성의 기호를 주로 반영해 왔다면, 이번에는 선정 위원의 변화를 통해 다양성을 증진시키겠다는 의도다.

그래미 어워드의 본상(General Field)은 총 네 개다. 최우수 신인 아티스트,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올해의 레코드로 이뤄져 있는데, 이 부문의 후보는 기존의 다섯 개에서 여덟 개로 늘었다. 후보작을 늘리는 것 역시, 보다 다양한 뮤지션들을 후보에 올리겠다는 의도다.
 

카디 비(Cardi B)는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최우수 랩 앨범 등 총 다섯 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 워너뮤직코리아


컨트리, 록, 알앤비,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본상 후보에 오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 어느때보다 흑인음악과 여성 뮤지션의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다섯개 부문 후보에 오른 랩스타 카디 비(Cardi B),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H.E.R(개비 윌슨), 흑인 여성, 그리고 범성애자로서의 정체성을 담아낸 자넬 모네(Janell Monae)의 < Dirtcy Computer >, 그리고 켄드릭 라마가 지휘한 영화 < 블랙 팬서 >의 사운드 트랙 역시 주요 부문 수상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This Is America' 신드롬을 일으키며 미국 사회에 경종을 울린 차일디쉬 감비노(Childish Gambino)와 백인 래퍼 포스트 말론(Post Malone) 역시 유력한 수상 후보다. 한편 테일러 스위프트는 단 1개의 부문(최우수 팝 보컬 앨범) 후보에만 올랐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지금까지 올해의 앨범상을 두 차례나 수상하는 등, '그래미의 여왕'으로 불렸던 것을 감안하면 충격적인 결과다. 이 이변은 그래미가 '화이트 그래미'라는 오명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의식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국내 음악팬들이 매년 그래미 어워드를 챙겨보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장면 때문이다. 전설의 뮤지션들과 오늘의 뮤지션들이 함께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뮤지션들은 세상의 이슈에 대해 말하는 데에 적극적이며, 세상의 변화를 빠르게 보여주는 무대이기도 했다.

미투 운동으로 뜨겁던 2018년 그래미 어워드에는 많은 여성 뮤지션들은 꽃을 꽂고 나왔다. 퍼렐 윌리엄스는 흑인에게 집중된 총기 사건을, 로직은 세상에 존재하는 차별을 비판했다. 공연에서 정치적 의제를 배제하지 않았으나, 정치적 메시지가 뚜렷한 앨범에 상을 주는 데에는 주저했던 그래미. 이제 수상 결과에서도 시대의 변화를 목격할 수 있을까.
그래미 어워드 그래미 차일디쉬 감비노 자넬 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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