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보안법'에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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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연(zahdi)등록 2019.01.15 17:10
지난 ​보수 정부 시절, 북한을 풍자하는 트위터 게시물을 올린 이가, '북한을 찬양한다'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되는 등 웃지 못할 일들이 많았다. '막스 베버'를 불온서적으로 만들었던 국방부의 코미디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일을 비판해왔던 인사들이 또 다른 '국가보안법'스러운 일을 벌이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추진하는 일을 말하는 것이다. 실효성도 없는 게임셧다운제 지속은 물론 모바일로 확대를 논의한다거나, 자체적으로 게임 및 개인방송등에 대한 모니터링 사업을 진행한다는 문제적 계획까지 밝혔다. 지속적인 감시와 모니터링으로 아동과 청소년에게 "성차별 요소가 없다"고 판단되는 콘텐츠를 선별하여 제공하겠다는 취지라고 한다.

하지만, 최근 여가부의 토론회를 통해 밝힌 모니터링 기준으로 본다면, 이번 여가부의 사업은 국가가 시민들의 문화와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고 감시하는 '문화보안법'과 같다.

토론회를 통해 밝힌 인터넷 게임방송 등에 대한 모니터링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성별 고정관념 주장.
2.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
3. (여성의) 비하/모욕.
4. 페미니즘, 성평등 정책에 대한 적대감과 비난.
이러한 유형에 포함되지 않지만 이미 성평등이 이루어졌고 남성이 역차별을 겪고 있다고 주장하거나 미투 운동을 비난하는 등 성평등정책을 무효화시키고자 하는 시도를 5. 기타에 포함.


다른 여러 기준 중에서도 4번 조항과 5번 조항은 매우 심각한 독소 조항이다. 자신들의 의견과 다른 것에 대해서 성차별적이라 낙인 찍고 규제와 감시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이들을, 국가 권력을 이용해 검열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민주사회의 기본가치를 침식하는 매우 위험한 사고방식이다. 

우리사회는 국가보안법을 통해, 이러한 사고방식이 위험한지 알고 있다. 그것을 통해 얼마나 많은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가 침식되었는지, 민주주의가 훼손되었는지 알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웃지 못할 이야기의 '다른 버전'이 지금 여가부의 모니터링 사업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여성가족부 산하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서울YWCA와 함께 웹툰 모니터링 사업을 추진했다. 인기 있는 몇 웹툰에 성차별적 요소들이 많으니, 이에 관해 방송통신심의위에 심의를 강화해달라는 요청하는 일이 있었다.

그 와중에 '기안84'의 '복학왕' 같은 웹툰을 성차별적 컨텐츠라 낙인찍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국가가 할 일은 이렇게 나서서 문화 검열정책을 시행하는게 아니다. 오히려 보다 더 많은 시민들의 자유를 위해, 게임셧다운제를 폐지하고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것이다.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는 만화가협회의 심의를 거친 웹툰에 대해 청소년유해매체로 지정해서 청소년의 접근을 차단할 불이익을 줄 권한을 갖고 있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만화가협회에 특정 심의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작가들에게 불이익을 가하겠다는 것으로 받아질여질 것이다.

 인터넷 방송 또한 젠더문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의 '금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판단과 토론이 필요한 것이다. 어떤 콘텐츠에 대해서"성차별적이다, 아니다"라는 시민들의 다양한 평가가 가능하지만, 이를 전시하지 못하게 하거나, 불건전 콘텐츠라 낙인을 찍는 일은 심각하게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일이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일이다.

늘 청년들은 미디어나 콘텐츠에 대한 검열에 민감했기에, 이러한 여가부의 지난 몇십년간 이어져온 이런 조치에 반발했다. 국가가 나서서 이와 같이 헌법 2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고 검열하려 든다면, 청년정치가로서 이러한 검열의 조치에 적극적으로 반대할 수밖에 없다. 우리 세대의 주장은 성차별 해소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나 콘텐츠에 대해 시민들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문화보안법'으로 전락할 뿐인 여가부의 모니터링 사업은 철회되어야 한다. 또한 모바일까지 확대될지도 모르는 게임셧다운제도 폐지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은 '문화보안법'식 발상으로 시민들의 자유를 더 제약하려 노력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 법전에 "독재정권의 유물"로 남아있는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나은 민주주의 사회를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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