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서 보고 또 보고, 박근혜보다 '꼼꼼한' 양승태

이례적으로 조사보다 조서열람 시간이 더 길어... 치밀한 재판 대응 예고

등록 2019.01.15 12:13수정 2019.01.15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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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양승태, 대법원앞 회견 사법농단 피의자로 검찰소환을 앞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소환 직전 서초동 대법원 정문앞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사법농단 사태의 정점에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이례적으로 검찰이 작성한 조서를 열람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향후 재판에 치밀히 대응하려는 모습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첫 소환조사 당시 11시간 10분 동안(오전 9시 30분~오후 8시 40분) 조사를 받았던 양 전 대법원장은 자정 직전까지 약 3시간 동안 조서를 검토한 후 일단 귀가했다. 이어 양 전 대법원장은 토요일인 다음 날(12일) 다시 검찰에 자진출석해 약 10시간 동안 재차 조서를 열람했다. 이틀에 걸친 조서 열람 시간만 13시간에 달했다.

14일 두 번째 소환조사를 받은 양 전 대법원장은 이번엔 11시간 30분 동안(오전 9시 30분~오후 9시) 조사만 받고 귀가했다. 조서 열람은 아예 날을 따로 잡아 진행하기로 한 건데, 이 역시 조서 열람에 긴 시간을 할애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로 양 전 대법원장은 15일 오전 9시 20분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 조사 후 작성된 조서의 경우 피의자나 변호인이 밖으로 가지고 나갈 수 없다. 때문에 검찰 조사 직후 조서 열람까지 마무리한 뒤 귀가하는 게 일반적이다. 조사만 10시간 이상 진행되는 큰 사건이라도 양 전 대법원장 사례처럼 조서 열람 시간(13시간)이 조사 시간(11시간 10분)을 초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 이튿날 다시 검찰에 나와 재차 조서를 열람하는 경우도 매우 드물다.

대체로 이 정도 사건이면 조서를 열람하는 데 4~5시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예상한다. 일반 사건의 경우 조서 열람 시간을 2시간 정도로 본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약 14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조서 열람에 7시간 30분을 사용했는데 당시에도 "꼼꼼한 성격", "그렇게 국정에 전념했다면" 등의 설왕설래가 많았다.

양 전 대법원장의 이례적인 모습은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그가 치밀하게 향후 계획을 짜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 및 재판에 대비해 자신에게 불리할 만한 내용을 조서에서 배제하고, 검찰이 제시한 증거나 공범 등 증인들의 진술을 복기해 대응 전략을 수립하려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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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가 내 자리(?) 사법농단 피의자로 검찰소환을 앞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소환 직전 서초동 대법원 정문앞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자신이 설 포토라인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 ⓒ 권우성

 
15일 세 번째 소환조사를 받고 있는 양 전 대법원장은 앞서 두 차례 소환에서 다루지 못한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고, 이날은 물론 전날 진행된 조사의 조서까지 모두 열람한 뒤 귀가할 예정이다.

앞서 두 차례 조사에서 ▲ 일제 강제징용 소송 개입 ▲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 ▲ 헌법재판소 내부기밀 유출 ▲ 옛 통합진보당 재판 개입 ▲ 법조비리 은폐 등의 혐의를 추궁한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공보관실 운영비 비자금 조성과 관련된 혐의를 조사할 예정이다.


수사팀은 이날까지 양 전 대법원장 조사를 마무리하고 이번 주 안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양승태 #사법농단 #대법원장 #검찰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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