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메달 포기하더라도 온정주의 철폐"

대한체육회, 체육계 성폭력 쇄신안 발표... 시민단체 “이기흥 회장부터 물러나야”

등록 2019.01.15 12:22수정 2019.01.15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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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이기흥 “자정기능 다하지 못해 사과 드린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이사회에서 체육계 폭력·성폭력 사태에 대한 쇄신안을 발표한 뒤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 유성호

 
"메달을 포기하는 일이 있어도 (성폭력 가해자에게 관대한) 온정주의 문화를 철폐하겠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잠실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이사회에서 성폭력 피해 선수들과 국민 앞에 사과하고 체육계 쇄신안을 발표했다.

이 회장은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 속에서도 용기를 낸 피해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그 용기에 위로 말씀드린다"면서 "그동안 내부 관계자들이 징계 상벌에 관여함으로써 자행된 관행과 병폐에 대해 자정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이 회장은 "조직적 은폐나 방조 시에 연맹을 즉시 퇴출시키고 지도자가 선수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며 이를 무기로 부당한 행위를 자행하는 것을 뿌리 뽑겠다"면서 "빙상연맹에 대한 광범위하고 철저한 심층 조사를 실시해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관리감독 최고 책임자로서 시스템 완벽하게 구축하고 정상화하는 데 마지막이란 각오로 철저히 쇄신하겠다"고 밝혔다.

"성폭력 가해자 영구 제명하고 국내외 취업 차단"
 
 
이 회장은 이날 "메달을 포기하더라도 온정주의 문화를 철폐하겠다"면서 구체적 실행방안을 직접 발표했다.

대한체육회는 우선 성폭력 가해자를 영구 제명하고 국내외 체육 단체와 연계해 국내외 취업을 완전히 차단하기로 했다. 전수조사 결과에 따라 사법처리 대상은 검찰 고발을 의무화하고 은폐 등 조직적 차원의 비리를 저지른 체육단체는 대한체육회 회원 자격을 박탈하고 단체 임원까지 책임을 추궁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홈페이지나 보도자료를 통해 징계내역 공시를 의무화하고 징계 정보 공유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위해 국가대표 선수촌 내 선수관리 시스템도 개선하기로 했다. 우선 여성 부촌장과 여성 훈련 관리관을 채용하고 숙소와 일상생활 관리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선수촌 안에 인권상담센터를 설치하고 인권관리관과 인권상담사를 상주 배치하는 한편, 인권관리관에게 성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후견자 임무 부여하기로 했다.


또 대한체육회 내에도 선수 출신 선배로 구성된 상시적인 고충상담소를 설치하고 선수촌 주요 사각지대에 CCTV를 보강하는 한편, 남녀 라커룸 관리를 강화하고 비상벨도 설치하기로 했다.

대한체육회는 지도자 전횡을 막기 위해 지도자 풀(Pool) 제도와 복수 지도자 운영체계를 구축하고 학교와 실업 운동부 환경에도 국가대표 선수관리 기준을 준용하기로 했다.

또한 성폭력 조사와 교육을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한편 성폭력 관련 사안 처리도 외부 전문기관이나 시민사회단체,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등에 의뢰하기로 했다. 대한체육회 내 각종 위원회와 선수위원회, 여성위원회 등에 인권전문가를 반드시 참여하게 하고, 성폭력 상담 전문기관 등과 양해각서를 체결해 가칭 '전문가협의회' 구성해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선수, 지도자, 학부모 대상으로 연2회 이상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시민사회단체와 협력" 약속에도 "이 회장부터 사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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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폭력 근절대책 발표한 이기흥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이사회에서 체육계 폭력·성폭력 사태에 대한 쇄신안을 발표한 뒤 제자리로 향하고 있다. ⓒ 유성호

   마지막으로 이 회장은 "정부와 협의해 현재 성적지상주의와 엘리트 체육 위주의 육성 방식을 전면 재검토해 개선안 마련하고 합숙 위주의 훈련, 도제식 훈련 방식의 근원적 쇄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실행 방안은 정부와 시민사회단체와 긴밀히 협의해 즉시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체육시민단체들은 이 회장과 대한체육회 임원들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체육시민연대, 문화연대, 스포츠문화연구소 등 체육시민단체 대표 10여 명은 이날 오전 이사회가 열리는 올림픽파크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의장 앞에서는 이 회장 사퇴 등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관련기사: "체육계 성폭력 방관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사퇴해야"

이들 단체는 "체육계에서 반복돼 온 성폭력 사건을 방관, 방조한 직접적인 책임이 대한체육회에 있다"면서 "대한체육회와 이기흥 회장에게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묻는 것은 체육계의 만연한 성폭력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시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기흥 회장은 이날 회의장 입구에서 침묵시위 중인 시민단체 회원들을 피해 다른 통로로 회의장에 들어갔다. 애초 이 회장은 쇄신안 발표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 갑자기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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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시민단체 “성폭력 방관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사퇴하라” 문화연대와 스포츠문화연구소, 체육시민연대 소속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릴 대한체육회 이사회장 앞에서 체육계 성폭력 사태를 방관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대한체육회 #이기흥 #체육계 미투 #성폭력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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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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