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용균 어머니 "돈 없는 사람은 짐승보다 못한 존재"

정부와 사회, 기업 향해 쓴소리... "끝까지 싸워 바른 나라 만들고 싶다"

등록 2019.01.15 13:31수정 2019.01.15 14:06
2
원고료로 응원
 
a

15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신년하례회가 열렸다.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가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무슨 말인지 새겨듣지 못했습니다. 돈 있는 기업은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무죄 처리가 되고, 돈 없는 서민은 잘못하면 큰 처벌을 받는다는 것을 이제야 비로소 절실하게 알게 됐습니다. 이게 무슨 민주주의 나라입니까."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고 김용균(25)씨의 어머니 김미숙씨 말이다. 15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의 신년하례회에 참석한 김씨는 주최측이 마련한 '연대의 시간'을 통해 정부와 사회, 기업을 향해 쓴소리했다.

이날 김씨는 "(아들의 죽음에 대해) 나의 잘못이 컸다고 생각했다. 이런 나라를 믿고 아이를 낳아서 키우고, 안전 장치도 없는 사회에 내보내서 생긴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나라에서 아이를 낳아서 뭐 합니까"라며 "서민들은 아이들을 키워서 돈 있는 사람들 노예처럼 뒤치다꺼리하다가 언제 죽을지도 모른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이 나라에선 아이를 낳지 않았어야 한다. 저는 이런 나라를 원망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 사회는) 돈 있는 사람만 사람으로 살 수 있고, 돈 없는 사람은 짐승보다 못한 존재로 전락했다. 이것이 지금 제가 살고 있는 나라에서 자행되는 현실이라는 게 정말 끔찍하고 창피하고 부끄럽다"라며 "우리나라는 산업재해 사망률이 세계에서 1위이며, 빈부 차이도 역시 마찬가지다"라고 비판했다.

기업을 향해서도 날선 말을 쏟아냈다. 김씨는 "기업은 서민들을 노예처럼 부려먹고 있다"라며 "지금도 어느 가정에선 엄마와 아빠, 아들, 딸인 소중한 생명이 매일 6~7명 사라지고 있다"라고 했다.

 
a

15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신년하례회가 열렸다. ⓒ 권우성

 
아들을 향한 그리움도 드러냈다. 김씨는 "아들을 잃은 지, 제 곁을 떠난 지 (오늘로)35일이 되었다"라며 "아들 이름을 부르면 금방 대답할 것만 같아서 전화도 해보고 카톡도 해보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미칠 것만 같다"라고 했다.

또, "빈소의 사진을 보면서 왜 (아들이) 24살 꽃다운 어여쁜 나이에 이곳에 영정 사진으로 있어야 하는지, 그토록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고 계획하고 성실하게 살아왔는데, 무엇을 잘못해서 내 아들이 이런 사고를 당해야 하는지 묻고 또 물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부조리한 사회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는 각오도 말했다. 김씨는 "잘못을 저지른 정부를 절대 용서하지 못한다. 아니, 하면 안된다. 저는 사는 날까지 끝까지 싸우고 이겨서 바른 나라를 만들고 싶다"라며 "저와 같이 이렇게 부당한 나라를 반듯하게 세우기 위해 끝까지 싸워 줄 것을 요구한다.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아 달라"라고 밝혔다.
#태안화력 인명사고 #고 김용균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특혜 의심' 해병대 전 사단장, 사령관으로 영전하나
  3. 3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4. 4 "총선 지면 대통령 퇴진" 김대중, 지니까 말 달라졌다
  5. 5 '파란 점퍼' 바꿔 입은 정치인들의 '처참한' 성적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