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교육 다시 종을 울리자

교사가 쓰는 한 주간의 퍼포먼스

검토 완료

조기철(akshdtoa)등록 2019.01.15 20:53
 국한혼용을 주장한 고 난정 남광우 박사는 당시 한자 보급의 일환으로 재직 대학교 전학년을 대상으로 한문 무료 강의를 전개한 적이 있었다. 남 교수가 앞장서서 학생들 지도에 열과 성을 다하니 젊은 교수님이 바턴을 이어 한자 강의에 나선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남 교수님은 강의를 하면서 한자가 우리말에 차지하는 비율을 아주 높게 강조하셨다. 최근까지 잘 알려진 바로는 한자어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우리말에 약 60%를 차지하고 있고, 순수 우리말은 동사나 형용사에 많이 있을 뿐 그것도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런 현실에서 학생들이 한자를 외면하게 되면 대학을 졸업해도 영어로 대화를 못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신문을 읽지 못하고, 중학교를 나와도 국어를 제대로 못 읽는다는 웃지 못 할 사실이 계속될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하셨다.
 
지금 중고등학교에서 한문 과목은 사양길로 접어들어
 
그러다 보니 한문을 선택하는 학교가 더욱 줄어들고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학교조차도 환경이나 기술·가정 등으로 바꾸어 나가려고 하는 추세다. 고등학교는 더 심하다. 대수능에 비중이 미미하다는 이유인지 아니면 한자를 하기 싫어하는 것인지 한자로 자기 이름조차도 못 쓰는 현상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뿐만 아니다. 국어 과목 시간에 학생들에게 우리말 단어를 질문해 보면 너무 모르는 것이 많다. 심지어 시험을 보는데도 단어의 뜻을 몰라 해석을 요구하는 질문을 하는 사례도 나타나곤 한다. 국어 공부를 하는데 단어를 모르면 국어 문장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인지는 모르나 국어를 잘하면 영어를 잘하게 돼 있다는 속설은 영어가 국어라는 의미에서 공통점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초등학교에서부터 중학교에 이르기까지 국어에 대한 어휘 능력은 수행평가를 통해서 충분한 연습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중학교까지는 많은 교양서와 소설을 읽어야 고등학교 입학하여 국어 공부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고등학교 입학하고서 책을 읽는다고 시간을 많이 소비하게 되면 대수능 대비 과목에 투자해야 할 시간이 부족하게 된다. 또한 중학교까지 한자를 많이 익혀 단어를 늘려 놓으면 뜻글자인 한자가 국어 문장을 이해하는데 꽤 도움이 된다한자어를 몰라도 너무 모르니까 학생들이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를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곤 한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여 신문을 제대로 읽을 줄 몰라서 더듬거리는 상황이 없으란 보장을 누가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말을 사용하자는 캠페인은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우리말 바로 알기 대회나 십자말풀이 퀴즈, 순수 우리말로 된 신문 등등. 다 좋다. 그러나 아무리 우리말을 잘 쓰자고 하나 수 천 년의 역사를 지니고 내려온 언어를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려운 일이다. 우리말 신문이 보급되었다고 하나 대중화에 성공하였다고 보장할 수도 없지 않는가? 오히려 한자어나 한자를 실어 보급되고 있는 일간신문이 더 대중들에게 어필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한자 교육 부활은 인문학 확산되는 계기로
 
인문학 교육이 요즘 한창 유행어처럼 우리사회 곳곳에서 날개를 펼치고 있다. 사라져 가는 인성 교육의 부재를 한자어에 담긴 깊은 의미를 새겨 보는 데서 인성 교육의 한 방안을 찾아 보는 것도 생각해볼 시점이 되었다. 고전을 통해 옛 선인들의 선비정신을 배워 검약과 검소가 주는 삶의 아름다움을 익혀도 좋고, 조상이 남기고 간 많은 고사를 통해 우리언어 문화에서 풍겨내는 삶의 교훈도 배우게 되면 물질만능주의로 치닫고 있는 오늘의 현실이 주는 메마른 인정을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가를 안내해 주는 길도 된다. 아무리 우리말 쓰기를 전개한다 하여도 한자의 근본을 우리말로 바꾸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배울 것은 배우면서 우리말 사용에 필요한 것을 보완시켜 나가는 방안이 더 적절한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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