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나쁜 개장수를 향해 다시 달려가는 강아지, 왜 그랬을까

[리뷰] 영화 <언더독> 한 편의 예쁜 동화 같은 이야기

19.01.18 11:20최종업데이트19.01.18 11:21
원고료로 응원

영화 <언더독> 포스터. ⓒ (주)NEW

 
애니메이션에 별로 관심이 없는 내게 영화 <마당으로 나온 암탉>은 신선한 감동이었다. 암탉 '잎싹이'의 꿈과 아름다운 희생을 기억하기에 망설임 없이 <언더독>을 보러갔다.

"너무 커지는 것 아냐?" 어린 뭉치는 이런 걱정스런 말과 함께 펫샵에서 어느 가정으로 입양된다. 어느 날, 덩치가 커진 뭉치는 주인이 운전하는 차에 실려와서 깊은 산 숲속에 사료 한 포대와 함께 버려진다. 낯선 곳을 떠돌던 뭉치는 자신처럼 버려진 강아지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함께 인간의 위해(危害)가 닿지 않는 진정한 자유의 땅을 찾아 여정을 시작한다. 영화는 그 과정 곳곳에서 관객의 감성을 슬쩍 건드리기도 하고 무언가를 생각하게도 한다.

뭉치와 같은 장소에 버려진 나이 많은 강아지의 죽음, 밤이와 일행을 끝까지 뒤쫓는 개장수. 이런 장면들은 이기적이고 잔인한 인간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개장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혼자 헤매던 밤이를 거두어 준 토리의 엄마, 아빠가 결국 죽음에 이르는 장면은 가슴 아팠다. 주인에게 버림을 받았음에도 뭉치는 공을, 짱아는 인형을 놓지 않는다. 개장수가 뒤쫓아오고 일행은 급히 달아난다. 공을 놓친 뭉치가 도리어 공이 굴러가는 개장수 쪽으로 달려가는 장면에서, 주인은 강아지를 버릴지언정 강아지는 절대 주인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떠올렸다. 

'생명의 소중함과 약자에 대한 배려'

자유의 땅으로 가기 위해 뭉치 일행은 자동차가 '쌩쌩' 달리는 8차선 도로를 건너야 한다. 그들은 차례로 두 눈 부릅뜨고 달려오는 차와 맞선다. 비록 밤이의 엄마, 아빠가 죽는 비극이 발생하지만 그들은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사냥꾼이 풀어놓은 전투견과 마주친 뭉치는 두려워 하는 일행에게 "쟤네들은 이 싸움의 동기가 뭔지 몰라. 그저 주인이 시킨대로 할 뿐이지"라고 말한다. 여기엔 '주체적인 삶'에 대한 의지가 담겨 있다.

뭉치는 용감했고 밤이도 멋진 여전사였다. 도경수(뭉치), 박소담(밤이), 박철민(짱아) 등, 배우들의 더빙은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마당으로 나온 암탉>에서 달수 역을 맡아 코믹하고 능청스러운 연기를 보여주었던 박철민은 이번에도 웃음 포인트를 제대로 맡아주었다. 자연의 배경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고 서정적인 그림체였다.

<언더독>은 투견에서 진 개를 부르는 말에서 유래한 단어로 약자, 패배자, 희생자를 뜻하는 말로 쓰인다. 반려견 인구 천만 시대에 기하급수적으로 유기견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인간의 비정함과 버려지는 강아지들의 아픔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듯 하다. 더 나아가 사람들에게도 '생명의 소중함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라는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언더독>은 중국 실크로드 국제영화제에서 베스트 애니메이션상을 받았고 전 세계의 뛰어난 애니메이션을 소개하는 도쿄 애니메이션 어워드 페스티벌에도 한국 작품 최초로 초청을 받았다. 앞으로도 <언더독>에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를 바란다. 그리고 막내인 꼬마 토리는 정말 예쁘고 귀여웠다.
언더독 유기견 메시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여행은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나를 살아있게 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풍광과 객창감을 글로 풀어낼 때 나는 행복하다. 꽃잎에 매달린 이슬 한 방울, 삽상한 가을바람 한 자락, 허리를 굽혀야 보이는 한 송이 들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날마다 꿈꾼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