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채 소방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나?

[현장에 답이 있다] 채용 후 전문영역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 아쉬워

등록 2019.01.15 18:04수정 2019.01.1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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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사회, 소방관 직업에 대한 관심 증가

'위험사회(Risk Society)'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매일 크고 작은 재난으로부터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다.

안전이란 가치가 크게 대두되면서 소방관이란 직업이 젊은이들의 워너비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소방관이 되어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려는, 힘들지만 행복한 도전으로 해석된다.

지난 2018년 소방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소방공무원 채용시험 경쟁률은 7.2대 1을 기록했다. 여기에 올해 채용 규모 또한 전년도와 비슷한 4000여 명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채용이 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방공무원 시험에만 몇 년째 매달리고 있는 젊은이들도 증가 추세다.

소방관을 채용하는 방식은 크게 '공개경쟁 채용시험'인 공채와 '경력경쟁 채용시험'인 특채로 나뉜다.

공채는 말 그대로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나 응시가 가능한 시험이다.


한편 특채는 특정분야 관련학과 졸업생, 관련분야 자격증 또는 면허증 보유자, 그리고 관련분야에서 몇 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사람 등으로 제한한다. 이런 분야로는 구조, 구급, 외국어, 자동차 정비, 화학, 법무(변호사), 전산, 홍보 등이 있으며 채용 시 계급도 대체로 공채보다 높게 출발한다.

이렇게 제한된 경쟁을 거쳐 소방학교에서 소정의 기본교육을 받으면 일선 소방서로 배치된다. 바로 이 시점부터 몇 가지 우려가 존재한다.
 

지난 11일 서울 은평구 소재 서울소방학교에서 기본교육을 마친 108기 신임 소방관들이 졸업식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이건

서울소방학교에서 졸업식을 마친 108기 신임 소방관들이 정모를 하늘에 던지며 졸업을 축하하고 있다. ⓒ 이건

특채 소방관, 지금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있나

첫 번째 문제점은 처음 채용할 당시에는 전문성에 근거해 자격이나 경력 등 엄격한 제한을 둬 채용해 놓고 일선으로 발령이 나면 채용된 직무와는 다른 보직에 배치되어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소방학교를 졸업한 뒤 일정기간 현장에서 소방의 전반을 배우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소방관이라면 직무를 떠나 기본적으로 현장을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비로소 자신이 채용된 전문분야와의 접목을 통해 효율적인 업무수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아무리 외국어 전문가로 채용되었다고 해도 현장에서 사용하는 전문용어와 현장활동 전반에 대해 확실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 통·번역시 상당 부분 한계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특채 소방관도 일정기간 현장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과 최소 현장근무 배치기간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두 번째 문제점은 지금까지 특채로 채용된 소방관들이 지금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근무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 하는 기능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특채로 채용된 후 3년이 지난 현재까지 본래 직무에 배치 받지 못하고 일선 소방안전센터나 119 상황실 등에서 다른 업무를 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특별 채용의 본래 목적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로 평가된다. 전문성을 높이겠다고 공채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계급을 부여해 채용해 놓고는 현장에서는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는커녕 오히려 방치하는 모양새로 비춰지고 있다.

특채를 통해 관련 분야의 전문성을 활용하거나 그 능력을 향상시켜 소방조직 본래의 존립가치를 향상시켜야 하지만, 오히려 전문가를 뽑아서 엉성하게 운영하고 있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또 특별 채용된 이들을 관리하는 기준조차 분명치 않은데, 이렇게 뽑힌 사람들이 순환보직이라는 악재를 만나 또 다시 이 부서 저 부서로 뒤섞이게 된다는 점이다.

미국의 사례를 보면 미국소방 역시 공개채용과 경력직 특별채용으로 소방대원을 선발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 주 먼로 카운티 소방서 구인공고 (출처: www.monroecounty-fl.gov/jobs) ⓒ www.monroecounty-fl.gov

하지만 채용 과정에서 대부분 직위분류제에 근거해 정확한 직위와 직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또, 필요한 학력, 경력, 그리고 자격증을 갖춘 이들을 선발한다.

이렇게 선발된 이들은 본인이 스스로 직무를 바꾸지 않는 한 순환보직 없이 관련분야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며 해당분야의 전문가, 즉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로 육성된다.

소방조직의 존재감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는 '현장 전문성'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전문가를 뽑아놓고 그 능력을 배가시키기는커녕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들만을 양산하는 현 실태는 조속한 개선이 요구된다.

아울러 특채로 임용되었지만 본인이 희망하거나, 부상 또는 심각한 직무스트레스로 인해 해당 직무를 더 이상 수행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될 경우에는 다른 직무로 배치하는 등의 섬세한 경력관리도 필요하다.

다만 지금의 소방청과 소방본부에서 하소연하듯 만성 인력부족으로 이런 정책적 고민을 할 여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건 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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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학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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