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병에 통신 두절까지... '우유니 사막 여행' 쉽지않네

[남미여행기 14] 우유니 소금 사막에서 칠레 국경 통과하기까지... 난관의 연속

등록 2019.01.17 17:10수정 2019.01.1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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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데마나나(Sol de Manana)의 간헐천 모습. 4950m 고개를 넘으면 나온다. ⓒ 오문수

 
33일간 남미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지인을 만났을 때 지인이 물었다. "볼리비아에 있는 우유니 사막 근방에서는 핸드폰으로 연락이 안됩니까?" 지인의 말인즉, 볼리비아 여행을 떠난 아들에게서 며칠간 연락이 안 돼 안절부절하다 대사관에까지 연락을 취했었다고 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당시 힘들고 열악했던 2박 3일간의 생각이 떠올랐다.

우유니 소금사막을 구경하고 휴화산인 '뚜누파화산(Volcano Tunupa)' 아랫마을 소금호텔에 여장을 푼 일행은 쉽게 잠들지 못했다. 우유니 소금사막이 준 자연의 신비에 취했기 때문이다. 맥주 몇 잔을 마신 후 잠들기 전 소금기에 절은 얼굴과 몸을 씻으려고 해도 씻을 수가 없다. 수도꼭지에서는 몇 방울의 물만 졸졸 흘렀기 때문이다. 
 

우유니 소금사막 구경을 하고 일행은 휴화산인 뚜누파 화산 아랫마을에서 1박했다. 일행을 태운 차량이 마을로 가고 있다. ⓒ 오문수

   

일행이 우유니 소금사막에서 1박을 했던 뚜누파 화산 아랫마을 소금호텔 모습. 집을 세운 재료 중 거의 모든 것이 소금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 오문수

 
하긴 뭐 발을 씻어보았자 소용없을 것 같았다. 허름한 침대와 방문만 제외하고는 온통 소금으로 만든 소금집이기 때문에 걸어 다니면 발에 소금이 묻었다. 물뿐만 아니다.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얻기 때문에 밤 10시면 전원이 차단된다.


휴화산 아래에 사는 몇 명의 주민들은 뭘 먹고 사는지가 궁금해졌다. 나무도 별로 없고 온통 바위와 돌뿐인 환경에서 사는 주민들 모습이 안타까웠다. 이곳은 해발 4000m에 가까운 우유니 소금사막이다.

아마도 소금을 파서 생계를 유지하고 살지 않았을까? 양보다 라마가 생활력이 강한가보다. 주민들은 라마를 키우고 있었다. 돌밭사이로 듬성듬성 난 풀들은 라마의 생활터전으로 추측됐다. 그러고 보니 저녁식사 때 밥상에 라마고기가 올라왔다.

새벽에 일어나 소금사막에서 일출을 감상한 일행은 넓은 소금 평원을 가로질러 어제 방문했던 물고기 섬을 또 다시 방문했다. 또다시 볼 게 있어서? 아니다. 어젯밤 하나 뿐인 화장실에서 여러 명이 볼일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를 안내한 길잡이가 당부를 했다.

"이제부터는 사막을 장시간 달려야 하니 가능하면 큰 걸보세요. 여기는 제대로 된 화장실과 물이 있습니다. 여자분들이 사막길을 달릴 때 용변을 봐야하는 데 몸을 숨길 곳이 없잖아요. 반드시 처리를 하고 오세요."

뻥 뚫린 사막에서 용변을 볼 때 어디 여자만 불편한가? 장거리 여행, 특히 차량을 타고 먼 거리를 여행할 때 첫 번째 지켜야할 사항은 뱃속을 비울 것. 만약 뱃속을 비우지 않아 도중에 변의를 느껴 차를 세우고 난 후 여러 명이 기다리는 차량으로 되돌아올 때면 쑥스러워진다. 게다가 몸을 숨길 곳이 아무것도 없는 사막에서는 난감하다. 요령 있는 여자분들은 우산으로 몸을 가리고 볼일을 보기도 했다.


앞차가 꼬불꼬불한 바위산 길을 달리면서 뿜어내는 먼지가 시야를 흐린다. 일행은 '라구나(호수라는 뜻) 까냐빠'와 '라구나 에디온다'에서 수많은 플라밍고가 산정호수에서 먹이를 찾는 모습을 구경했다.
   

눈이 약간 남은 설산아래 형성된 호수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플라밍고들. 이렇게 높고 추운 곳에서 플라밍고의 먹이가 살고 있는게 신기했다. ⓒ 오문수

         

5천미터가 가까운 높은 곳에서 추위와 바람에 시달리다 나무가 되어버린 일명 '돌나무(Arbol de Piedra)'로 관광객들에게 인기있는 돌이다. ⓒ 오문수

     
구부러진 주둥이로 좌우를 돌리며 먹이를 찾는다. 홍학은 잡식성으로 녹조류와 갑각류를 먹는다는 데 이렇게 고도가 높고 추운호수에도 그런 생물들이 사는지가 궁금했다.

어디 홍학뿐인가.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도 있었다. 정확한 마을 이름은 모르지만 조그만 도랑물과 나무 몇 그루만 있는 마을이 나타났다. "아! 이런 곳에서도 사람이 사는구나!" 라는 탄식이 나왔다. 뭘 먹고 살까? 오다보니까 짐작 가는 게 있긴 했다. 모래먼지 가득한 곳 한 부분에 고구마 이랑 같은 게 보이고 곡식을 심어놓은 것 같다.

주위를 둘러보면 민둥산과 모래벌판 뿐이다. 가슴이 답답했다. 좋은 곳으로 내려가 살지. 왜 굳이 이런 곳에서 살까 생각하니 머리가 아프다. 머리가 아픈 건 주위환경 때문만은 아니다. 5000m 가까운 고산과 추위가 일행을 힘들게 했다. 한국과 정반대쪽을 여행하면서 겪는 시차부적응과 고산병으로 감기에 걸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에서 칠레 아타까마까지 가는 2박 3일간의 장시간을 운전해야 하는 운전사들은 기름통을 싣고 다니며 주유했다. 사람이 거의 살지않고 주유소도 없기 때문이다. ⓒ 오문수

 
      

황량한 사막가운데 철길이 나있다. 부부가 기념촬영을 한 부근의 공터는 오래전에 칠레와 볼리비아 주민들이 모여 물산을 교환하던 장소였다고 한다. ⓒ 오문수

     
우유니 2박 3일 투어 둘째 날이다. 다음 일정에 맞추기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 4시 30분에 숙소를 떠난 차가 5시 20분에 간헐천이 있는 '솔데마나나(Sol de Manana)'에 도착하니 산너머로 어렴풋이 동이트기 시작했다. 언덕처럼 보이는 산을 보며 고도계를 보니 4950m다.

차에서 내린 일행이 간헐천 주변에 서자 슉슉슉! 소리를 내며 온천수가 하늘 높이 솟아오른다. 진한 유황냄새를 뿜으며 쿨럭쿨럭 흙탕물을 쏟아내는 곳도 있었다. 간헐천을 처음 본 일행 중 한 분은 앞만 보고 사진 찍으려다 큰일날 뻔했다. 뒷 발꿈치가 아슬아슬하게 유황천 끝자락에 걸렸기 때문이다. "아! 저런 자원을 활용해 지열발전소를 건설하면 안되나?"

한참을 달려가니 넓은 호수가 얼어있었고 도로 옆 얼음이 녹은 곳에서 플라밍고가 먹이를 찾고 있었다. 호숫가 노상온천에서는 관광객들이 목욕을 하고 있었다. 길잡이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목욕할 분이 있으면 하라"고 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얼른 쉬고만 싶기 때문이다. 대신 그 옆에는 족욕탕이 있었다. 가까이 있는 분에게 말을 걸었다.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에서 칠레 아타까마로 가던 도중에 만난 마을 모습. 두 그루의 나무가 보이지만 주위 산은 민둥산이었다. 마을 근처에는 작은 도랑물이 졸졸 흐르고 주민들은 라마를 키우고 있었다. ⓒ 오문수

     

호숫가 노상온천에서 목욕을 하고있는 관광객들 뒤로 저멀리 플라밍고들이 먹이를 찾고 있었다. 플라밍고가 있는 곳은 온천수 때문에 녹아있지만 다른 부분은 얼어있었다. ⓒ 오문수

   
"선생님 이렇게 추운 날씨에 수영복만 입고 목욕하기는 그렇고 추위에 지친 몸을 녹이기 위해 족발하러 가시죠?
"아! 예! 에엥? 뭐라고요? 족발이요?"
"하하하! 죄송합니다. 고산병과 피로 때문에 머리가 멍해져서 나도 모르게 실수를 한 것 같네요. 족발이 아니라 족욕입니다."


일행 중 몇명은 고산병과 시차, 강행군 때문에 지쳐 있었다. 어서 빨리 이 지역을 벗어나 평지로 내려가고 싶었다. 엄홍길 대장과 함께 아프리카 킬리만자로에 올랐던 필자는 고산병은 끄떡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10여일 간 고산병증세와 감기약 복용, 시차부적응으로 잠못잔 게 가장 힘들었다. 

 여행... 잠시 기존의 관계를 끊고 자신을 뒤돌아보는 기회
 

그래도 다행인 게 하나 있었다. 힘든 과정 중에서도 일행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구간은 한국과 통신이 두절되는 곳이다. 핸드폰으로 고국과 연락을 취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검색도 불가능했다. 핸드폰 단절로 자연스럽게 대화가 늘어났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 혼자서 한 달간 유럽 배낭여행을 경험했던 필자가 한국에 있는 아내에게 전화를 했던 건 두 번뿐이었다.

집에 있는 식구와 지인들에게 전화하지 않았어도 아무 탈 없이 잘 지내고 왔다. 그러나 거의 모든 사람에게 핸드폰이 생긴 요즘 사람들은 매일 한국에 있는 식구와 통화하고 한시도 핸드폰을 놓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교사였던 필자의 현직시절에 가장 안타까웠던 것 중 하나는 핸드폰을 놓지 못하는 학생들이었다. 핸드폰을 놓지 못하는 학생들 대부분은 공부와 담을 쌓고 게임에 빠지거나 딴짓을 했었다. 상담을 하면서 설득하거나 꾸짖어도 소용없었다.

한시라도 핸드폰을 안보면 불안해하는 핸드폰 분리불안증에 걸린 '어른아이'들을 보며 안타까웠다. 고국에 계신 부모님들은 외국여행간 자식이 연락오지 않더라도 지나치게 불안해하지 말았으면 한다. 스스로 문제점을 해결하고 커나가도록 자생력을 키워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볼리비아 우유니소금사막에서 칠레 아타까마로 가는 길에 만난 사막길 모습. ⓒ 오문수

   

5천미터에 가까운 고산이라 힘들었지만 현지운전사들이 만들어 온 점심은 맛있었다. ⓒ 오문수

 
여행이 뭔가. 기존의 관계와 잠시 단절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새로운 문화와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 아닌가? 가족과 지인을 떠나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자신이 살아왔던 길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아닌가? 그러다 보면 가족과 지인의 고마움을 새삼 느끼기도 한다.

저 멀리 칠레의 사막도시 아타까마로 들어가는 국경검문소가 보였다. 농산물 검역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칠레 국경수비대의 2시간에 걸친 검색대를 통과해 칠레 도로로 들어가니 볼리비아와 확연히 달라진 게 있었다. 잘 다듬어진 아스팔트 도로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우유니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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