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에 '냥이' 쫓아다니기... 그해 여름 재개발 지역에서 생긴 일

대전 중구 목동의 캣맘·캣대디들... 50~60마리 구조해 치료

등록 2019.01.16 16:09수정 2019.01.1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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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부터 재개발로 철거가 시작된 대전 중구 목동 3지구(목동 1-95번지 일원)을 5개월 만에 다시 찾았다.(관련기사: 철거 시작된 대전 중구 목동 3지구를 위로하는 '막다른 골목길' 퍼포먼스)

대부분 건물들은 철거되었고, '막다른 골목'을 알리는 간판도 그리고 골목길도 함께 사라져 버렸다. 남아있는 몇몇 건물들도 철거가 임박해 보였다.

재개발 지역. 본인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정든 집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합의를 하고 떠나는 사람들에게도 정든 집을 떠나야 하는 게 쉽지는 않다. 더 정들기 전에 빨리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의 정든 집과 마을이 부서지는 상황들을 지켜보는 것들이 견딜 수 없어서이기도 하다.

재개발로 인해 새로운 집들이 들어서겠지만 오랜 삶이 묻어 있는 마을과 함께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추억들은 무너져 내리는 담벼락처럼 주저앉았다. 굴착기가 지나간 자리에 조만간 새로운 집들이 세워지겠지만, 어딘가 모르는 허전함이 몰려온다.
 

건물 철거가 마무리 중인 대전 중구 목동 3지구(목동 1-95번지 일원) ⓒ 임재근

  
"긴급 구조 요청! 여기 고양이가 있어요..."
재개발 지역에 남겨진 생명들에 대한 관심도 필요


사람이 먼저 떠나고, 홀로 남겨진 집들이 굴착기의 굉음 소리에 무너져내리기 시작한 지난 가을, 어두운 골목길을 누비며 고양이 구조에 나선 이들이 있었다. 일명 캣맘(Cat Mom)과 캣대디(Cat Daddy). 주인 없는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먹이거나 자발적으로 보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재개발 지역에 대한 관심을 있어서 예술작업을 하려고 들어갔는데, 골목길과 빈집에 고양이들이 많더군요. 그곳에서 캣대디를 알게 되면서 위급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고양이가 살고 있던 집이 무너져 있었고, 그곳에 살던 고양이들이 보이지 않았어요. 2마리 중 한 마리를 간신히 찾았는데, 나머지 한 마리는 끝내 보이지 않았습니다. 관통상을 입기도 하고, 머리를 다친 고양이도 봤어요."

지난 가을 수 십명의 캣맘과 캣대디들과 목동 3지구에서 고양이 구조 활동에 함께 한 여상희 작가의 말이다.


철거가 본격 시작되면서 위급한 상황이 벌어졌고, 구조자와 봉사자를 모집했다. 그렇게 모인 10~20명이 밤 8시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고양이를 찾아다니면서 통 덫을 놓아 구조를 진행했다. 재개발 지역에는 인적이 드물고, 밤에 주로 활동하는 고양이들의 특성상 재개발 지역 고양이 구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희박하다.
  

지난 가을, 철거가 한창인 목동 3지구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멈춰선 굴착기 앞에 마주해 있다. 수 십 명의 캣맘(Cat Mom)과 캣대디(Cat Daddy)들은 목동 3지구에서 50~60마리의 고양이들을 구조해 냈다. ⓒ (사진 제공 여상희)

  
이들이 넉 달 동안 구조한 고양이들은 50~60마리나 되었다. 구조한 고양이들은 다치거나 아픈 곳이 있으면 병원치료를 받고, 입양을 보냈다. 병원비도 만만치 않았다. 입양처를 구하지 못하거나 손이 안 타 입양이 어려운 고양이들은 다른 곳으로 이주하기도 했다.

동물보호센터로 보내면 되지 않냐는 물음에 "동물보호센터는 일단 포화상태다"고 여상희 작가는 말한다. 그러면서 "재개발이 예상되는 곳에서는 임시로 있을 곳, 계류시설이나 방사지들도 알아보면서 체계적인 계획을 짜서 (동물들을) 옮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체계가 안 잡히면 활동하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 도움, 배려라도 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이었다.

"한 여름에 찾아간 재개발 지역은 에덴동산 같은 느낌이었어요. 인공으로 지어진 건물들이 자연으로 덮인 상태, 고양이와 곤충, 새들이 동물원처럼 모여있는 모습이었어요. 인간들이 오기 전의 모습처럼 오히려 평화롭게 보였어요. 과잉된 재개발... '이 집들이 정말 필요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사람들이 떠난 재개발 지역에 남겨진 생명들... 나무나, 동물들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재개발 #목동 3지구 #고양이 #캣맘(CAT MOM) #캣대디(CAT DAD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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