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기레기'는 누가 키우는가

[미디어 비평] 논리와 근거 허술한 1면 기사들

등록 2019.01.16 11:01수정 2019.01.1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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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5일 중앙일보 1면 '인구 1위 오른 50대 노후 빈곤 위험하다' ⓒ 임병도

 
1월 15일 <중앙일보> 1면에는 '인구 1위 오른 50대, 노후 빈곤 위험하다'는 제목의 기사가 배치됐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하는 50대의 노후 빈곤이 우려된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기사 서두에 나온 사례를 보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중앙일보> 박형수 기자는 서울 성동구에 사는 맞벌이 부부의 수입과 지출을 예로 들었는데, 월수입이 1200만 원이었습니다. 월수입이 1200만 원이나 되는 부부가 "나름대로 번다고 버는데 어떨 때는 경조사비 낼 현금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라고 말하니, 보통 사람들은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물론, 돈이 많다고 무조건 여유롭게 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노후 빈곤'을 말하면서 월 수입이 천만 원 넘는 가정을 예시로 드는 것은 부적절했습니다.

최저 시급 감당 못 한다는 명동, 세계에서 임대료 높은 상권 8위 
 

2018년 12월 27일 <중앙일보> 1면 ‘명동상인 30명 중 29명 8350원 감당 못합니다” ⓒ 임병도

 
2018년 12월 27일 <중앙일보> 1면에는 '명동상인 30명 중 29명 "8350원 감당 못합니다"'는 제목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비판하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중앙일보> 기자가 만난 명동상인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8350원이라고 하자 한숨부터 쉬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최저임금이 뛰면서 '직격탄'을 맞았다고 합니다.

<중앙일보> 김기환 기자는 가장 상권이 좋다고 하는 명동에서조차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나 봅니다. 김 기자가 2017년 <중앙일보> 보도를 읽고 기사를 썼다면 어땠을까요?
 

2017년 11월 16일 <중앙일보>는 서울 명동이 세계에서 임대료 높은 상권 8위라고 보도했다. ⓒ 중앙일보 갈무리

 
2017년 11월 16일 <중앙일보>는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가 조사한 전 세계 쇼핑 지역의 임대료 순위를 토대로 서울 명동이 세계에서 8번째로 임대료가 높다고 보도합니다. 2018년 10월 19일 <매일경제>는 명동의 건물주가 임대료를 ㎡당 월 100만 원 인상을 요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명동은 세계에서 비싼 지역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전국 상권 가운데 임대료가 가장 비싼 곳입니다. 이런 명동의 상황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최저임금만이 문제라는 <중앙일보> 기사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최저임금 상승폭이 높다고 하지만 가장 지출 비용이 많은 항목은 임대료입니다. 최저임금조차 줄 수 없다면, 자영업자가 홀로 일하면 최소한 영업은 가능합니다. 그러나 임대료를 내지 못하면 자영업자는 바로 쫓겨납니다.


자영업자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최저임금이 아니라 오히려 임대료가 아닐까요?

2014년 시행된 임플란트 보험 때문에 문재인 케어가 문제? 
 

2018년 12월 26일 <중앙일보> 1면 ‘4대 보험료도 과속 5년간 30% 뛰었다” ⓒ 임병도

 
2018년 12월 26일 <중앙일보> 1면에는 '4대 보험료도 과속, 5년간 30% 뛰었다'는 제목의 기사가 배치됐습니다. 같은 기사이지만 '5년새 30% 뛴 4대 보험료…소비 여력도 줄었다'는 온라인판 제목을 보면, 문재인 케어 때문에 경제가 힘들다는 이야기가 핵심입니다.

그런데 기사는 서두부터 이상합니다. 사례로 든 '중견기업에서 일하는 이모씨가 국민연금과 건강·고용·산재보험 등 4대 보험료로 쓴 돈은 연간 240만 원 정도'를 보면 뭔가 맞지 않습니다. 근로자는 산재보험을 내지 않습니다. 산재보험은 사업주만 내는 보험입니다.

온라인 기사만 보면 개인이 내는 보험료가 30% 넘게 인상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가구당 늘어난 것입니다.
 

2014년 7월 17일 <중앙일보>는 <뉴시스> 기사를 전재하면서 임플란트 보험 적용으로 임플란트 틀니 시술이 늘었다고 보도했다. ⓒ 중앙일보 갈무리

 
<중앙일보> 김도년 기자는 '틀니·임플란트 비용까지 건강보험으로 보장하는 내용도 함께 담겨 과잉 복지 논란이 제기됐다'라며 문재인 케어를 비판합니다. 그러나 임플란트의 보험 적용은 2014년부터 이미 시행된 정책입니다.

이마저도 65세 이상의 노인에 대해 평생 2개까지만 한정적으로 보험급여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노령층에 대한 국가의 최소한의 지원에 불과합니다.

<중앙일보>는 한국경영자총회 자료를 토대로 GDP 대비 사회보험 비중이 높은 것처럼 그래프를 기사에 포함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건강보험료율은 6.4%로 독일(14.6%), 프랑스(13.64%), 일본(10.0%)에 비해 높은 수준은 아닙니다.

<중앙일보> 기레기는 누가 키우나
 

2017년 7월 18일 <중앙일보> 양선휘 논설위원의 ‘누가 기레기를 키우는가’ 칼럼 ⓒ 중앙일보 갈무리

 
2017년 7월 18일 <중앙일보> 양선희 논설위원은 '누가 '기레기'를 키우는가'라는 칼럼에서 '공짜뉴스가 판치는 생태계에서는 제대로 된 언론인을 기르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양선희 논설위원은 '제대로 된 기자를 키우기 위해서는 몇 년을 가르치고 투자해야 한다'라며 '이런 과정을 건너뛴 기자들이 어떤 기사를 쓸 수 있는지 나는 상상이 잘 안 된다'라고 말합니다.

앞서 예를 들었던 <중앙일보> 기사는 모두 1면에 배치된 내용입니다. 지면 신문에서 1면은 기업으로 치면 가장 기술력이 좋고 품질이 우수한 상품을 전시 판매하는 것과 같습니다. <중앙일보> 브랜드를 내걸고 보도한 1면 기사치고는 논리와 근거가 많이 허술합니다. 고령 사회 속에서 4대 보험료 상승을 비판하는 기사를 내고 불과 몇 주 만에 노후 빈곤을 걱정하는 모순도 보입니다.

<중앙일보> 기사 밑에 달린 누리꾼 댓글을 보면 기자보다 더 날카로운 지적이 엿보입니다. 시간과 돈을 들여 기자를 키웠다는 <중앙일보>의 투자가 실패로 돌아가 '기레기'를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독립미디어 '아이엠피터TV'(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중앙일보 #기레기 #언론 #노후 빈곤 #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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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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