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성폭력과 폭행 없애려면, '판'을 바꿔야 한다

[안민석 의원 기고] '선수보호법' 발의한 안 의원이 제안하는 세 가지 방법

등록 2019.01.16 12:02수정 2019.01.1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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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시민단체 “체육계 성폭력 문제 뿌리 뽑자” 젊은빙상연대와 문화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심석희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가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 책임자 사퇴,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최근 체육계 미투가 국가적인 이슈로 떠오르면서 한국 스포츠 문제에 대한 비판과 대안 모색이 백가쟁명식으로 나오고 있다. 초선 시절부터 지금까지 15년간 의정활동을 하면서 한국체육의 개혁과 변화를 주장해 온 본인으로서는 스포츠 시스템을 개선할 호기를 맞았다고 본다. 한국체육의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한 대안을 세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하나] 스포츠강국에서 스포츠선진국으로

첫째, 스포츠강국에서 스포츠선진국으로 판을 바꿔야 한다. 최근의 터져나오고 있는 체육계 미투는 지도자 개인의 일탈을 넘어 스포츠강국을 지향해온 한국 체육의 구조적 문제가 초래한 결과다. 구조를 바꾸는 근본적인 개혁은 스포츠강국에서 스포츠선진국으로 지향점을 바꿔, 새 판을 짜는 것이다.

'스포츠강국'을 지향할 때는 메달과 승리가 우선시 된다. 공부를 꼴등 해도 운동만 잘하면 그만이고, 지도자와 선배의 폭행을 승리와 메달로 합리화하는 일이 이어진다. 성폭행은 남자 지도자가 여자 선수에게 가하는 것뿐만 아니라, 남자 선수에게도 발생한다. 승리지상주의 이데올로기에 매몰된 상황에서 피해자는 이러한 상처를 개인적으로, 평생에 걸쳐 감내하게 된다.

정부는 유신시대 이후 40년 넘게 스포츠강국을 지향했으나, 다행히 문재인 대통령은 스포츠선진국을 표방한다는 철학을 진천선수촌 로비에 새겨 놓고 있다.

"스포츠강국을 넘어 국민 모두가 스포츠를 즐기는 스포츠선진국으로 가야 합니다"

또한 최근 청와대 비서관회의에서도 스포츠강국을 넘어 선진국으로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스포츠선진국'은 메달이나 승리보다도 국민 건강이나 삶의 질에 대한 가치를 중히 여긴다. 또 스포츠클럽을 통해 선수들을 육성하는데, 운동을 원하는 사람들은 누구든지 스포츠클럽에서 운동을 즐기도록 정부가 시설과 지도자를 제공한다. 최근 학교 운동부 대신에 학교 스포츠클럽이 주목받는 것은 스포츠선진국으로 가는 징조다.

스포츠클럽을 기초로 하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스포츠선진국을 지향하면 선수에 대한 구조적인 폭행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소될 것이다. 폭력의 온상인 합숙소도 저절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저변은 취약해도 소수 엘리트 선수들이 청춘을 바쳐 얻어 내는 비인기 종목의 금메달보다 풀뿌리 저변이 든든한 스포츠선진국에서 얻는 동메달의 가치를 국민들이 더 높게 평가하게 될 것이다. 선진국처럼 말이다.

[둘] 새 술은 새 부대에, 대한체육회 개혁

둘째, 대한체육회를 개혁해야 한다. 개혁의 주체가 아닌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대한체육회로서는 국가의 새로운 스포츠비전인 스포츠선진국을 향한 새 술을 담을 의지도, 철학도, 능력도 없다. 새 술은 새부대에 담아야 한다.

이에 대한체육회 임원진의 사퇴와 새로운 회장 선출을 위한 용단이 필요하다. 지난 국감을 통해 드러난 이기흥 회장의 허약한 리더십이나 빈곤한 철학으로는 대한체육회 개혁을 도저히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와 국회가 수차례 요구한 개혁을 거부한 대한체육회에 이를 기대하기란 어럽다. 설사 앞으로 개혁을 약속할지라도, 신뢰를 잃어버린 대한체육회는 '시늉'을 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높다. 대한체육회 임원진은 스포츠선진국이라는 새 판을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고 스스로 거취를 결정할 때이다.

조재범 사건에 대한 책임은 물론 한국체육의 새 판 짜기과 스포츠선진국 실현을 위해서도 새로운 지도체제가 필요하다. 물론 새로운 대한체육회가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는 스포츠선진국을 성공리에 실천할지 아무도 장담할 순 없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현 대한체육회 지도부로는 스포츠선진국의 길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현 임원진의 물갈이가 불가피하다.

[셋] 성폭력과 폭행, 엄벌에 처하자

마지막으로, 개인적 일탈을 엄벌해야 한다. 메달을 지상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스포츠강국에서는 지도자의 성폭행과 폭력을 외면하는 침묵의 카르텔이 작동했다. 또 솜방망이 징계에 거치거나, 징계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지도자로 복귀하는 것이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그리고 구조적 모순에 기인하는 사건을 감추기 위해서 개인적 일탈로 축소하는 경향이 있었다. 즉 지도자의 일탈은 구조적 모순이 초래한 결과인데, 스포츠강국을 지속하기 위해 폭력을 초래한 구조를 정당화해 온 것이다. 이는 범죄자에게 가벼운 처벌을 하는 결과를 만든다.

그러나 스포츠클럽을 바탕으로하는 스포츠선진국에서 개인적 일탈은 엄벌에 처해진다. 지금 국회에 발의 중인 '선수보호법'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 법안은 단 한 번의 폭행이나 성폭력이라도 영구퇴출 시키는 법안이다.

결론적으로 스포츠강국에서 스포츠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스포츠클럽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고, 폭력 및 폭행 지도자를 엄벌하도록 법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스포츠강국에서 스포츠선진국으로 가는 데 국민적 지지와 동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치 #안민석 #오산 안민석의원 #체육 #체육계 성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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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안민석입니다. 제 꿈은 국민에게는 즐거움이 되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는 삶의 모델이 되는 정치인이 되는 것입니다. 오마이에 글쓰기도 정치를 개혁하고 대한민국을 건강하게 만드는 지름길 중에 하나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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