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기 너무 싸... 강력한 전기절약 정책 필요"

[인터뷰②]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대표

등록 2019.01.16 20:59수정 2019.01.16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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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공사 재개한 미국, 다시 중단... 대만도 탈원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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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진행 중인 '재앙적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 현장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서명운동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원전 업계에서는 미국도 원전을 다시 짓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사실인지.
"미국은 30년 만에 원전을 다시 짓기 시작했다. 1979년 스리마일 원전 사고 이후 건설을 중단했는데, 2007년 'VC 서머' 원전 2기와 '보그틀' 원전 2기까지 총 4기를 짓기 시작했다. 그런데 2017년 7월 31일 'VC 서머' 원전은 건설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매몰비용이 무려 10조 원이다. '보그틀' 원전 2기도 공사 중단을 검토 중에 있다."

- 왜 중단하는 것인지.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공사비용이 당초 12조 원에서 25조 원으로 증가했다. 둘째 가스와 재생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원전의 경제성이 없어졌다. 셋째는 준공 시기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원전은 모두 민간회사가 운영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나지 않으면 포기한다."

- 미국에는 몇 기의 원전이 있는지.
"올해 1월 14일 현재 98기다. 최고로 많을 때는 104기였다. 원자력이 깨끗하고 수익성이 높은 에너지라면 미국의 원전은 250기 정도 되어야 한다. 미국은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가는 로드맵을 세우고 있다."

- 대만은 국민투표에서 탈원전 정책을 포기했다고 하는데 사실인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24일 국민투표가 있었다. 탈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투표가 아니다. 10가지 안건 중 전기사업법 95조 1항을 폐지하는 안이 원전 관련 안건이었다. 95조 1항은 '모든 핵발전소를 2025년까지 가동을 중단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건 별 의미가 없는 안건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대만의 원전은 모두 6기인데 그 중 2기는 이미 폐쇄됐고, 나머지 4기는 원전의 수명이 2021~2025년에 끝난다. 대만 현행법상 수명 연장 5~10년 전에 수명연장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제출하지 않았다. 즉, 연장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2025년이면 원전 제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대만정부는 국민투표와 관계없이 탈원전 정책은 변함없다고 발표했다."

"전기사용량, 우리나라만 증가... 전기 절약 기술 개발 시급"


- 우리나라 전력 발전 설비량은 얼마나 되는지. 지난해 여름에 전력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우리나라 전력 발전 설비량은 1억1800만KW다. 전력소비는 지난해 7월 9200만 KW가 역대 최고 기록이었는데, 지난해 연평균은 6000만~7000만KW 정도다. 연평균으로 보면 수요의 두 배 정도의 설비가 있는 것이다. 피크 며칠을 기준으로 발전 설비를 마냥 늘릴 수는 없다. 피크를 기준으로 해도 우리나라 전력 공급은 안정권에 있고, 평균으로 보면 아주 넉넉한 수준이다."

- 앞으로 계속 전기 사용량이 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세계적인 통계를 보면 그렇지 않다. 에너지 다소비국가인 미국도 5년 전부터 계속 전기소비가 줄고 있다. 독일은 거의 10년 전부터 줄고 있고,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모두 전기 소비량이 줄고 있다.

이유는 에너지 기술의 발전 때문이다. 벤츠 자동차는 100년 전에 1리터의 기름으로 1km 갔지만 지금은 20km를 간다. 요즘 가전제품의 전기소비량은 과거의 절반 이하다. 구글은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전기소비를 40% 줄였다. 그런데 우리나라만 계속 전기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 우리나라만 전기소비가 증가한다고,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지.
"우리나라도 전기소비가 증가할 이유는 없다. 인구가 많이 증가하는 것도 아니고, 전기 다소비 제조업이 계속 증가하는 것도 아니다.

이유는 전기요금이 너무 싸기 때문이다. 그래서 쇠를 녹이는 용광로도 전기를 사용한다. 전기를 절약하는 기술을 도입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전기사용이 계속 증가하는 것이다. 다행히 2010년 이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2010년 전기소비 증가율이 10.1%를 정점으로 4.8%, 2.5% 2015년에는 1.3%까지 하락했다. 마이너스로 가야 한다. 독일, 프랑스, 미국은 마이너스 증가율이다." 

- 우리나라의 전기소비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어느 정도인지.
"2017년 기준으로 1인당 전기소비량을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1만kwh다. 독일 6400kwh, 프랑스 6800kwh, 일본 8000kwh, 영국 4600kwh, 이탈리아 5100kwh, 미국 1만 1700kwh다. 우리나라가 독일의 두 배 가까운 전기를 소비한다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 다행인 것은 앞으로 우리나라는 절약할 여지가 너무 많아 전력수급은 쉽게 풀 수 있고 원전을 지을 필요성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강력한 전기 절약 정책이 필요하다."

- 재생에너지는 계속 확대될 수 있을지.
"재생에너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RE100' 이란 그룹이 있다. 'Renewable Energy 100%'라는 뜻이다.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겠다는 기업들이 전 세계에서 154개에 이른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GM, BMW 등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다. 구글과 애플은 이미 지난해 100% 달성했다. 그들만 달성한 것이 아니라 그들과의 협력업체까지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한다.

구글, 애플 등의 요구에 부응할 수밖에 없는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유럽, 미국, 중국 전 사업장에서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국내에선 수원, 화성, 평택 사업장내 주차장, 건물, 옥상 등에 태양광, 지열 발전 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재생에너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태양광 패널 중금속 오염은 가짜 뉴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이케아 고양점 옥상에 설치된 4446개의 태양광 패널. ⓒ 이케아 코리아

 
- 태양광 패널이 중금속에 오염됐고 빛을 반사한다거나 풍력은 소음과 전자파로 환경문제가 심각하다는 주장도 있는데.
"풍력은 맞는 말이고, 태양광 패널에 관한 것은 가짜 뉴스다. 한국에서 사용되는 패널에는 전혀 중금속이 검출되지 않는다. 다만 극미량의 납이 필요한데, 전선 연결에 사용되는 땜질용 납이다. 라디오나 TV에도 납이 사용되는 것과 같다.

빛은 반사되는 반사율이 5% 내외로 유리창보다 적다. 하얀 페인트칠한 벽은 빛 반사율이 70%다. 풍력은 소음이 발생하고 기준치 이하의 전자파가 발생한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해상 풍력발전이 적합하여 해상 부력 풍력발전을 많이 설치하고 있다."

- 국토가 좁은데 땅을 많이 차지하고 산림을 훼손하여 오히려 환경을 해친다는 주장도 있는데.
"참고로 창원시 태양광 발전 설치현황을 보면 일반 토지 위에 설치하는 경우는 전체의 5% 이내이고, 대부분 주차장이나 도로변, 건물 옥상이다. 산림의 경우 20년 후 원상 복구 조건에 경사도 기준 강화(30도에서 15도로 개정), 가중치 축소 등으로 현재는 산림에 신청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외국의 경우에는 자동차길 위에도 설치하고, 철로 위, 고속도로 방음벽에도 설치한다. 일본에서는 폐골프장에 태양광을 설치해서 수익을 내고 있다."

- 저수지 같은 수상 태양광은 어떻다고 보는지. 수질오염 문제는 없는지, 반대가 심하다고 들었다.
"국립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전혀 수질오염이나 생태계를 훼손하는 수준이 아니라고 한다. 그늘이 생겨 오히려 녹조를 예방하고 물고기 서식처가 되고 있다. 저수지 같은 경우 전체 면적의 7% 내외에 설치하기 때문에 환경피해는 없다고 볼 수 있다.

패널을 세척할 때 세제를 사용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세척제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일반 물로 세척하거나 비가 오면 저절로 세척이 되는 정도다. 일부 반대는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일이라 가짜 뉴스를 듣고 그러는 경우가 있다고 본다. 주민들에게 발전 사업에 직접 참여할 기회를 주는 것이 좋은 해결방법이다."

- 그러면 원전이 사양 산업이고 신규건설이 없으면 관련 기업들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과거 우리나라 경제 부흥의 일등 공신이었던 가발, 봉제 산업은 사라졌다. 그리고 전자제품, 반도체와 인터넷 관련 산업이 생겨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자동차산업도 발전했다. 원래 산업은 사라지고 생겨나고 하는 것이다.

기름으로 가는 자동차산업은 20년 내 사라질 산업이다. 전기자동차와 수소전기 자동차가 급신장하고 있고 기름자동차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봉제 산업, 기름자동차 산업을 계속 붙들고 있으면 몰락하는 것이다. 코닥 필름이 망한 사유를 생각해 보라.

원자력을 붙들고 있으면 재생에너지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 '웨스팅하우스'처럼 몰락하는 것이다. 원전 관련 산업은 원전 해체산업 쪽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하고 재생에너지 산업 쪽으로 빨리 전환해야 한다."
#원전 #탈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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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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