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향군인회는 왜 보훈처를 규탄하고 나섰나?

보훈처의 ‘향군 정상화 방안’에 반발... “박승춘 적폐세력에 포위돼 있어" 주장

등록 2019.01.16 15:50수정 2019.01.1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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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정부청사 앞에서 국가보훈처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는 향군 회원들. ⓒ 향군 제공

대한민국 재향군인회(회장 김진호, 아래 향군)가 15일 국가보훈처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내고, 16일에는 국가보훈처를 규탄하는 시위까지 벌였다.

국가보훈처 보훈혁신위원회 산하 '위법·부당 재발방지위원회(아래 재발방지위원회)'가 지난 8일 발표한 '향군의 각종 이권 등의 비리 근절과 5000억 원의 부채에 대한 경영정상화를 위한 방안'에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더 나아가 "국가보훈처가 여전히 박승춘 전 처장 적폐세력에 포위돼 있다"라며 국가보훈처의 인적 쇄신을 주장했다.

재발방지위, '향군 정상화 방안' 발표... 비리 근절-회장 독점 권한 견제

재발방지위원회는 5개월 동안 진상조사를 벌인 결과를 토대로 지난 8일 회장 선거 업무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고, 이사와 직능대표, 각 지회장도 선거를 통해 선출하라고 권고했다. 특히 회장의 독점적 권한을 견제하기 위해 본부 부서장과 이사의 임기를 조정하도록 했다.

이러한 개선사항은 향군 회장의 선거 과정에서 이사 등 투표권자에게 금품을 주는 등 선거가 혼탁하게 이루어졌고, 명예직인 향군 회장의 권한이 지나치게 크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향군의 회장 선거가 이렇게 혼탁하게 이루어지는 이유는 회장 1명 중심의 인사·조직운영체계에 있다는 것이 재발방지위원회의 판단이다. 2명의 사무총장은 물론이고 총회에서 선출하는 29명의 이사와 이사회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 직능대표 30명도 회장이 임명할 수 있다.

향군 회장은 별도 보수가 없는 명예직(4년 단임)이지만 지휘활동비 명목으로 매월 608만 원(연 7290만 원)을 현금으로 받고, 1억 원이 넘는 고급승용차와 운전기사까지 제공받고 있다.


재발방지위원회는 "수익사업 시행여부 결정, 협력업체 선정, 10개 수익사업체 임직원 인사를 회장이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게 돼 있다"라며 "총자산 1조 3000억 원 이상, 매출 3000여억 원 규모인 단체의 운영권 전반이 회장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은, 이권에 의한 부정이 발생하기 쉬운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비리를 근절하고, 향군 회장의 독점적 권한을 견제하기 위해 향군의 사업 가운데 회원 복지와 관련된 사업만 명예직인 회장이 맡고, 수익사업은 공개 채용한 전문경영인이 전담하도록 했다.

지난 2018년 10월 기준 향군의 부채는 5535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러한 부채를 상환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 재발방지위원회의 판단이다. 부채 상환을 위해서는 경영 전문화를 통한 수익사업 투명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박승춘 전 보훈처장이 재임한 기간(2011년~2017년)에 벌인 '나라사랑교육'이 교육내용과 강사진 편성 등에서 편향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진보정권을 '친북'으로 몰고, 이미 100명에 이르는 전문 강사진이 있는데도 박 전 처장의 지시로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 성우회, 자유총연맹 등 5개의 보수편향적인 민간단체 출신 강사 322명을 선발절차 없이 강사진에 선발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인원 감축-연봉 삭감-임금 동결 등 '재정운영 개선방안' 보고"

이에 향군은 15일 성명서를 내고 "국가보훈처가 대한민국 최대 안보단체인 향군의 정체성을 매도하고 향군이 마치 경영악화로 곧 도살될 조직인 것처럼 인식케 했다"라고 주장했다.

먼저 과도한 회장 1인 중심 구조, 무분별한 투자, 각종 이권으로 인한 부정 등과 관련 법률개정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에 대해 향군은 "국가보훈처는 이러한 취약 구조를 개선한다는 명분으로 이미 지난 2015년에 향군의 독자적 수익사업 운영이 불가능하도록 하는 법률 제13197호를 신설한 바 있다"라고 반박했다.

이 신설된 법안에 따라 수익사업의 신설과 중단, 폐지, 회계감사 등은 복지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고, 심의위원 10명 중 8명을 보훈처장이 임명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향군 수익사업의 독자적 운영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향군의 주장이다.

향군은 "실제로 김진호 회장 취임 후 신규 수익사업 3건을 건의했으나 이 법에 따라 100% 부결되고 말았다"라며 "민간단체인 향군의 경영권을 실질적으로는 국가보훈처가 장악한 직영체제와 다름없는데 또 무슨 악법을 제정한단 말인가?"라고 반발했다.

이어 5000억 원대 부채의 상환 여력이 없다는 재발방지위원회의 판단에도 반박했다.

향군은 "향군의 빚은 2004년 이후 급격히 증가해 2011년말 약 7000억 원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축돼왔고, 향군의 기업 신용등급은 BBB로서 '상거래를 위한 신용등급이 양호하나 안정성저하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고, 현재에도 제1금융권으로부터 담보 없이 1200억 원의 신용대출을 받는 등 견실하게 경영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향군은 "김진호 회장은 취임 이래 향군의 재정건전성 증진을 위해 회계법인, 법무법인 등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개선발전위원회'를 구성해 5개월여의 논의 끝에 파격적인 '재정운영 개선방안'을 마련해 2018년 4월 9일 국가보훈처에 보고한 바 있다"라고 전했다.

이 재정운영 개선방안에 따라 101명의 인원 감축, 임원 연봉 10% 삭감, 전 직원 급여 5년간 동결, 중앙고속과 향우실업 등 고비용 사무실 기업 지방 이전, 2020년부터 전국 240여 개 지회 운영비 전액 지원 중단 등을 추진해 2020년까지 현재의 부채(5535억 원)를 4276억 원으로 줄이는 자구노력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향군의 주장이다.

"보훈처 적폐잔존세력의 부정확한 과거 자료에 의거 경영 간섭"

향군은 이 과정에서 국가보훈처가 향군타워 매각을 강요하고, 향군타워 담보 대출 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줄이라고 하고, 이슬송이와 밴, 88체육관 부지 개발 등 신규로 추진하는 수익사업을 불허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향군타워 매각 강요와 관련, 향군은 "현재 향군타워는 연 임대소득이 약 310억 원으로 4500억 원의 금융부채(이자율 4%) 이자 180억 원을 상환하고도 130억 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실속 부동산이다"라며 "매각하는 순간 오히려 13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는데도 보훈처 관계관들은 모두 주먹구구식 매각을 강요한다"라고 주장했다.

향군은 "국가보훈처는 향군의 감독기관임을 앞세워 현 개혁 향군과 소통 없이 적폐 잔존세력이 써놓은 부정확한 과거 자료에 의거해 무사안일 공무원 특유의 경영간섭을 해왔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190억 원의 국가보조금을 받고 있다는 재발방지위의 주장에 향군은 "김진호 회장 취임 이래 북한의 6차 핵실험 규탄 전국대회 개최, 미 트럼프 대통령 방한 환영행사, 문재인 대통령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장도 환송행사 등으로 발생하는 예산은 향군법에 의해 자체 산하업체의 수익금으로 전액 집행해왔다"라며 "정부로부터 단돈 1원도 지원받은 바가 없다"라고 반박했다.

향군은 "그런데도 국가보훈처가 연간 190억 원 국고지원 운운함으로써 일부 언론 또는 향군 비난단체로부터 '향군의 국가안보활동이 마치 정부예산 획득을 위한 것'처럼 매도되는 결과까지 초래했다"라고 지적했다.

"국가보훈처, 박승춘 적폐세력에 포위돼 있다"

끝으로 향군은 "박승춘 전 처장은 2016년 향군회장 선거시 특정인을 회장으로 선임시키기 위해 1차례 선거를 연기시키고 2차례 중단시켰으며 유력한 당선 예정자 2명에게 자격상실 징계 처분을 3∼4회씩 내리는 등 법원의 직권남용 판결을 받으면서까지 선거간섭을 했다"라고 지적했다.

향군은 "이때 박승춘 전 처장의 지침에 따라 향군의 정상화를 퇴행시키는 데 앞장섰던 김아무개 제대군인국장을 포함한 박승춘 전 처장의 잔재들이 계속해서 향군 경영의 파행을 암암리에 주도해왔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향군은 "이들은 향군의 기본 임무인 국가안보정책에 관한 의사결정에도 사사건건 개입했다"라며 "향군은 지난해 3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을 지지한다'는 성명서 광고를 전국 10대 일간지에 게재했는데 국가보훈처는 '왜 빚이 많은 향군이 이러한 예산 남용을 하는가'라고 향군 정책 결정에 강력개입하고 반대한 바 있다"라고 밝혔다.

향군은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장도 환송행사'를 추진한 것에 대해서도 국가보훈처는 '왜 향군이 이러한 행사를 하는가'라며 '정치행사 금지'를 앞세운 공문까지 미리 발송해 제동을 걸었다"라고 주장했다.

향군은 "국가안보 문제는 진보·보수의 이념이나 정권 차원의 문제가 아닌 국가와 국민의 생존권 문제라는게 향군의 확고한 안보관이다"라며 "그러므로 대한민국 최대의 안보단체인 향군은 국가의 생존권 문제인 정부의 핵 안보정책에 대해 당연히 찬반 의견을 분명히 밝혀야 할 책무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향군은 "이와 같은 차원에서 향군은 정부의 비핵화 정책을 적극 지지해왔는데 국가보훈처는 이런 향군 본연의 임무수행을 돕기는커녕 오히려 사사건건 방해를 했다"라며 "'왜 국가보훈처는 정부 정책에 대한 향군의 안보활동을 지속적으로 방해해 왔는가'의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향군은 "이는 국가보훈처가 여전히 박승춘 전 처장 적폐 세력에 포위돼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징표가 아닐 수 없다"라며 "이번 기회에 향군의 정체성을 흔들고 정부 정책에 암암리에 반기를 들고 있는 국가보훈처 내 적폐세력에 대한 엄중한 문책과 신속한 청산을 요구한다"라고 촉구했다.

향군은 16일 오후 세종정부청사 서문 앞에 1500여 명이 모여 국가보훈처 규탄시위를 열고 박승춘 전 처장 잔존세력의 인적 쇄신을 촉구했다.
#향군 #국가보훈처 #박승춘 #재방방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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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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