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상자 속 장학사

교사가 스는 한 주간의 퍼포먼스

검토 완료

조기철(akshdtoa)등록 2019.01.19 17:38
  장학사 선발은 왜 할까? 먼저 의문을 제기해 본다. 장학사를 선발하여 행정업무 미숙련자를 베테랑으로 탈바꿈시키는데 있을까? 아니면 현장 교육을 이끌어 갈 전문 지도자를 양성하는데 있을까?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전통적인 권위의식을 자랑하는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 학교 현장에서 장학사를 역임하고 일선 학교 관리자로 임용되어서 학교 교사들의 수업 스타일을 컨설팅 한다든가 창의적인 학교 행정 풍토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경험해 보지 못했다. 그렇다고 학교를 이끌어 가는데 장학사 경험이 없는 관리자가 학교를 이끌어 간다고 하여서 학교 학생들의 성적이 떨어진다든가 구성원들의 사이에 불협화음이 많다든가 하는 경향도 없었다. 그 누가 학교 관리자로 임용되어도 예나 지금이나 학교 장학의 변화는 요지부동이다. 여전히 교사들은 담임 맡기를 꺼려하고 부장 직책을 맡기 싫어하는 풍토는 지속되고 있고 이를 해결하려는 전문 관리자는 무사안일주의에 연연해 있는 것 또한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하면 지나친 억측일까?
 
장학사 선발 시험 기준 학교현장 장학과 연관되어 있어야 
 
 모 지역의 장학사를 선발기준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15년에 개정된 기준에는 서류평가 20점이 5점으로, 필기시험 33점이 25점으로, 역량평가 47점이 70점으로 바뀌었다. 서류평가와 주관식 시험 평가를 낮춘 것은 장학사 시험을 준비하는 교사들의 학교 업무 방해를 덜어주기 위함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학교 현장에서 가장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것은 수업장학이다.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숙면을 취하지 않고 수업에 임할 수 있는 흥미 중심 수업, 사교육을 벗어나 공교육의 기반을 다져 혁신학교로서 나갈 수 있는 기반 구축 등등 다양한 요구가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양성 있는 수업을 현장에 빠르게 정착시키면서 동시에 전교사들의 협업을 이끌어 내어 공교육의 기반을 더욱 튼튼하게 해야 할 장학사 선발에는 이런 기준은 어디에 있는지. 선발기준의 전체적인 특징은 행정에 우수하고, 실적이 우수한 교사를 선발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양한 수업 유형을 현장에 정착시키는 수업 연구 대회나 발표 기회를 마련해서 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새로운 수업으로 교사와 학생들의 응집력을, 학교와 학부모 간의 만족도를 채울 수 있는 항목을 설정하여야 교사들이 장학사 시험 준비가 곧 수업 준비로 연결되는 마인드가 구축되어야 한다. 현장을 외면한 장학사 선발은 단지 학교 관리자를 만들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에 지나지 않는 요식행위 외 무엇이 더 있을까?  

 장학사 선발이 학교 관리자 양성으로 가는 통과의례가 되어서는 안 돼 

 학교 현장에서 본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한다면 행정과 장학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기에 현장 관리가 느슨해지고 교사들의 상벌도 엉성한지도 모르겠다. 장학사가 교육청에서 일선 학교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나 학교에서 드러나는 하자를 장학사의 수준에서 처리할 수 있는 문제도 처리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잠재해 있다. 장학사로 근무하다가 학교 일선 교장 아래로 임용되기 때문에 신상필벌의 학교 업무 처리에는 어려움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또 현장 관리자로 임용되는 순환적인 근무가 학교 현장 장학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장학사가 학교에 수업 장학을 하게 되면 교장부터 무서워한다고 한다. 학생을 얼마나 철저하게 지도하고 있는가? 학생의 개별화 수업은 정말 관리자부터 앞장서 행하고 있는가? 등등 장학사의 평가는 곧 학교 폐교까지 이어질 수도 있고 관리자 뿐만아니라 교사 해고에까지 이르는 권한이 있다고 한다. 우리의 현실과는 너무나 차이가 있다. 영국의 장학사 정도는 되지 못해도 최소한 전문 장학사로서 교육청에 정년이 될 때까지 오로지 학교 교육장학을 연구하고 평가하고 지도하는 그런 정책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정년에 임박한 지금 우리 교육의 변화를 말하라고 하면 학교 칠판 위에 빔프로젝트와 스크린이 설치되었다는 것 외 자랑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떳떳하게 말하고 싶다. 그러나 이것도 반짝 쇼에 지나지 않는지 흥미 중심 수업은 서서히 고개를 숙이고 교사의 주입식 교육이 어느 사이에 제 자리로 돌아오다 보니 교실에 학생들의 수면 수업은 여전히 변화를 모색할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정말로 학교 현장 관리자 선발을 지금과 같은 추세로 계속되어야 한다면 관리자의 평가를 더 엄격하게 하여야 학교 현장은 변할 수 있다고 본다. 혁신학교를 외치고, 영교시 수업을 없애고, 보충을 자율에 맡기는 등등의 시책을 계속하고 있지만 학교 현장을 변화시키는 관리자가 등장하지 않고, 혁신학교를 통해 사교육을 줄이고 학부모의 부담을 경감시켰다는 소리보다 더 사교육이 늘어나고 학력이 더 낮아지고 있다는 보도는 무엇 때문일까? 혹자는 말한다. 현장을 이끌어 나갈 관리자의 무사안일주의가 문제라고. 소리 소문 없이 있다가 시간이 흘러가면 관리자로서 정년을 마치고 싶은 마음은 그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관리자이기에 더 많은 생각으로, 더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도록 많은 교사들이 한 교무실에서 사무를 보는데 관리자에게는 한 교무실을 혼자 쓰도록 허락하고 있지 않는가? 혁신학교의 성공은 교사들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관리자의 마인드가 학교를 혁신학교로 만들어 가려는 의지가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 현장을 제어할 수 있는 제동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교육청 장학사 시험은 현장 실학으로
 
 장학사로 가는 길은 두 가지다. 교육청에서 선발하는 장학사와 교육부에서 선발하는 장학사가 있다. 어느 길로 가나 모두가 장학사로서 길은 같지만 다만 중앙에 근무하기에 더 넓은 시각을 익힌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교육청 장학사나 교육부 장학사나 결국은 학교 현장의 관리자로 나온다는 것이 동일하다. 우수 장학사로를 선발하여 학교 현장의 장학을 관리하기 위한 장학사를 양성하고자 한다면 지금부터라도 교육청 장학사가 학교 현장을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교육청에서 수직적인 행정 업무만을 하다가 학교 현장에 관리자로 임용된 경우 오히려 권위적인 모습으로 학교를 운영하려는 면이 역력해 보일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로 인해 교사들과 불협화음으로 교육청으로 다시 임용되는 사례도 나타나기도 했다. 그 이유는 교육청 인사구조가 계선조직이요, 학교현장은 막료조직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는 교사들의 인사작업에도 그대로 나타나 구성원들 간의 갈등을, 관리자와 평교사 사이에 마찰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학교 풍토를 혁신학교로 만들어 가기보다는 궁극적으로 교사들은 담임을 꺼려하고, 부장 보직을 꺼려하면서 무사안일주의 태도로 돌변하고 있는 현장을 경험하다 보면 장학사는 교육청에서 교육전문장학사로서 근무하는 방안이 추진되어야 한다. 장학사가 관리자로 순환되는 관리자 양성 체제는 우수 전문 장학사 양성에 언 발에 오줌 누기에 지나지 않고 있다. 교육청 장학사 선발 기준에는 기획과 실무에 쓰이는 교육법, 그리고 수업발표 대회와 연구가 우선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어느 교사가 학원으로 장학사 시험 대비를 위해서 헛된 시간을 소비하겠는가? 

교육부 장학사 박사급으로 수혈해야 

 우리의 현장 교육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것은 프랑스 교육과 영국식 교육만 살펴보아도 알 수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을 거침없이 표출하면서도 정작 우리가 학생들의 알찬 교육에 헌신한다는 미명하에 관리자가 되어 편리와 안락을 꿈꾸는 교단을 지켜가고 있지는 않는지 가만히 생각해 볼 일이다. 지금 일선 학교에서 불고 있는 혁신학교의 언저리는 궁극적으로 존 듀이의 혁신학교를 따르고 있지만 그 외 구체적인 사항들은 유럽식 교육과 미국식 교육을 절충해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현장이 변하지 않으면 백 번 이야기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남아돌고 있는 박사급 인사들을 교육부 연수원으로 수혈하여 현장 교육의 전문화를, 혁신화를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는 시대적 변이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듯이, 형식이라고 말로만 외치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움직이지 않는 현장을 움직이게 하는 실학정신으로 바꾸는 길은 새로운 인물에 새로운 마인드를 찾아내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 고등학교까지 수업료가 없는 무상 교육이 실현되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무엇이 필요한가? 프랑스 교육에서 철학을 왜 그렇게 강조하는지를 되새겨 보아야 하고, 영국식 교육에서 수요자에게 피부로 와 닿는 공교육이 자리를 잡아 가는 그런 의미 있는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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