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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베트남 전쟁의 이면

[오래된 리뷰 149] <알 포인트> 국내 최고의 공포영화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

19.01.18 14:04최종업데이트19.01.1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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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알 포인트> 포스터. ⓒ 시네마 서비스

 
1972년 베트남전쟁도 끝나가는 무렵, 사단본부 통신부대에 "하늘소 응답하라, 여기는 당나귀 삼공" 무전소리가 들려온다. 당나귀 삼공은 다름 아닌 6개월 전 작전명 로미오 포인트, 일명 '알 포인트'에서 사라진 18명 수색대원 부대의 암호명이었다.

사건을 수사하던 현병 수사부대장은 마침 사고를 치고 끌려온 최태인 중위(감우성 분)에게 따로 처벌을 내리진 않을 테니 자원부대를 이끌고 알 포인트로 가 행방불명된 수색대원들의 흔적을 찾아보라고 명령을 내린다. 최태인 중위는 엘리트 출신으로 얼마 전에 있었던 큰 전투에서 홀로 생존하면서 훈장을 주렁주렁 받은 바 있다. 그래서인지 의욕이 없어 보인다. 

7명의 지원자와 한 명의 선임하사 그리고 최태인 중위까지 9명은 강을 건너 '알 포인트'로 간다. 그곳에서 7일간 수색을 벌일 것이다. 도중 베트콩과의 일전을 벌이고, 곧 발견한 비석에는 '손에 피를 묻힌 자, 돌아갈 수 없다'고 적혀 있다. 

안개에 싸여 낮 동안엔 식별이 힘든 그곳, 이튿날 새벽 머지 않은 곳에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허름한 건물이 보인다. 야영을 하던 일행은 그 건물로 향하는데, 다음 날부터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국내 최고의 밀리터리 공포물
 

국내 최고의 (밀리터리) 공포 영화로 오랫동안 칭공받고 있다. 영화 <알 포인트>의 한 장면. ⓒ ?시네마 서비스

 
영화 <알 포인트>는 베트남 전쟁 파병 40주년이었던 2004년 개봉한 공포영화다. 베트남 전쟁에 파병된 군인들의 수색 작전을 배경으로, 원한이 있는 귀신 혹은 공포로 미쳐가는 동료들에게 군인들이 몰살 당하는 내용이다. 

<알포인트>는 1990년대 <하얀 전쟁> <링> <텔 미 썸딩> 등 여러 영화의 각본을 담당하며 공포, 스릴러 장르에 두각을 나타냈던 공수창 감독의 데뷔작이다. 3년 뒤 비슷한 느낌의 밀리터리 공포물 < GP506 >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공수창의 이름을 영화계에서는 볼 수 없게 됐다. 국문학과 출신이었던 그는 지금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융합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알 포인트>는 최초의 베트남전쟁 배경 밀리터리 공포물이자 국내 최고의 밀리터리 공포물이기도 하다. 

나아가 영화는 국내 최고의 공포영화로 칭송받고 있다. 1998년 <여고괴담>으로 붐이 일었던 공포 영화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매해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 이 중 몇 작품은 인기를 얻기도 하지만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 정도를 제외하고는 명작은커녕 잘 만들었다고 평할 만한 작품을 찾기도 쉽지 않다. 

공포의 핵심
 

이 영화는 '공포'에 초점을 맞춰 다른 모든 것들을 수단화한다. 영화 <알 포인트>의 한 장면. ⓒ 시네마 서비스

 
영화는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언제 죽음이 찾아올지 모른다는 긴장감과 공포를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다. 어떤 전쟁 영화를 보든지 공통적으로 받는 느낌이다. 하지만 적과 본격적으로 대치하는 전투 장면 하나 제대로 나오지 않는 만큼,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공포의 핵심은 다른 데 있다. 

분명 본격적인 수색 작전 이전엔 9명이었던 인원이 어느새 10명으로 불어나 있다. 또한 최 중위를 비롯 몇몇 병사들에게 계속 귀신이 보이기도 한다. 짙은 안개 때문에 앞이 제대로 보이질 않는 상황인 데다 이상한 소문도 돈다.

여기에 긴장감을 한껏 유발하는 으스스한 배경음악, 어이없고 황당한 병사들의 죽음까지. 병사들은 점점 자초지종을 알 수 없는 극한의 공포를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알 포인트>는 다른 무엇도 아닌 '공포'에 초점을 맞춰 다른 모든 사항들을 수단으로 쓴다. 그 자체로 공포의 요소가 다분한 밀리터리를 소재 삼아 공포 영화로서의 본분에 충실했기에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베트남전쟁의 이면
 

베트남전쟁의 이면을 자연스럽게 들여다보는 훌륭한 스토리를 갖췄다. 영화 <알 포인트>의 한 장면. ⓒ ?시네마 서비스

 
영화에는 9명의 각기 다른 캐릭터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있고 그 사이에도 여러 사연들이 소소하게 채워져 있다. 이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치는 '베트남 전쟁'의 이면을 어떻게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지에 있다.

베트남 전쟁이라는 초유의 국제전은 명분이 전혀 없는 전쟁이었다. 내전으로 시작된 이 전쟁은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통킹만 사건'을 조작하면서 더욱 크게 번졌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숫자의 군인을 파병하여 많은 피해를 입혔고 또 입었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베트남전쟁의 실상은 보다 개인적이고 지엽적이다. 그리고 아이러니컬 하다. 손에 피를 묻힐 수밖에 없는 전쟁에 임한 사람들에게 '손에 피를 묻히지 않은 자만이 돌아갈 수 있다'고 하는 점, 적과의 전투에서 '영웅적으로 장렬히' 전사한 경우는 없고 대부분의 병사들이 터무니 없이 죽어나간 점 등이 그렇다. 알고 보면 평범하기 짝이 없는 병사 한 명, 한 명에게 무슨 잘못이 있다는 걸까.

한국군의 베트남전쟁 파병 이후 어느덧 55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그에 대해 누구도 속시원하게 말하기 힘들다. 참전 당시의 상황을 여러모로 살펴봐도 모순적인 것들이 너무 많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생존해 있고, 누군가는 여전히 후유증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베트남 전쟁은 우리에게 도무지 풀기 힘든 현대사의 숙제로 남아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두 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베트남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전쟁이었고, 우리나라 장병들은 그곳에 가서는 안 되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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