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고치기, 연봉 4천7백만원 삭감부터 시작하자

[국회개혁 3법을 제안한다 ①] 개혁 거부하는 국회의원을 심판하는 방법

등록 2019.01.21 08:56수정 2019.01.2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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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8일 국회개혁방안 토론회에서 나온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의 발제문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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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와 예산 ⓒ pixabay 합성


국회개혁, 이미 답은 나와 있다

스스로 자신들에 대한 혐오를 불러 일으켜놓고, 그 혐오를 이용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그렇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개혁해서 특권 없고 밥값 하는 국회를 만들어보자는 제안이 나오자, 이들은 '국민들이 국회를 싫어해서 의석수를 늘리지 못한다'는 주장을 하며 선거제도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민들이 국회를 싫어하고 불신하면 국회의원으로서 부끄러워해야 할텐데, 부끄러워하기는커녕 그것을 이용해서 정치개혁을 좌절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황당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강력한 국회개혁을 제안한다. 국회불신을 핑계로 선거제도 개혁에 소극적인 정치세력이 국회개혁마저 거부한다면, 이들은 심판의 대상이 될 뿐이다.

사실 국회개혁은 선거제도개혁이 아니더라도 해야 할 일이다. 특권에만 안주하고 민생은 뒷전인 국회를 바꾸려면, 국회의원이라는 직업이 가진 직업 외의 특전을 없애야 한다. 우리도 특권없이 열심히 일하는 스웨덴 국회의원 같은 국회의원을 가져보자는 얘기이다.

여당 일부에서는 국회선진화법 개정이 국회개혁의 핵심인 것처럼 얘기하지만, 지금 국회개혁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회의원의 특권(이 글에서는 "국회의원 개인에게 주어지는 과도하거나 불합리한 혜택, 잘못을 저지른 국회의원을 비호하는 제도나 관행"을 의미한다)을 없애고, 국회운영과 국회의 모든 예산사용이 투명해지며, 국회가 제대로 된 감시기구의 감시를 받는 것이다.


이런 방향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특히 국회 특수활동비, 허위정책연구용역과 허위인쇄계약, 외유성 해외출장, 국회의원 갑질 등이 시민단체와 언론 등을 통해 문제제기 되면서,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불신은 극에 달해 있는 상황이다.

구체적인 방안도 나와 있다. 그동안 국회의장 자문기구로 구성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 '국회혁신자문위원회' 등에서 제안한 내용이 있다. 그리고 문희상 국회의장과 유인태 사무총장이 최근에 추진하고 있는 국회개혁방안(정보공개 확대, 국외출장 심사 강화 등)도 있다. 중요한 것은 법률형태로 제도화가 되는 것이다. 그래야만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는 어떻게 했나

한편 해외사례도 충분히 참고할 수 있다. 대한민국처럼 국회의원들의 부정한 예산사용이 문제가 되었던 영국에서 만든 국회개혁방안도 있다.

영국에서는 2009년 '영국의회 비용과다 청구사건(United Kingdom parliamentary expenses scandal)이 발생했다. 일부 하원의원들이 의정활동에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허위 또는 부당한 비용을 청구한 것이 밝혀진 것이다.

주택수당 등의 명목으로 청구한 비용을 사적으로 유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영국의 여론은 들끓었다. 결국 6명의 장관이 사임했고, 하원의장을 포함한 46명의 국회의원이 사퇴를 했다. 여·야를 불문하고 142명의 국회의원들이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게 되었다.

이 일을 겪은 후에 영국 국회에서는 의회윤리법(Parliamentary Standards Act)이 제정되었고, 이 법에 따라 IPSA(Independent Parliamentary Standards Authority, 의회독립윤리국 등으로 번역할 수 있다)가 만들어졌다.

IPSA 심의위원회(IPSA Board)는 외부전문가 5명으로 구성되며, 이들이 국회의원들과 보좌진들의 급여결정, 국회의원들이 청구하는 비용의 적정성 여부를 검토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한다(이희주, '의원 윤리심사제도 개혁 해외사례에 대한 심층 분석을 통한 제도개혁 시사점 : 영국, 미국, 캐나다 사례를 중심으로', 국회입법조사처 정책연구용역보고서, 2016, 23쪽 참조). 이런 영국의 국회개혁 사례도 국회의원들의 봉급 및 예산사용과 관련해서 논란이 끊이지 않는 대한민국에 좋은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국회개혁 3법

따라서 이 글에서는 기존의 국회의원 특권폐지 관련 논의와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해서 대한민국 국회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국회개혁 3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국회 개혁 3법의 내용은 대한민국 국민들 대부분이 아마도 동의할 내용일 것이다.

첫째,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이다. 구체적으로 국회의원들에게 지급되는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를 폐지하여 연간 1인당 4천7백만 원 정도의 연봉을 삭감하고, 국회의원 개인보좌진 규모도 현행 9명에서 최대 7명 이내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다.

둘째, 「국회법」 개정이다. 국회법을 개정하여, 논란이 되어 온 특수활동비를 폐지하고, 국회에서 사용되는 모든 예산사용에 대해 전면적인 정보공개를 하도록 의무화하며,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던 밀실예산 심의를 금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체포동의안 표결을 기명표결화해서 국회의원들끼리 봐주는 관행을 없애고, 수사·재판 중에 있는 국회의원은 법사위 위원이 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와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독립성과 역할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소위원회의 공개 확대, 국민청원권의 확대도 필요하다.

셋째, 「국회감사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독립성이 있는 국회감사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 기구에서 국회의원들이 사용하는 모든 예산에 대한 감사, 연봉 및 각종 혜택에 대한 심의, 해외출장 등에 관한 사전심의, 국회 관련 정보공개 등의 권한을 갖게 하는 것이다.

아래에서는 이 법률들의 내용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하는 것으로 하겠다.

[하나]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

(1) 입법활동비(제6조), 특별활동비(제7조) 폐지로 연봉 4천7백만 원 삭감

현재 국회의원들이 받는 급여는 매우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다. 공무원에 준하여 받는 보수 외에도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같은 항목들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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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연봉의 구성(2018년 기준) ⓒ 하승수


입법활동비는 "국회의원의 입법기초자료 수집ㆍ연구 등 입법활동을 위하여 매월 지급"하는 경비이다. 또한 특별활동비는 "국회의원의 회기 중 입법활동을 특히 지원하기 위하여 지급"되는 경비이다.

이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는 소득세법상 비과세 혜택까지 받고 있어서 논란이 되어 왔다. 또한 입법활동과 회의참석은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직무임에도 불구하고 수당 성격의 돈을 지급한다는 점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에 2016년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국회의원특권내려놓기추진위원회 활동결과보고서>에서도 입법활동과 회의참석은 국회의원의 고유 업무이므로 별도의 '수당' 항목으로 구성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으며, 따라서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 항목을 삭제할 것을 권고했다.

따라서 입법활동비에 관해 규정한 제6조와 특별활동비에 관해 규정한 제7조는 「국회의원 수당에 관한 법률」에서 삭제함으로써 폐지할 필요가 있다. 그럴 경우 국회의원 연봉은 연간 4천7백만 원 이상 삭감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2) 국회의원 연봉 산정은 독립기구에서 국민의견 수렴을 거쳐

그동안 국회의원 연봉이 과다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국회의원특권내려놓기추진위원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1인당 GDP 수준 대비 의원 봉급(salary)의 격차를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이탈리아, 일본 다음으로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스페인, 스위스, 노르웨이, 스웨덴 등의 국가는 국회의원 봉급이 1인당 GDP 대비 3배 미만이었고, 호주, 캐나다, 영국, 아일랜드, 독일, 프랑스, 미국 등은 4배 미만이었으나 한국은 5배를 넘었다는 것이다.

또한 국회의원 연봉 산정 절차도 비판의 대상이었다. 법률을 만들고 예산을 심의하는 국회의원들이 자기 연봉을 스스로 결정한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그래서 적정한 수준의 국회의원 연봉을 산정하기 위하여 독립기구를 구성하자는 제안이 나오곤 했다. '국회의원특권내려놓기추진위원회'는 "국회의원 보수의 구체적인 수준과 세부항목의 결정은 독립적인 '국회의원 보수산정위원회(가칭)'에 위임하여 독자적으로 결정하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영국의 경우에는 앞서 언급한 '의회독립윤리국 심의위원회(IPSA BOARD)'가 국회의원 연봉을 심의하고 있다.

따라서 '국회의원특권내려놓기추진위원회'의 권고와 해외사례를 감안할 때에 국회의원 연봉은 독립기구에서 산정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를 폐지하여 연봉을 삭감하고, 그 이후의 연봉은 뒤에서 설치를 제안하는 '국회감사위원회'에서 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국회의원 연봉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을 상대로 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도록 명시할 필요도 있다. 이것은 주권자인 국민들이 자신들의 피고용인인 국회의원들의 성과를 평가하여 연봉산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매년 연봉산정전에 공청회를 실시하고, 필요한 경우에 공론조사를 통해 국민들의 의견을 모으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3) 개인보좌진 규모 축소(별표4의 개정)

현재 국회의원 개인보좌진은 4급 2명, 5급 2명, 6급 1명, 7급 1명, 8급 1명, 9급 1명의 8명에 인턴직원 1명을 합치면 총 9명이다.

이러한 개인보좌진의 규모는 「국회의원 수당에 관한 법률」 제9조와 별표4에서 정하고 있다. 즉, 위 법률 제9조 제1항은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보좌관 등 보좌직원을 둔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은 "보좌직원에 대하여는 별표 4에서 정한 정원의 범위에서 보수를 지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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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수당에 관한 법률’ 별표4 : 보좌직원의 정원 ⓒ 하승수


그러나 실제로는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구 관리를 전담하다시피 하는 보좌진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또한 상당수 국회의원들이 충실한 의정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기식 의정활동에 그치고 있으며, 법안발의 건수를 채우기 위해 중복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거나 건수 채우기 식의 법안발의를 하는 경우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따라서 개인보좌진을 지금처럼 많이 두는 것보다는 정당의 정책연구소 기능을 강화하고, 국회에 있는 입법·정책지원기능이 더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개인보좌진의 규모를 축소하고, 오히려 국회의원의 정수를 늘리는 것이 국회개혁의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회사무처에서도 4급 보좌진 1명과 8급 보좌진 1명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한다(동아일보 2018. 11. 19.자 등). 적정한 방안이라고 본다. 따라서 「국회의원 수당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별표4의 보좌진 정원에서 4급 정원을 2명에서 1명으로 줄이고, 8급 정원 1명을 없애는 개정이 필요하다.

이렇게 할 경우에 4급 1명, 8급 1명의 연 급여액 303억 원 정도가 줄어들게 된다. 여기에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폐지로 인한 절감액 141억 원만 더하더라도 국회의원 60명을 늘리고도 남는다. 국회의원 1인당 연간 총 경비(연봉, 보좌진 인건비, 사무실운영경비등)가 대략 6억 3천만 원정도라고 할 때에, 보좌진 규모 축소와 입법활동비.특별활동비 삭감액을 합친 444억 원으로 70명의 국회의원을 늘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4) 국회의원 연봉의 명확성과 투명성 확보

국회의원들이 사실상 봉급을 받고 있는데도, 「국회의원 수당에 관한 법률」에서 수당이라는 개념을 쓰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그리고 봉급처럼 받는 돈과 '입법및정책개발비'처럼 실비지원 성격의 돈을 명확하게 구분해 놓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그래서 '국회의원특권내려놓기추진위원회'는 개인에게 지급되는 보수와 경비성 '지원'을 법체계상 구분되는 장으로 별도로 구성하여 혼란을 방지할 것을 권고했다. 이런 권고내용을 반영하여 「국회의원 수당에 관한 법률」은 「국회의원 보수 및 지원에 관한 법률」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이 기사는 [국회개혁 3법을 제안한다 ②]로 이어집니다.
#하승수 #국회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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