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풋풋한 연애라는 말을 안 좋아해요"

[소녀, 소녀를 말하다⑨] 섹슈얼헬스케어업체 이브 10대 인턴 나민 인터뷰

등록 2019.01.21 07:57수정 2019.01.21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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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사회에서 섹슈얼리티는 개인의 삶에서나 사회적 차원에서 중요한 관심 영역이 되었다. 섹슈얼리티는 우리의 삶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지만 청소년에게 성은 언제나 금기시된다. 그렇기에 청소년에 대한 섹슈얼리티 담론 역시 부족하다.

청소년은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아이'이길 강요 받으며, 그 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걸레', '창녀' 등 경멸의 대상이 된다. 우리는 청소년의 성이 억압당하는 동시에 성적 대상으로 소비하는 사회의 불편함과 청소년에 대한 성적 권리의 박탈이 보호로 이어지리라는 사회의 사고방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에 성을 욕망하고 실천해온, 성에 대해 침묵할 것을 강요받았던 청소년 당사자들의 성적 욕망, 실천,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그 답을 찾고자 한다. 그렇게 섹슈얼 헬스케어 브랜드 이브의 10대 인턴 '나민'님과의 만남이 진행되었다.
 

섹슈얼헬스케어 브랜드 이브의 10대 인턴 나민과 “소녀 소녀를 말하다” 기자단원들이 함께 만남을 가졌다. 왼쪽부터 재원, 서진, 나민 순. ⓒ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

 
학교에 100개가 넘는 콘돔을 달았어요!

- 만나서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나민: "저는 올해 스무 살이 되는 권나민이구요. 청소년의 성과 연애, 사랑, 몸, 섹슈얼리티에 대해서 엄청나게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일상적으로 친애의 감정을 자주 느꼈던 것 같아요. 유치원 때도, 초등학교 때도, 중학교, 교등학교 때도 꾸준히 누군가를 좋아했어요.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몸의 감각이 달라지는 걸 느낄 때가 있잖아요. 아랫배가 간질거린다거나, 가슴이 빠르게 뛴다던가 하는 변화들. 그런데 왜 이런 거(몸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는 없을까?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이를테면, 저는 지금 교회에서 유아부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줘요. 로미오와 줄리엣, 빨간 모자, 인어공주...여러 동화책들은 여러 복합적인 감정을 많이 다루잖아요. 가령 로미오와 줄리엣은 복수심, 절망을 다루고, 인어공주도 사랑 때문에 물거품이 되어버리죠. 어릴 때부터 이러한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거에 대해서 이상하게 보지 않잖아요.

증오라는 감정이 위험하다고 19세 이상에게만 허락하지 않잖아요. 복수심을 19세 후에 알라고 하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왜 성에 대한, 몸과 섹슈얼리티에 대한 감각이나 이야기는 왜 열아홉 살 이후에 알라고 하지? 왜 자위에 대한 이야기, 내 몸을 들여다보고 감각하고 싶고, 내 욕망에 대한 이야기는 자꾸만 19세 이후부터 하라고 하는 거지? 의아했어요. 그렇게 따지만 복수심이 더 위험한 거 아닌가?" 

- 텀블벅에서 자색고구미 펀딩을 하는 것을 보고, 인터뷰를 요청드리게 됐어요. 혹 청소년 섹슈얼리티에 대해 하셨던 활동에 대해 들어볼 수 있을까요?
나민: "저는 언어에 대해 집중하고 싶어요. 그 중에서도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일상어'에 대한 관심이 커요. (섹슈얼헬스케어 브랜드 이브에서 인턴을 하면서) 통념적인 문장에 대한 글을 가져다가 칼럼을 다섯 편 정도 썼어요. 이브는 콘돔 구매가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매달 초 콘돔을 2개씩 보내주는 '프렌치레터' 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야 이 걸레야', '학생이 어디서 연애를 해' 같은 문장을 주제로 글을 썼어요.

일상적인 어휘들이 어떠한 해악의 상황을 지속시키고 있는지 말하고 싶었어요. 어떤 사고가 '학생이 어디서 연애를 해.' 같은 말들을 하게 하는지, 또 그러한 말들이 일상어로 가능해짐으로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길 요청하는글을 썼어요. 칼럼 외에도 청소년 섹슈얼리티에 관한 만화를 그렸어요.

텀블벅으로 청소년 섹슈얼리티에 대한 문제의식과 더불어 요청하고 싶은 새로운 상상을 담은 펀딩을 진행했어요. 학교에서 함께 이우학교 성교육 팀ESC를 같이 하고 있는 '세현' 이라는 친구와 함께 (세현이라는 친구와는 이브 인턴을 할 때, 함께 만화를 같이 그린 친구예요. 저는 글 콘티를 썼고, 세현이가 그림을 그렸어요.) 작은 책과 뱃지, 엽서, 스티커, 포스터를 만들었어요.

자색고구미는 자주적인 섹스를 고민하고 구상하는 나 (ME) 라는 뜻인데, 세현이와 함께 좋은 필명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마시고 있던 고구마 라떼를 보고 떠올리게 된 이름이에요. 지금은 텀블벅에 펀딩을 했던 '비상구에는 모기가 많았어요'라는 책을 다시 리뉴얼해서 7월 정도에 다시 프로젝트를 진행해볼까, 하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혹 다시 펀딩을 진행하게 된다면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
                                                                                         
학교에서 콘돔 전시회를 지금 2년째 진행 중이에요. 성교육 시간에 강사님께서 콘돔을 꺼냈을 때 나오는 반응이 '으으' , '이상해. ', '저걸 낀다고?' 였던 게 속상했어요. 수 차례의 성교육 받아왔음에도 왜 콘돔에 대해서는 이렇게 반응이 편협한 것이냐! 아주 크게, 아주 거창하게, 아주 쩌렁쩌렁하게 발화하자! 라는 생각으로 콘돔 전시회를 기획했어요. 학교에 게르라는 공간이 있는데, 이 공간에 100개가 넘는 콘돔을 달았어요. 첫 느낌이 미적 경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경탄 이후에 나올 인식은 콘돔이 아주 일상적인 영역에 위치하고 있다는 인식이 길 바랐어요. 콘돔에 대해 지니고 있는 통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여 우리가 그 동안 통념적인 느낌에 의존해 무지의 상태를 지속하기만 했던 성에 대한 담론에 대한 발화가 가능할 수 있길 바랐어요. 무엇보다 이러한 성에 대한 이야기가 자랑거리도, 유희거리도, 비난거리도 아닌. 그저 마땅하고 일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으면 했어요.

점심시간에는 콘돔 착용 교육도 진행했어요. 그렇게 시작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도 더 반응이 좋아서 2년 째 진행하고 있어요. 가능하다면 올해는 다른 문화공간을 빌려 콘돔전시회를 크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학교에서 콘돔전시회를 통해 굉장히 많이 성담론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했거든요. 여러 언어로 여러 서사를 만들어 내고 싶은 것 같아요. 섹스에 관해 전시회가 됐든, 영상이 됐든, 만화가 됐든." 

-[소녀, 소녀를 말하다] 기자단원 분들도 소개를 부탁드려요. 섹슈얼리티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과정도 알려주세요.
재원: "소소말 기자단 프로젝트의 일원인 서재원입니다. 연애 등에 대해 굉장히 큰 책임감을 가져야 되는 것이고, 무거운 것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주변 친구들을 보니 그렇지 않았던 거죠. 연애라는 게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다양한 모습들이 존재하고 있구나 라는 걸 지금도 배워나가고 있어요. 제 친구들 중에서는 성적 경험을 한 친구들도 꽤 있더라구요. 주변의 경험들을 들으며, 좀 더 청소년 섹슈얼리티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서진: "저는 노서진이라고 해요. 생각해보면 아빠가 들어올 때 포옹하고 뽀뽀하는 건 당연하다고 배웠어요. 그런 것이 성적이라고 느끼지 못하고 당연한 것이라고 배웠는데요. 중, 고등학생이 되면서 내가 선택한 사람들, 합의된 관계 안에서 성적 관계를 맺으며, 쾌락이란 걸 알고, 느끼게 된 것 같아요." 

- 성적인 정보를 처음 접하게 된 과정, 그 속에서의 고민들이 궁금해요.
나민: "너무 접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소위 '야한 것'이라고 했을 때, 수위가 있는 인터넷 소설, 부모님 아이디로 보는 야한 만화 같은 한정적인 것들로만 생각되잖아요. 그래서 지금도 뭔가 야한 것을 느끼고 싶다고 할 때, 어디서 봐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포르노가 아니라 나의 섹슈얼 판타지를 구축하자는 글을 보고 너무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럼에도 영상매체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느끼고 싶은데, 너무 한정적이고 편협한 컨텐츠들만 있는 거죠.

친구랑 학교에서 프로젝트를 하며, '왜 성인만화의 대사, 상황, 여자의 포즈는 늘 똑같지?'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요즘 우리가 성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게 포르노의 '방의 상태' 같다고 생각을 할 때가 많아요. 성관계를 할 때에도 보고 체득한 게 그것밖에 없으니 신음소리를 내고, 통상적으로 여기가 성감대라고 하는 부분에만 반응을 하고, 그 외의 감각이 무엇인진 모르잖아요. 내 몸을 설명할 때, 나는 젖었다, 딱딱해졌다, 말고는 우리의 상황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없는 거예요. 몸의 감각에 대한 언어가 너무 협소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람들이 섹스라는 말을 엄청 불편하게 느끼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조금 과한 표현일 수도 있지만 오늘날의 섹스는 포르노의 빙의상태라는 생각을 해요. 빙의된 포르노의 유령이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에요. 성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만, 성이 무엇이다, 에 대한 통념은 쉴새없이 밀려오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섹스라고 하면 생각하는 게 교성을 지르는 여자와 엄청 큰 성기를 가지고 있는 남자. 무조건 삽입섹스, 뿐인 거죠. (웃음)

저는 섹스라는 게 굉장히 일상적인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빙의된 포르노를 보며) 타인의 몸과 타인의 감각만을 알고 있으니까, 거기에 부합하지 않는 나의 몸과 감각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게 되는 것 같아요.. 겨드랑이 털 어떡하지, 나는 살이 많은데, 나 가슴 되게 작은데.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는 거죠. 그런데 사실 섹스는 카메라 앞에서만 이루어지는 행위가 아니라, 굉장히 일상적인 행위이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상 속에서 섹스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2년째 개최되고 있는, 콘돔에 대한 통념에서 벗어나기 위한 콘돔 전시회 ⓒ 권나민

   
'발랑까진 년놈들' 이라는 호통을 넘어

- 청소년의 연애와 섹스에 대해 불편할 정도로 사회적 통념을 느낀 적이 있나요?
나민 : "저는 풋풋한 연애라는 말을 안 좋아해요. '청소년 시기에는 풋풋한 것이 정상이다'라는 말이 은연중에 있는 것 같거든요. 풋풋함을 벗어나는 것들을 했을 때에는 가차 없이 질타받기 쉽게 하는 것만 같았어요. 고등학교 때 처음 연애를 했을 때, 벤치 같은 곳에 앉아서 연인의 무릎 위에 누워있었는데, 선생님이 유리창 너머로 보신 거예요.

'학교는 공적인 공간이니, 좀 자제해 주면 좋겠다'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때 '그럼 우린 어디로 가라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생들은 아침 일찍 학교에 가고, 수업이 끝나는 여섯시 이후에도, 동아리랑, 야자 등으로 집에는 열시가 넘어서 귀가하잖아요.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는 처지인데 자제하라고 하니, 답답한 기분이 들었어요.

제 친구는 추운 날이어서 서로 끌어 앉은 채로 버스를 기다렸는데, 할아버지가 구태여 길까지건너 와서는 '발랑까진년놈들!'이라고 했다고 하더라고. 왜 타인이 연애하는 두 주체에게 쉬이 개입할 수 있는 건지 의문이었어요. 개입은 어리면 어릴수록 심해지는 것 같아요. 유치원 애들이 손잡고 걸어가면 누구든 서슴없이 '어머~너네 사귀니?'라고 관계를 명명하듯요."

재원 : "저희 중학교 성교육 할 때가 생각나네요. 보건 시간이었는데 주제가 '건전한 이성친구와의 관계를 쌓아가는 법'이었어요. '이성 친구랑 같이 있을 때 손잡는 거만 가능하다', '같은 방에 있을 때에는 방문을 열어놔야 한다'와 같이 매우 제한하는 말들이 대부분이었어요. 피임도구에 관해서는 실제 모형을 가지고 콘돔을 씌우는 연습까지 했었는데, 이걸 청소년이 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의 대해서는 말을 안 해줬던 것 같아요.

'너희들은 이런 거 어른 돼서 써라'라는 뉘앙스였어요. 사용법 외에 다른 정보들은 설명이 별로 없었어요. 콘돔이 모텔, 약국, 성인용품점 등 파는 곳이 다양한데 각각 품질이 어떻게 다른지도 학교에서가 아닌 친구한테 겨우 들었던 것 같아요. 정보가 정말 제한적이었죠."

나민 : "통상적으로 청소년이 섹스를 할 때에는 비상구나, 아무도 없는 학교 혹은 공원, 주차장 같은 곳에서 한다고 해요. 사람들의 눈을 피하려고 하다 보니 비위생적인 곳에서 할 수 밖에 없는 거예요. 섹스를 하고 나면 제대로 된 피임도구도 사용하지 못하고 급하게 휴지로 처리해야 하는 것에 서글펐어요.

그래서 학교에 콘돔 자판기를 설치해달라고 건의한 적도 있어요. 제가 나온 학교는 대안학교고 젠더감수성도 높다고 생각을 해서 분명 들어줄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안 받아 주시더라고요. 그때 조금 많이 충격을 받았던 것 같아요. 성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을 하고 나서 자판기 설치를 진행하자고 하면 이해했을 것 같은데, '중학교 아이들이 우려된다' 라는 게 먼저의 대답이더라고요. 중학생들이 섹스를 할까봐 걱정된다는 거잖아요.

콘돔자판기가 섹스를 장려하는 듯해 우려된다고. 섹스는 이미 행해지고 있고 도처에 깔려 있는 것들인데, 이러한 것들을 보지 못하고 '어떻게 청소년이 감히 섹스를 해?'라고 다그치기만 하는 어른들의 태도에 화가 났던 것 같아요. '섹스'가 우려되는 까닭도 포르노의 그것에서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이잖아요. 그 편협한 이미지의 상태를 지속하려고 애쓸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 청소년이 포르노에서 성적 대상화가 되고 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나민 : "청소년들이 연애, 섹스를 하면 펄쩍 뛰면서, 야동사이트를 들어가 보면 배우들이 어려 보이려고 교복을 입고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정말 모순적이죠. 가뜩이나 숨어서 보는 건데 한술 더 떠서 '교복물'이라고 하면 아찔한 기분을 느끼게끔 조장하는 것 같아요."

재원 : "제 친구들한테 이런 말을 많이 들었어요. 학교에서는 안 가르쳐 주지만, 어차피 야동을 보면서 다 배운다고요. 하지만 야동이라는 것 자체도 섹스의 온전한 모습이 아닌 편협한 모습을 보여준 다는 것에 문제가 있죠. 야동 사이트에 교복입고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셨는데, 오히려 사회가 그걸 조장했다고 생각해요. 청소년에게는 섹스도 안 되고 연애도 제한적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더욱 고립되고 편협한 시각을 만들어내죠."

서진 : "교복이 많이 등장하는 게 '제복 판타지'와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여경물', '여의사물'처럼 깨뜨려서는 안 되는 공적인 영역의 여자들을 사적인 영역에서 마음껏 희롱하고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존재로 바꿔서 정복감을 느끼는 거죠. 청소년에게 순결해야 한다고 하거나, '첫경험'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하는데, 이것이 '내가 이 사람의 첫 성관계 상대다.'라는 것에서 오는 정복감, 소유욕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성과 사랑의 서사를 찾아

- 최근의 로리타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왜 어린 아이들의 사랑을 어른의 언어로 빌려 이야기하지, 어른이 유아적 분장을 하고, 유아의 사랑을 노래하고.'
 
나민: "첫사랑을 시작하는 나이가 초등학교 5~6학년 즈음인데, 학교에서 가르치는 이성애 말고 다른 느낌의 감정이 드는 것도 이 시기라는 기사를 읽었어요. 그런데 우리는 그 시절의 학생들, 그 시절을 거쳐 가는 학생들에게 맞는 교육이나 배움, 이미지 같은 게 전혀 없다고 생각해요. 사실 우리도 초등학교의 연애를 응시할 줄 모르고, 유치원생의 연애를 응시할 줄 모르잖아요. 노년의 연애도 마찬가지고.

우리가 익숙하게 응시할 수 있는 것은 20~40대 안팎의 연애뿐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가 응시할 줄 아는 성의 나이가 너무 한정적이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었고, 동물들을 의인화하듯이 어린 아이들도 2~40대의 시각으로 응시해내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로리타'라는 것도 그거잖아요. 2~40대 남성이 전혀 다를 텐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시각으로 어린아이를 보는 것. 그랬을 때 우리가 되찾아야 하는 것은 2~40대 외의 다른 세대들의 사랑의 언어, 사랑의 시각, 사랑의 풍경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 서사들이 많아져야 하는 게 아닌가 싶고요."

- 의제강간연령 상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응시함에 있어서, 어떠한 요인들을 잡아서 쉽게 일축하는, 고정성과 절대성에 가둬버리는 응시하기를 지속하고 있는 게 아닐까.'
 
서진: "저는 의제강간연령 상향을 반대하는 입장이거든요. 특정 나이를 기준으로, 그 사람이 어리다는 이유로-미성숙하다는 이유로 '행위 자체'를 금지할 순 없다고 생각해요. '아동성폭력이 많으니 아동과의 성관계를 금지해야 한다'라는 말은 너무 고민이 부족한,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지 못하는 단편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그 나이 이전에 맺었던 모든 관계들이 부정 당하는 느낌? 그러면 '내가 만 13세 미만일 때 맺었던 모든 관계들이 모두 폭력적이었냐'고 하면 그렇지만도 않거든요."

재원: "저는 찬성, 반대를 구분하자고 하면 반대인 쪽에 좀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의제강간연령을 상향하자는 문제가 청소년과 비청소년 간의 위계관계 안에서 발생하는 위협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자는 데에서 나온 거잖아요. 그런데 저는 '성관계를 맺는 데에 위계관계가 발생하는 게 나이만의 문제일까?'라고 하면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젠더적인 문제도 있고 여타 다른 이해관계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성관계를 할 때에 위계관계가 생기는 것의 문제가 무조건 나이 때문이다'라는 건 너무 단편적인 생각이 아닐까."

나민: "청소년한테는 돌기형이랑 사정지연형을 판매하지 않는 쾌락통제법이 같이 떠오르는데요. 그들이 향유하는 섹스는 뭔가 어딘가 모르게, 자신의 의지와 되게 무관할 것이며, 굉장히 많은 위험요소를 포함하고 있을 것이라고 가정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봐요. 말씀주신 것처럼 나이가 기준이 되는 게 상당히 언짢았던 것 같아요. 자꾸만 초점이 '열다섯, 열여섯, 열일곱, 중학생, 고등학생' 나이에 맞춰지니까. 이렇게 점점 더 나이가 언급이 될수록, 그 외의 상황들, 젠더나 파트너끼리의 상황, 섹스를 하게 된 과정 같은, 그런 모든 것들이 경시 되어 버리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재원: "저는 의제강간연령을 상향/하향한다를 논의하기 이전에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교육이 진행되고,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청소년의 연애와 섹스를 금기시하는 게 아니라."

서진: "저는 세대 간의 소통 부재에서 발생하는 문제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세대 간의 소통이 잘 이루어져야 할 것 같아요. 너무 서로 간의 인식도 부족하고, 소통도 부족하고,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는 면이 있는 것 같아서. 세대간의 격차를 줄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

나민: "저는 논의들을 볼 때마다 서사가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웹툰 같은 걸 보면 성관계를 '쾌락!' 아니면 '스릴러적인 것' 이 두 가지로밖에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우리한테는 그 외의 서사, 섹스에 대한 서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성적인 것이 이루어질 것 같은 상황에 대해 스릴러적 요소, 쾌락적 요소 말고 다른 어떤 게 가능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걸 요청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성교육의 필요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다들 서사를 많이 만들어 내면 좋겠어요. 청소년의 연애-섹스 담론에 대한 서사는 너무너무 천편일률적인 것 같아서."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숭고한 것도, 깨트려선 안 될 것도, 부끄러운 것도 아니다. 더 많은 여성들의, 청소년들의 섹슈얼리티 서사들이 생겨나야 한다.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공적인 자리에서 논의될 수 있을 때에, 성평등한 사회는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소녀, 소녀를 말하다' 프로젝트는 소녀가 직접 소녀의 삶을 취재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스쿨미투, 가부장제, 탈코르셋, 팬덤문화 등 소녀의 삶과 맞닿아 있는 주제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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