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들은 왜 평화운동을 하는가?

[평화어머니 일본 오키나와 원정투쟁기 1]

등록 2019.01.21 14:33수정 2019.01.2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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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의 관계가 캄캄할 뿐만 아니라 트럼프의 험한 언사로 전쟁 일촉즉발의 위기에 있을 때인 2017년 12월,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평화어머니회 등 평화를 갈망하는 여성들은 평창에서 고성까지 4박5일 평화걷기를 기획했다. 기적과 같이 김정은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밝혔고, 2018년 1월 15일부터 19일까지 여성들 100여 명은 평화를 간절히 염원하며 고성 GP까지 4박 5일을 걸었다.

춤추며 노래하고 걸으며 구호를 외쳤고 북의 영화를 보고 토론을 했다. 마지막 날 참석자들은 각자 '지역으로 마을로 돌아가 평화바라기가 되어 한반도가 평화의 땅이 되도록 마중물이 될 것'을 다짐했다.

그들이 일 년이 지나 다시 1월 21일부터 25일까지 일본 오키나와에 가서 평화를 위해 걷기로 마음을 모았다. 2015년부터 시작한 평화어머니회의 미 대사관 앞에서의 일인시위는 북미정상회담 이후 300회를 기점으로 중단되었다. 그러나 미국의 군사주의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목도하고 수십 년 간 무력으로 팔레스타인을 침략하고 있는 이스라엘 대사관 앞으로 활동의 범위를 넓히며 재개했다.

평화어머니회 활동을 하면서 미국은 유엔의 탈을 쓴 미군사령부 소속의 유엔사령부를 이용해서 평화로 가는 한국의 발목을 겹겹으로 붙잡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에 널리 퍼져있는 군사주의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서는 세계연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선 일본으로 가서 일본여성들과 손을 잡기로 했다. 목적지는 주일미군의 75%가 집중되어있는 오키나와! 2015년의 백악관 원정투쟁 때처럼 비용은 최소로 잡았다. 그것도 분납을 해야 하는 어머니들이 대부분이지만.

로버트 넬러 미 해병대사령관은 얼마 전 대규모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에 이어 소규모 연합훈련이 미뤄질 가능성이 거론되자 미 국방부의 간담회에서 "한국에서 진행되는 훈련은 해병대의 준비 태세를 위해 필수불가결하다"며 "대대 수준에서 훈련 조건이 잘 갖춰진 한국에서 훈련할 기회를 놓치면 우리 미군은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말했다.

남북의 정상이 전쟁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선포한 마당에도 미국은 악착같이 2019년에도 2000억에 달하는 글로벌 호크 정찰기, 1조 6000억에 달하는 F-35A 전투기 등 무기를 팔아먹고 있다.


얼마 전 러시아군은 미군이 시리아에서 철수했지만 철수 직전 두 달 사이에 시리아 동부 하진의 민간인 거주 지역에 '백린탄(白燐彈)'을 네 차례나 투하했다고 주장했다. 백린탄은 1949년 제네바 협약 부속의정서에 따라 거주 지역에 사용이 금지된 치명적인 발화용 폭탄이다. 인류최악의 무기로 불리는 백린탄의 공격을 받으면 죽을 때까지 꺼지지 않는 불에 고통을 당하다 죽고 만다.

일제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주었기 때문에 고맙기 한량없는 나라로 어려서부터 배워왔는데, 미국은 왜 이렇게 무서운 나라로 변한 걸까? 그 주범은 거대한 무기자본일 것이다. 미국의 록히드 마틴, 보잉, 레이시온, 제너럴 다이내믹스, 노스롭그루먼 등 5대 무기회사가 일 년에 판매하는 무기의 액수는 120조원을 훌쩍 넘는다.

주한미대사로 근무하다가 피습 당해 유명해졌던 리퍼트는 퇴임 후 곧바로 세계무기회사 2위인 보잉사의 부사장이 되었다. 보잉사가 그를 영입한 것은 한국정부를 대상으로 집중적 영업을 담당케 하려는 것일 터이다. 펜타곤(국방부) 출신으로 주요 임원진을 구성한 록히드마틴은 월터 샤프, 존 틸럴리 등 전직 주한미군사령관도 영입해 로비스트로 활용한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한반도는 절대로 평화로워지면 안 되는 지역이다. 무기산업은 미국을 평화를 기피하는 끔찍한 악마의 나라로 변신시켜왔다.

무기 대신 정치와 외교로 문제 풀어나가는 지혜가 열린다면

물론 무서운 모습만 보이는 건 아니다. 최근 미항공우주국(NASA)은 지질연구를 위한 탐사선 인사이트를 206일간 4억8천만 킬로미터를 비행해 화성에 성공적으로 착륙시켰다. 뉴스화면에 잡힌 환호하는 나사 과학자들은 마치 인류의 구원자처럼 보인다. 화성은 내부에 거대한 얼음 저수지가 있기 때문에 '제2의 지구'로서 인간이 정착해 살아갈 최적의 후보지로도 꼽힌다고 한다. 과연 그런가?

광활한 우주에서 동식물 등 수 만 가지 생명이 살아 숨 쉬고 있는 곳은 우리가 아는 한 지구가 유일하다. 우주 어디에 나무가 싱싱하게 잎사귀를 피우고, 새들이 지저귀고, 폭포수가 흐르고 향기 나는 꽃들이 피어나는 곳이 있는가. 우주 어디에 엄마와 아빠가 아기의 손을 잡고 나들이 하는 곳이 있는가.

천재 물리학자 와인버그나 칼 세이건은 우주개발사업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칼 세이건의 강력한 부탁으로 1989년 인류는 보이저1호의 카메라를 뒤로 돌려 한 장의 사진을 얻었다. 그 사진은 너무나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우주 가운데 얼마나 외로운 존재인지, 또한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존재인지. '창백하고 자그마한 푸른 점'은 우리가 아는 한 광활한 우주의 유일한 꽃, 고갱이, 핵심이다. 생명이 있는 것이나 없는 것이나 '푸른 점' 위의 모든 존재는 기적 덩어리다.

지구가 망가지면 제2의 지구인 화성으로 가서 살면 된다고? 우주선을 탈 권한이 있는 사람은 누구이며 몇 명이나 우주선에 태울 수 있는데? 이 아름다운 지구별에 폭탄을 퍼 붓고 귀한 생명들에 총알을 쏟아 붓고 대기가 1프로 밖에 없다는 화성에 가서는 천사처럼 서로 사랑하며 번식하며 세대를 이어 살 수 있을까?

태양의 나이가 45억년~50억년이며 앞으로도 그 정도는 존재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지구도 그러할 것이다. 다만, 무기장사꾼들의 부추김으로 서로에 대한 증오를 키워가지만 않는다면. 더 이상 핵폭탄으로, 백린탄으로, 드론으로 살육을 계속하지 않는다면, 평화담론이 확산되어 무기 대신 정치와 외교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지혜가 모두에게 열린다면 말이다.

지구에 빙하기가 오고, 미세먼지가 가득 차도 화성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소중한 곳, 수십억 년은 더 버틸 수 있는 곳이 지구다. 미세먼지를 줄일 지혜를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는 곳이 지구다. 그래서 우리는 현수막과 구호를 쓴 조끼들을 준비해서 오키나와로 향했다. 
 

평화어머니들이 20개의 조끼를 만들어 각각 다른 구호를 붙이고 있다. ⓒ 고은광순


⚫무기로 해결 말고 정치로 해결하라!
Not with Bomb, But with Politics!
武器で 解決せず、政治で 解決しろ!
⚫평화가 왔다! 군사주의 필요없다!
Peace has Come, No More Militarism!
平和が きたので 武器は 必要が ない
⚫평화가 왔으니 집에 돌아가 사랑하라!
Peace has Come, Let's Go Back Home for Love!
平和がきた。愛する家族の元に帰ろう!
⚫무기공장 문 닫아라. 지구 너무 소중하다!
Close the Bomb Factory. The Earth is So Precious!
武器工場は 閉めろ。地球は とても 大事だ!
⚫지구에 폭탄 쏟고, 화성탐사 웬 말이냐?
Pour Bombs on Earth and Explore Mars?
地球には、爆弾投げながら 火星探査は なぜ?
#평화어머니 #오키나와 #원정투쟁기 #미군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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