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둘 태우고도 자전거 씽씽, 일본 엄마들의 비결

[도쿄 옥탑방 일기 13화] 자전거의 나라

등록 2019.01.21 19:56수정 2019.01.2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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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지하철 승강장 모습. 우리보다 요금이 3배쯤 비싸다. ⓒ 김경년

 
서울보다 3배 비싼 도쿄의 지하철 요금

일본의 교통비가 비싸다는 얘기는 가기 전에도 들었지만 듣던 대로 비쌌다. 집이 있는 변두리지역 이리야역에서 학교가 있는 도심 미타역까지 지하철로 가면 310엔이 든다. 왕복하면 620엔이니 한국 돈으로는 대충 잡아도 6천원이 넘는다.

중간에 한 번 갈아타야 하는데 서울처럼 환승이 무료가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많이 드는 것이다. 지하철 환승은 물론, 지하철에서 버스로 환승할 때도 무료인 서울은 가히 대중교통 이용자들의 천국이다.

서울의 지하철요금은 교통카드로 계산할 경우 편도 1,250원이니 왕복은 2,500원. 그러니 도쿄쪽이 2배가 훌쩍 넘어버린다. 내가 다니는 구간은 환승시 70엔 정도의 할인이 적용되기 때문에 그 정도이지, 적용되지 않았다면 서울보다 3배 가까운 요금을 내야 한다.

일본의 지하철은 서울처럼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민간회사가 운영하는 사철(私鐵)이기 때문에 비싸다. 오죽 비싸면 아르바이트 시급에도 교통비를 따로 얹어서 주랴.

뭐든지 모르는 게 없는 우리 집 관리인의 도움으로 한 달 단위 통근패스를 끊어 조금 싸게 다닐 수는 있었지만, 그래도 비싸다. 관광 와서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물건 몇 개 사 보고 한국보다 일본 물가가 더 싸다고 올리는 유튜브 영상을 자주 보는데, 일본 와서 한 달만 살아 보면 곧 생각이 바뀔 것이다.

학생도, 주부도, 할머니도 모두가 자전거를 타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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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동네산책 나온 일가족. 일본인들은 참 자전거 타기를 좋아한다. ⓒ 김경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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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이토구 구립도서관 앞에 주민들이 타고 온 자전거들이 가득 주차돼 있다. ⓒ 김경년


그래서일까. 도쿄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거리를 걷다 보면 예전 우리들도 입었던 검은색 교복 입고 등하교하는 학생, 청바지에 긴 머리 휘날리며 아이들 유치원에 데려다 주는 어머니, 동네 마트에 가는 백발의 할머니 모두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사람도 많은 인도를 어찌 그리 요리조리 잘 피해 다니는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처음 도쿄에 올 때는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다닐 생각이었다. 이전에 여행 왔을 때 도쿄의 거리에 자전거를 탄 사람이 많이 보였는데 그 모습이 매우 여유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교통비가 비싸다던데 돈도 아낄 겸 건강도 챙길 겸 일석이조 아닌가.

근데 정작 도쿄에 와서는 지하철만 타고 다녔다. 도쿄의 지리도 잘 모르는데 첨부터 자전거를 타는 게 겁이 났고, 지하철역이 집에서 가까워 비싸지만 무척 편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학기를 내내 땅속으로만 다니다 보니 하루는 '내가 도쿄에 대해 아는 게 집하고 학교밖에 없는 게 아닌가' 싶어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운 자전거 대여점을 찾아 봤다. 의외로 자전거 주차장은 많은데 대여점은 별로 없다. 다들 자기 자전거를 끌고 다니지 빌려 타는 사람은 별로 없나 보다. 관광객이 많은 아사쿠사 센소지 입구에 대여점이 하나 있었다. 자전거 주차장과 대여점을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관광객 손님들이 많았는지 두어대밖에 남지 않은 자전거 가운데 하나를 겨우 빌릴 수 있었다.

200엔(약 2000원)을 내고 4시간을 빌렸다. 대여소를 지키고 있는 할아버지 한 분이 앞에 장바구니가 달린 검은색 자전거를 가져 왔다. 어르신들만 일하는 걸로 봐 구청에서 노인들을 위해 마련한 실버 일자리인 듯하다.

자전거가 날렵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쓸 만해 보였다. 아쉬운 건 서울의 '따릉이'는 어디서 빌리든 시내 어느 대여소에도 반납할 수 있지만, 이곳은 반드시 빌린 곳에 반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운영주체가 시가 아니라 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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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아사쿠사 센소지 앞 자전거대여소에서 할아버지 한 분이 일을 보고 있다. ⓒ 김경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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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나 차도와 완전 분리된 도쿄 도심지의 자전거길. 물론 다 이런 건 아니다. ⓒ 김경년

 
도쿄에 자전거 타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

우선 자전거를 타고 학교까지 가 보기로 했다. 지도를 보니 학교는 대여소에서 가까운 스미다가와 강을 따라 쭉 가기만 하면 길 헤맬 염려 없이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직선으로 쭉쭉 뻗은 도쿄의 거리를 따라 룰루랄라 페달을 밟았다.

차도는 아무래도 위험한 듯해서 인도로 가는 걸 택했다. 도쿄도 서울과 마찬가지로 인도로 자전거가 가는 것은 일부 구간만 제외하고 불법이라고는 하나 인도로 다니는 자전거가 많았다. 자전거 탄 경찰관들도 인도로 순찰 도는 걸 보니 문제 없겠다 싶었다.

도쿄는 자전거 타기에 참 좋은 조건을 타고났다. 가도가도 오르막길이 없으니 페달을 밟느라 힘이 들지 않다. 이러니 아이들도, 주부들도, 노인들도 자전거를 탈 수 있지 않을까. 안팎으로 산이 많은 서울은 짧은 거리라면 몰라도 어느 정도 거리엔 반드시 언덕이 있어 내려서 끌고 넘어가야 한다. 게다가 도쿄는 자전거를 의식해서인지 인도 폭이 넓고 포장이 잘 돼 크게 행인들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고 갈 수 있었다.

몇 년 전 서울에서 큰맘 먹고 자전거를 구입해 출퇴근을 시도한 적 있었다. 그러나 딱 이틀 타고 포기했다. 차도 일부를 자전거길로 만들어놨지만 걸핏하면 택시나 버스가 침범해 앞을 막았고, 무엇보다 위험하기도 했다. 차들이 내뿜는 매연을 맡으며 가다 보면 건강을 위해 자전거 타다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차를 피해 인도로 올라가면 갑자기 좁아지는 구간도 많아 행인들과 부딪칠 뻔한 적이 많았다.

아무튼 시골서 상경한 촌놈처럼 이거저거 구경하면서 쉬엄쉬엄 가다 보니 학교까지 2시간이나 걸렸다. 갑자기 마음이 급해져 신호가 바뀌는 순간 횡단보도를 건너가다 아저씨와 하마터면 부딪칠 뻔했다. '스미마셍' 하고 지나갔지만 내 뒤통수에 대고 엄청 뭐라 한다. 뒤돌아보니 삿대질까지 하고 있다. 어휴, 일본어를 잘 못 알아듣는 게 이럴 땐 다행이다. 평소 상냥하고 온순한 일본인들인데, 상대가 규칙을 위반했다고 생각하면 너 잘 만났다고 화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돌아오는 길은 구글지도를 따라 지름길로 왔다. 말로만 듣던 히비야공원, 도쿄역, 제국호텔 등이 눈에 들어왔다. 땅 위에 이런 세상이 있었구나. 근데 아뿔싸, 중간쯤 와서 도쿄대학 앞을 지나는데 앞바퀴에 바람이 빠진 것이다. 자전거포는 눈에 보이지 않고 교차로 건너편에 파출소가 있어 염치 불구하고 찾아갔다.

경찰관에게 가 '빵꾸, 빵꾸'하며 바람 넣는 시늉을 했더니 잽싸게 안쪽 사무실에 가서 펌프를 내온다. 그러나 바람을 넣고 힘껏 페달을 밟았더니 100미터도 못가 도로 퍼져 버렸다. 그냥 바람이 빠진 게 아니라 정말 '빵꾸'가 났던 것이다. 결국 1시간을 열심히 걸어서 마감시간 3분을 앞두고 자전거를 반납할 수 있었다. 4시간 동안 별 일 다 있었다.

아이 앞뒤에 태우고도 잘 타는 엄마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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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동네도서관에 놀러왔다 돌아가는 주부. 본인도 아이도 우비로 완전무장했다. ⓒ 김경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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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로 아이들을 태울 수 있는 전용의자를 설치한 자전거. 전기로 간다. ⓒ 김경년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여러 부류이지만 그중에서 가장 신기한 건 아이들을 태우고 다니는 주부들이다. 한국에서는 그리 흔하지 않은 장면이다.

모두 어려서부터 자전거를 타는 게 몸에 배어서인지 참 잘도 탄다. 아무리 아이라고 해도 무겁지 않을까 했는데, 알고 보니 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쉽게 나가는 전기자전거였다. 그래도 출근길 사람 많은 거리에서 아이를 앞에 하나 뒤에 하나 태우고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대단해 보였다.

그런데 지난 7월 도쿄와 가까운 가나가와현에서는 두 살짜리 첫째를 앞에, 그리고 한 살짜리 막내를 전용벨트를 이용해 안고 가다가 넘어져 막내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알고 보니 그날 비가 와 한 손에는 우산까지 들고 있었다고 한다. 안전불감증은 화를 부른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으로 도쿄 게이오대학에서 1년간 방문연구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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