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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매직' 베트남, 요르단 잡고 12년 만에 8강 진출

[아시안컵] 베트남, 20일 요르단 승부차기로 꺾고 사상 첫 토너먼트 승리

19.01.21 09:23최종업데이트19.01.2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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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막툼 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요르단과 베트남과의 16강전에서승부차기에서 승리한 베트남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2019.1.20 ⓒ 연합뉴스

 
'박항서 매직'이 베트남 축구를 아시안컵 8강으로 인도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대표팀은 20일(이하 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16강전에서 최종 스코어 1-1, 승부차기 스코어 4-2로 승리했다. 자국에서 열린 2007년 대회 이후 12년 만에 8강에 진출한 베트남은 오는 24일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 경기의 승자와 준결승 진출을 놓고 격돌할 예정이다.

요르단은 조별리그에서 '디펜딩 챔피언' 호주를 제압하는 등 2승1무 승점7점에 무실점으로 B조1위를 차지했다. 반면에 베트남은 1승2패로 D조 3위에 머물며 레바논에게 페어플레이 점수에서 앞서며 가까스로 16강행 막차 티켓을 따냈다. 하지만 8강에 진출한 팀은 조별리그 전체 6위에 오른 요르단이 아닌 16위 베트남이었다. 박항서 감독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베트남 선수들이 만들어 낸 또 하나의 이변이었다.

지나치게 신중한 경기를 펼치다가 선제골 허용한 베트남

베트남은 1956년과 1960년 아시안컵에서 연속 4위를 기록한 후 47년 동안 아시안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2007년 개최국 자격으로 8강에 올랐던 베트남은 2011년 카타르 대회와 2015년 호주 대회에서도 나란히 예선에서 탈락하며 본선무대를 밟지 못했다. 하지만 베트남은 2017년 3월부터 1년 동안 진행된 2019년 UAE대회 예선에서 요르단에 이어 C조 2위를 차지하며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그리고 예선 C조에서 나란히 1, 2위를 기록했던 요르단과 베트남은 본선무대, 그것도 8강 진출을 가리는 단판 토너먼트에서 재회했다. 요르단은 조별리그에서 '디펜딩 챔피언' 호주를 1-0으로 꺾으며 B조 1위를 차지했고 D조 3위였던 베트남은 와일드 카드 4위로 가까스로 16강행을 확정 지었다. 조별리그에서는 요르단이 승점 7점을 챙기며 좋은 경기를 펼쳤지만 피파랭킹은 오히려 베트남(100위)이 요르단(공동 109위)보다 우위에 있다.

베트남은 지난 17일 예멘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 후 이틀 밖에 쉬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활동량을 줄인다면 베트남 축구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날도 베트남은 요르단보다 한 발 더 뛰면서 체력싸움을 펼쳐 나갔고 요르단은 피지컬의 우위를 앞세워 베트남을 힘으로 압박했다. 요르단은 전반 16분 첫 번째 유효슈팅을 기록했지만 베트남의 당반람 골키퍼가 어렵지 않게 잡아냈다. 

요르단은 전반 20분을 전후로 볼 점유율을 높이며 경기의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베트남은 라인을 내린 밀집수비로 요르단의 공세를 잘 막아냈고 27분에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수비수 도안 반 하우가 기습적인 헤더로 요르단 골문을 노렸다. 전반 후반까지 접전이 이어지는 듯 했지만 요르단은 전반 38분 간접 프리킥 상황에서 바하 압델라만이 절묘한 오른발슛으로 선제골을 넣으며 1-0으로 앞선 채 전반을 마무리했다.

베트남은 기본적으로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실점을 최소화하다가 스피드를 활용한 역습플레이를 통해 득점을 노리는 경기 스타일을 추구한다. 이 같은 베트남의 역습축구는 작년 AFC U-23 대회 준우승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을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물론 수준이 비슷하거나 낮은 팀들과 주로 싸운 스즈키컵에서는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했다). 하지만 전반에 선제골을 허용한 베트남은 후반 경기 스타일의 변화가 불가피했다. 

특유의 끈끈한 수비 축구로 만든 아시안컵 첫 토너먼트 승리
 

20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막툼 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요르단과 베트남과의 16강전에서 박항서 베트남 감독이 득점 기회를 얻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있다. 2019.1.20 ⓒ 연합뉴스

 
16강전부터는 '졌지만 잘 싸웠다'는 말이 소용없는 단판 토너먼트 경기가 펼쳐진다. 지고 있는 팀이 전반처럼 수비 후 역습을 노리는 경기를 이어가다간 상대가 함께 수비적인 전술로 나오면 허무하게 패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박항서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선수들의 라인을 끌어 올리며 동점골을 위한 적극적인 전술 변화를 단행했다.  

그리고 베트남의 적극적인 공세는 예상보다 빠른 시간에 결실을 맺었다. 베트남은 후반 5분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받은 느엉 꽁 프엉이 오른발로 강하게 차 넣으며 동점골을 기록했다. 스즈키컵에서는 응우옌 아인득에 밀려 주로 벤치에 머물렀지만 꽁 프엉은 '베트남 메시'로 불리며 베트남 현지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스타 플레이어다. 꽁 프엉은 조별리그 무실점이었던 요르단의 골문을 처음으로 연 주인공이 됐다.

동점골 이후 기세가 오른 베트남은 특유의 리듬이 살아났고 요르단 역시 다시 앞서가는 골을 만들기 위해 신중하게 공격을 풀어 나갔다. 양 팀은 후반 중반 이후 선수들을 교체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양 팀 모두 체력이 떨어지면서 확실한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결국 베트남과 요르단은 16강전 첫 경기부터 연장전에 돌입했다.

박항서 감독 부임 후 연장전 진흙탕 싸움이 익숙한 베트남은 연장전에서도 신중하게 경기를 펼치며 요르단의 공세를 잘 막아냈다. 요르단은 두 선수를 한꺼번에 교체하며 체력적으로 뒤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조심스러운 경기를 펼치는 베트남의 밀집 수비를 뚫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결국 베트남은 연장 30분을 잘 견디고 경기를 승부차기로 이끌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그리고 '박항서 매직'은 베트남이 승부차기에서 요르단을 4-2로 꺾고 8강에 진출하는 것으로 완성됐다. 이로써 베트남은 2007년에 이어 12년 만에 아시안컵 8강 무대에 오르게 됐다. 특히 참가국이 24개국으로 늘어난 이번 대회에서는 토너먼트 승리를 통해 8강에 진출했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8강 상대가 어느 팀이 되든 베트남이 열세가 될 것은 분명하지만 박항서호는 8강에서도 베트남 축구팬들이 그토록 바라는 새로운 기적에 도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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