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이번엔 박원순 겨냥 "혁명광장 만드나" 공세

이순신장군 동상 옮기고 촛불 혁명 문양 작업에 한국당 반발

등록 2019.01.22 18:02수정 2019.01.2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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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1일 서울시가 공개한 새로운 광화문광장(작품명: Deep Surface, 부제: 과거와 미래를 깨우다)의 조감도 ⓒ 서울시 제공


한국당 "박원순 대선 프로젝트" 비난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프로젝트가 발표 하루 만에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다.

자유한국당은 광장 재구조화가 "박원순 시장의 대선 프로젝트가 아니냐"며 의구심을 보이고 서울시는 "2년 전부터 준비된 사업"이라고 반박했다.

박 시장은 21일 세종대로 왕복 10차선을 6차선으로 줄이고 광화문광장을 지금보다 4배로 넓히는 내용의 새로운 광장 공모 당선작을 발표했다. 도로 교통량을 억제하고, 지하에 GTX역을 새로 만들고 광화문에서 동대문까지 4km의 지하 보행로를 만드는 등 도심을 보행자 중심의 거리로 만들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발표 내용 중에서 설계팀이 세종대왕상과 이순신장군상을 세종문화회관 옆과 옛 삼군부 터(정부종합청사 앞)로 각각 이전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광장 바닥의 일부 공간에 촛불 혁명의 이미지를 재해석한 원형 패턴을 새기기로 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이것을 놓고 22일 자유한국당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가의 역사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념성, 정파성이 있는 것을 그 광장에 입히겠다고 한다.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까지 지우고, 이념의 역사만을 대한민국 얼굴로 만들 것인지 묻고 싶다"고 힐난했고, 같은 당 이채익 의원(국회 행정안전위 간사)도 "이순신 동상을 철거하고 박원순 대선 프로젝트 사업을 한다는데 행안위 차원에서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여느 사회주의국가들에 있는 것처럼 우리도 '혁명 광장'을 만들자는 취지로 보인다"며 "촛불의 등에 올라타 여의주를 물자는 대권 계산으로도 읽힌다. '20년 집권'을 광화문 광장 바닥에 새겨놓겠다는 섬뜩한 장면"이라고 공격했다.

한국당에서는 이외에도 대변인 논평이 2건이나 나왔다. 한국당의 민감한 반응에는 역사적인 맥락이 있다.

이순신 장군상은 1968년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만들어졌다. 이듬해 4월에는 아산의 이순신 장군 사당(현충사)이 대대적으로 중건됐다. 박 대통령의 이순신 성역화 사업을 놓고 "일본군 장교를 지낸 대통령이 1965년 한일 국교 수립을 강행했다는 비판을 성역화 사업으로 잠재우려고 했다"는 비판론이 있다.

광화문광장에 새겨질 '촛불 혁명' 문양은 2016, 2017년 광장의 대규모 시위로 인해 탄핵받고 쫓겨난 박근혜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두 명의 대통령을 뿌리로 두고 있는 한국당으로서는 이순신상 이전과 촛불 문양 작업이 '진보 정권의 보수 지우기'로 해석될 단서가 되는 셈이다.

서울시, '지난해 발표했는데 왜 이제 와서'  어리둥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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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남소연


광화문광장 재구조화가 박원순 시장의 주도로 추진되는 것도 마뜩잖은 대목이다. 박 시장은 "인공적 랜드마크를 만들기 위해 에너지를 쓰는 대신 서울의 역사문화, 자연, 사람이 제대로 발현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누누이 밝혀왔다.

그러나 2005년 청계천 복원으로 인기를 끌었던 이명박 대통령의 예처럼 "새로운 광화문광장이 박원순의 '청계천'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당으로서는 박 시장이 여당의 차기 대선주자군에서 빠질 때까지 공세의 끈을 늦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한국당의 갑작스러운 공세에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박 시장이 2017년 4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구상을 밝히고, 지난해 4월 기본 계획을 발표할 때는 가만히 있다가 "왜 이제 와서 대권과 연결 짓느냐"는 반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의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도 공사 기간의 교통대책 정도 빼고는 별다른 이견이 나오지 않았다"며 "광장 재구조화 작업은 차질 없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동상 이전 등에 대해서는 안을 확정하지 않고 여론을 주시하고 있다. 재구조화의 핵심이 중앙분리대 형태의 광장 모양을 바꾸는 것이었던 만큼 설계팀은 "이순신상과 세종대왕상의 이전은 불가피하다"고 제안했고, 심사위원단은 "이순신상은 놔두고, 세종대왕상만 옮기자"는 중재안을 내놓은 상태. 양측의 얘기를 들은 박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온 국민의 관심사이니 연말까지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광화문광장 #박원순 #나경원 #윤상현 #이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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