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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물'이지만 욕망에 당당했던 염정아, 나를 돌아보게 했다

[리뷰] JTBC 드라마 < SKY 캐슬 >에 내가 빠져드는 이유

19.01.23 18:46최종업데이트19.01.23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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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드라마에 빠져들어 몰입하고 있다. 최근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JTBC 드라마 < SKY 캐슬 >이다. 단순히 재밌다는 생각을 넘어, '이게 왜 재미있을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이 드라마에 거의 모든 인물(캐릭터)에 종종 내 모습을 투영하게 되는 동시에, 그들의 거침없는 모습에 속이 후련하기도 하다. 물론 상황과 배경은 절대적으로 다르지만 극중 인물들에게 동질감도 느끼고 부럽기도 하고 배움을 얻기도 한다. 
 

JTBC 드라마 < SKY 캐슬 >의 한 장면. ⓒ JTBC

 
가장 적나라한 욕망의 소유자인 한서진(염정아 분)은 특히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인물이었다. 그는 속물적이라도 당당하게 갖고 싶어 하고 또 그것을 위해 불도저처럼 추진하는 실천력을 갖고 있다. 감추고 싶은 치부는 거짓말을 해서라도 어떻게든 숨기고 살아간다. 그 캐릭터를 보며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나? 사실 사람들이 알면 손가락질할까봐 나는 애써 그동안 내 욕망을 숨기려했던 것 같다.

나는 가진 것도, 내세울 것도 없는 집안이 싫고 원망스러웠지만 그 역시 내가 짊어지고 갈 십자가라고 생각했다. 돈과 직업보다는 남편의 자상함과 따스함이 좋았지만, 반대로 돈을 중요시 해서 배우자를 골랐다면 나는 어떤 위치에 있을까 하는 소모적인 생각에도 잠기게 한다. < SKY 캐슬 >의 한서진은 내세울 것 없는 집안에서 탈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배우자 역시도 돈과 직업을 보고 고른 인물이니 말이다. 물론 타인을 짓밟고 불의를 저지르면서 욕망을 향해 내달리는 '폭주기관차' 같은 괴물이 되고 싶지는 않다. 아마 한서진은 진짜 괴물이 아니기에 계속 실패하고 좌절하고 울고 소리치는 게 아닐까. 
 

< SKY캐슬 > 스틸 사진 ⓒ JTBC

 
이수임(이태란 분)은 본능적으로 타인에 대한 오지랖을 부리는 사람이다. 힘든 사람, 아픈 사람, 고민이 있는 사람을 그냥 두고 보지 못하고 항상 도와주는 인물이다. 하지만 선뜻 나설 수는 없다. 이수임은 상대방이 의사든, 변호사든, 부자든 상관하지 않는다. 그는 그만의 자존감이 분명히 있는 캐릭터다. 다만 그녀는 이미 모든 것을 다 갖춘 듯한 입장에서 다른 이들에게 도덕과 양심을 지키라고 조언한다. 나도 저런 사람이고 싶지만 이수임처럼 의사 남편도, 좋은 집도, 공부 잘하는 자식도 없기 때문이라는 말도 안 되는 불평을 하기도 한다.

극중 유일하게 성장하는 캐릭터 노승혜(윤세아 분)를 보면 점점 똑 부러지는 모습에 감탄한다. 18회에서 그는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이면서 아이들에게 폭력적이기까지 한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그리고 반성문을 쓴다. 자신의 아버지를 피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결혼한 점, 그런 남편에게 아이들을 지켜내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반성문과 함께 남편 차민혁 교수(김병철 분)에게 이혼 서류를 보내는 장면은 그를 존경스럽게까지 보이게 했다. 
 

< SKY캐슬 > 스틸 사진 ⓒ JTBC

 
서울대 의대에 집착하는 예서(김혜윤 분)를 보면 어린 시절 내 모습이 떠오른다. 대학이 오로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기를 쓰고 공부했다. 물론 나에게는 한서진 같은 엄마도 강준상(정준호 분) 같은 의사 아빠도 없었다. 그러나 '공부만이 살길이다'라고 생각하며 악을 쓰고 공부했다. 그 때문에 어그러진 관계들과 후회 가득한 시간들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끔 억울하다.

그래서 예서를 보면 안쓰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서울대도 못 갔고 의대도 못 갔기 때문에 그것들을 쟁취하면 어떤 기분일지는 모르겠다. 내가 만약 정말 서울대 의대에 갔다면, 죽을 때까지 사람들을 계급으로 나누고 비교하고 깔보고 부러워 하면서 내 안에 수렁을 만들고 살아갔을 지도 모르겠다. 

차민혁 교수의 딸 세리(박유나 분)는 아빠에게 인정받기 위해 1년 동안이나 하버드생인 척 연기를 한다. 나 역시 세리와 같이 부모님의 바람처럼 공부 잘하는 딸, 공무원이 된 딸로 인정 받기를 원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JTBC 금토 드라마 < SKY 캐슬 >의 한 장면. ⓒ JTBC

 
다만 아쉬운 것은 강준상 캐릭터는 도무지 공감이 안 간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한서진 교육관에 반대하는 뚝심 있는 가장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이후 점점 비호감 행동을 보이더니 비열한 '야망남'으로 코믹하게 변해갔다.

뿐만 아니라 단순히 동료에 대한 경쟁심으로 한서진 못지 않은 교육열을 보이는 등 치졸해지더니 끝내 마마보이가 됐다. 그러나 혜나(김보라 분)가 친딸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그는 갑자기 개과천선한 캐릭터가 된다. 또한 본인이 살았던 인생과 강요 받았던 가치관을 구구절절 설명하고, "엄마가 시키는 대로 살았더니 나이 50에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모르겠다"고 발광하며 소리 지르는 남자다. 여태 흥미진진하게 봐 봤던 드라마의 맥이 끊긴 것 같아 속이 다 상할 지경이다.

그동안 < SKY 캐슬 >을 보면서 다양한 인물에 몰입했다. 공감하고 놀라고 반성하도 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 단순히 재미있는 드라마를 넘어, 현재 한국 입시 문제와 바람직한 교육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있어 더욱 주목받는 모양새다. 잘못된 입시제도가 지금 사회를 얼마나 병들게 하는지를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개인를 돌아보게 하고 지금 살고 있는 사회에 날카롭게 메시지를 던지는 < SKY 캐슬 >에 도무지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스카이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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