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거가대교 통행료 제발 좀 낮춰주세요"

반복되는 통행료 논란... 시민단체 민간사업자 배불리기 지적

등록 2019.01.24 13:49수정 2019.01.24 13:49
0
원고료로 응원
a

거가대교 전경. ⓒ 경남미래발전연구소


"4.5톤 트럭을 기준으로 부산에서 화물을 실어서 거가대교를 지나 거제 조선소로 갔을 때 운송료가 23~24만 원 수준입니다. 그중에 도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왕복 5만 원이에요. 한달이면 도로비만 엄청나죠."
 

24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노현규(60) 부산개별화물협회 이사장이 거가대교의 통행료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35년 동안 화물차를 운행해왔다는 그는 조선업계의 경기 불황으로 최근 들어서는 일도 큰 폭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노 이사장이 말을 이어갔다. 그는 "일이 줄다 보니 노는 차가 많아지고, 덩달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운송료는 떨어졌다"라고 말했다. 노 이사장은 "그런데 보험료랑 유류비는 오르고 있어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한숨 쉬었다.

비싼 통행료 논란에 휩싸인 거가대교의 대형(화물차) 통행료는 2만5천 원. 인천대교(1만2200원), 영종대교(1만4600원)와 비교하면 1만 원 이상 비싸다. 거가대교는 비교 대상이 되는 다른 해상교량에서는 찾기 힘든 특대형 통행료(3만 원)도 받고 있다.
 
세금으로 민간사업자 이익 보장


사실 이러한 논란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부산과 경남 거제를 잇기 위해 2004년 착공해 2010년 개통한 거가대교는 그동안 통행료를 둘러싼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됐다. 민자 유치 대상 사업으로 지어진 이 다리에는 민간자본이 9996억 원 들었지만, 국비도 4473억 원이 들어 모두 1조4469억 원이 투입됐다.

민간자본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부산시와 경상남도는 MRG로 불리는 최소운영수익보장방식으로 민간사업자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계약도 맺었다.

수백억 원대까지 치솟는 수익 보장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던 두 지자체는 다시 운영 적자분에만 비용을 보전하는 방식인 SCS로 2013년 자본재구조화와 변경실시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여전히 부산시는 2017년 약 300억 원, 지난해에는 264억 원을 민간사업자에게 지급해야 했다.

세금으로 민간사업자의 이익을 보장해주고 있는데, 정작 다리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비싼 요금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는 상황은 왜 발생하는 걸까. 부산 지역 시민단체들은 애초에 민간사업자의 이익을 지나치게 보장하는 방식으로 맺어진 계약 구조가 잘못되었다고 보고 있다.


시민단체 "세금으로 특정 사업자 배불려주고 있어"
 
a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가 24일 오전 부산시청 광장에서 거가대교 통행료 인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정민규


부산경실련을 비롯한 지역 시민단체들의 연대조직인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는 24일 오전 부산시청 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금의 기형적인 높은 통행료를 만든 원인에는 20여년 전 부산시와 경남도가 민자사업자가 제시한 대로 (기준을) 받아들인 데 있다"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지자체들이) 협상대상자가 제시한 통행료를 그대로 인정하고 전국 민자 도로 중 어디에도 없는 전체 운영 기간 40년간을 통행료 징수 기간을 산정하여 총 민간투자비 9996억 원의 약 10배에 달하는 운영수익 8조6000억 원을 징수하는 것으로 합의하여 협약을 맺어 부산시민과 경남도민의 불필요한 재정 부담을 야기했다"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세금으로 특정 사업자의 배불려주기 위한 특정사업을 유사사업 사례(30년)와 달리 무려 40년이나 운영권을 줘야 하는지 묻고 싶다"라면서 "부산시와 경남도는 통행료 인하를 비롯하여 재재협약, 재재구조화를 단행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시민단체들은 이렇게 될 경우 현재의 승용차 기준 통행료 1만 원을 절반인 5천 원으로 낮추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부산시와 시의회를 압박해나가기 위한 활동을 펼쳐나간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경남 지역 시민단체와의 캠페인 진행 등 공동 대응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앞서 경남에서도 지난 23일 도의회가 거가대교 통행료 인하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거가대교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관련기사: 경남도의회 '거가대교 통행료 인하 촉구 결의')
#거가대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단독] 윤석열 장모 "100억 잔고증명 위조, 또 있다" 법정 증언
  4. 4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5. 5 '휴대폰 통째 저장' 논란... 2시간도 못간 검찰 해명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