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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서가 서울의대 가면 행복해질까? 고등학생으로서 답하자면

[TV 리뷰] '열풍' 드라마 < SKY 캐슬 >, 경쟁에 내몰리는 학생 현실은 어쩌나

19.01.25 19:21최종업데이트19.01.25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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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와 명문가, 그리고 이를 쟁취하려는 이들을 다룬 드라마 < SKY 캐슬 >. 이 드라마는 방영 초반에는 주목받지 못하는 편이었지만 최근 시청률이 무려 22.3%를 돌파하면서 전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다.

드라마 < SKY 캐슬 >은 명문대를 맹목적 목표로 삼는 이들을 신랄하게 풍자한다. 공부만을 고집하는 현 시대 상황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서울 의대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야 돼?", "응, 우리 예서는 서울 의대 꼭 가야 돼"라는 대사에서 알 수 있듯, 명문대가 전부라 믿는 사회는 여전히 잔존하는 불편한 진실이다.

아마도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이유 역시 그 때문일 것이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공부'와 '대학'이라는 주제는 뜨거운 화두 중 하나이고 앞서 말한 불편한 진실 역시 많은 사람이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등학생 시점에서 바라본 < SKY 캐슬 >은 어떨까? 이번 글에서는 고등학생들의 눈으로 바라본 이 드라마에 대해 다뤄본다.
  
드라마 < SKY 캐슬 >로 보는 학생부 종합 전형
 

드라마 < SKY 캐슬 > 포스터 ⓒ JTBC

 
"학생부 종합 전형, 다른 답은 없으나 너무 고통스럽다." (학생 A)
 
첫 번째로 만나본 학생의 솔직한 심정이다. 드라마를 보는 동안 학생부 종합 전형이 다뤄지는 것에 대해 자세히 보았다고 한다. 그는 단지 공부만이 아닌 다양한 스펙과 경력을 쌓아야 하는 이 전형에 대해 신물이 났다고 말했다. 게다가 자신의 능력만으로 이룰 수 없는 드라마 속 장면들을 보며 아쉬움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대학에 갈 수 있는 방법은 이뿐이다. 대학 전형 중에서도 비중이 무려 64% 이상에 육박한다. 정말 성적이 특출나거나 정시를 준비하지 않는 이상, 상위권 대학 진학은 학생부 종합 전형이 답이다.
 
학생부 종합 전형이란 무엇일까. 학생부 종합 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를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전형으로, 내신 성적뿐만 아니라 수상, 자격증, 진로, 창의적 체험활동, 교과학습, 독서, 행동발달 등 정량 평가에 정성평가까지 더해진 방식이다. 사실상 생활기록부의 거의 모든 요소들을 고려하여 학생들을 선발하는 전형이라고 보면 된다.

< SKY 캐슬 >에서는 마치 학생부 종합 전형을 서울 의대를 가기 위한 거의 유일한 길처럼 묘사했다. 극 중 예서는 내신과 생활기록부를 동시에 챙기며 학생부 종합 전형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예서 엄마는 "전교회장 꼭 해야 해요. 학종 쓰는 애들의 제일 기본이에요"라며 내신 못지 않게 스펙 쌓는 데 열을 올렸다. 심지어는 유력한 당선 후보이자 경쟁자였던 혜나를 사퇴시키기에 이르렀고 결국 예서가 당선된다.

하지만 과연 예서는 정말로 전교회장감이었을까? 당선 후 정확히 묘사되지는 않았지만 예서가 전교회장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거라고 보긴 어려웠다. 또한 선거 공약 역시도 뻔하고 진부한 것들을 내세워 혜나에 밀린 바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 SKY 캐슬 >은 전교회장과 같은 역할 역시도 작은 스펙 중 하나로 전락한 사회를 비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JTBC 드라마 < SKY 캐슬 >의 한 장면. ⓒ JTBC

 
드라마에서 다룬 '시험지 유출' 역시 최근 학생부 종합 전형의 큰 문제로 떠오른 바 있다. 최근 서울 숙명여고에서 쌍둥이 자매가 교무부장 아버지의 도움을 받았다는 혐의로 논란이 된 후로 민감해진 부분이다. 대학은 각 고등학교의 속사정을 하나하나 알 수 없다. 그러니 내신 성적의 자세한 과정과 결과도 잘 모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에 당시 사건 발생한 후 네티즌들은 "학종 폐지"와 "정시 확대"를 외치곤 했다. 이런 부작용과 현실적 문제들이 고쳐지지 않는 상황에 대한 분노의 분출이었다.

다만 학생부 종합 전형 자체를 모두 폐지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학생부 종합 전형이 있어 다재다능한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기회가 열리는 등 순기능 역시 있기 때문이다. 몇 가지 부작용 사례만으로 폐지를 주장하기에는 무리로 보인다. 이와 같이 몇몇의 학생들은 드라마를 보며 학생부 종합 전형의 다른 면을 보았다.
 
"무너지는 교육 제도와 병드는 학생들, 기우는 대한민국" (학생 B)
  

드라마 < SKY 캐슬 > 스틸컷 ⓒ JTBC

 
학원, 피라미드 꼭대기, 입시 코디네이터, 그리고 이를 위해 쏟아붓는 수많은 돈. 드라마가 비추는 현실을 보고도 교육 제도가 바로 섰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가운데 학생들은 병들어 가고 있다. 본인들이 정말로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성공'이라는 단어만 좇을 것을 요구받는다.

"너는 왜 서울 의대 가고 싶어?", "엄마가 가라고 해서", "...아니거든". 정말로 예서는 서울의대가 본인만의 꿈이었을까. 그의 답은 바로 옆, 영재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영재는 드라마 중 한 장면에서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내비친다. "나 일곱 살 때부터 1년 365일,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공부했어. 내가 아파도, 다쳐도, 쓰러져도. 나 새벽 두 시까지 학원으로 내몰았잖아. 나 일등 못하면 밥 먹을 자격도 없다고 했어, 안 했어? 나 성적 떨어지면 나가 죽으라고 했어, 안 했어?"

단지 '의사'라는 타이틀을 물려주기 위해 내몰렸던 자신을 솔직하게 털어 놓는 모습에서 사회에 대한 분노를 엿볼 수 있었다. 아마도 영재는 극 중 가장 병들었던 학생이 아닐까 싶다. 이 사회 속에서 병들고, 그 사이에서 생긴 분노가 자신의 주변을 모두 극도로 치닫게 만들었다.
  예서가 서울의대에 간다고 해서 행복해질까
 

드라마 < SKY 캐슬 > 스틸컷 ⓒ JTBC

 
만약 예서가 서울의대에 진학했다고 한들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결코. 모두들 서울의대 진학을 부러워하고 어떤 일이 있었더라도 행복할 것이라고 말하겠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모습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입시 코디네이터의 도움을 받았던 예서는 일정선을 넘자 주체성을 잃었다. 자주 등장하는 "엄마, 나 이제 어떻게 해야 돼?"라는 대사에서 알 수 있듯, 늘 도움만 받고 살았던 그는 스스로 무언가를 해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예서의 아빠인 주남대학교 기조실장 강준상의 모습에서도 이면을 찾을 수 있다. 그는 엄마의 진두지휘 아래 학력고사 전국 수석을 차지하고, 서울의대에 진학하여 기조실장의 자리까지 올랐다. 그러나 자신의 딸인 줄 몰랐던 혜나를 잃은 후에는 빈껍데기 같았던 삶에 대한 회한과 한계를 느끼고 이성을 잃어갔다. 결국 그가 병원에 사표까지 내겠다고 선언하는 모습은 빈껍데기 삶의 한계를 보여준다.
  

JTBC 드라마 < SKY 캐슬 >의 한 장면 ⓒ JTBC

 
< SKY 캐슬 >은 언젠가는 이 사회도 기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자기 집에 함께 살았던 혜나, 더 위급한 환자보다 자신의 병원장 손자를 돕는 장면에서 모든 것이 집약되었다. 명예만을 좇아 움직이는 이 사회의 문제점을 정확히 짚었다. 아마도 자신의 딸임을 알았다면 살렸을 수도 있다는 그 죄책감을 더하여 강조했을 뿐이다. 빈껍데기인 스펙 채우기를 강요받고 빈껍데기 목표를 쫓아 빈껍데기 인생을 살아간다. 이 사회의 주인공이 될 고등학생들이 느끼는 부담 역시도 이런 과정에서 나왔다. 두 번째 학생이 느꼈던 무너지는 교육 제도와 병드는 학생들, 그리고 기우는 대한민국. 어쩌면 이 현실을 가장 대표하는 문장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이와 같은 드라마에 열광하고 있는 이유는 불편한 현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실 위에 썼던 내용들은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에 불과하다. 속으로는 이미 드라마를 보며 충분히 생각했을 법하지만 많은 사람이 딜레마를 느꼈을 것이다. 교육 제도가 병들었다고 비판받으면서도 여전히 유지되는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거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불편한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사람들은 성적에 목을 매고,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몰고 있다. 왜냐하면 성공과 피라미드 꼭대기를 위한 거의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이 안타까운 현실 속에 고등학생들은 여전히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SKY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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