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학교를 지키기 위한 70세 교장의 '열정'

[분단의 모순을 찾아 '조선학교'에 가다②] 도쿄중고 신길웅 교장 인터뷰

등록 2019.01.26 19:52수정 2019.01.26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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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학교는 해방 이후 일본에 남은 재일 조선인들이 민족 교육을 위해 일본 각지에 세운 학교를 말한다. 이 사실만으로 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조선학교가 받아 왔을 차별과 억압이 예상되지만, 조선학교는 이러한 막연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아픔을 현재까지도 받아오고 있다. 하지만 재일조선인들은 '민족교육'을 향한 열의로 모진 탄압을 이겨내고 있다. 기자는 지난 1월 17일 도꾜조선중고급학교(도쿄중고)를 방문하여 신길웅 교장, 세 명의 학부모와 인터뷰 한 내용을 세 차례에 걸쳐 오마이뉴스에 연재한다. - 기자말

기자는 '한반도 평화시대'를 맞아 분단의 피해자들을 조명함으로 평화 통일의 필요성을 재고하기 위해 일본에 있는 조선학교 중 도꾜조선중고급학교 (아래 도쿄중고)를 방문했다. 방문기에 이어 도쿄중고 교육의 총 책임자인 신길웅 교장 인터뷰를 연재한다. (관련기사 : 휴전선 넘은 남북 정상, 일본의 학교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신길웅 교장은 교장실과 응접실이 있는 층의 계단까지 나와 기자를 맞이했다.

"먼 길 오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우리 학교를 남측의 많은 시민들에게 알리는 데 도움 줘서 고맙습니다."

신길웅 교장은 도쿄중고의 교장이자 일본 전역의 조선학교를 총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70세의 신길웅 교장은 인터뷰에 앞서 약 10분 분량의 동영상을 보여줬다. 조선학교의 역사를 기록한 영상이었는데, 자신이 직접 만든 영상이라며 쑥스러워했다. 영상에서는 신 교장의 정성이 묻어났다. 영상에는 70년간 조선학교가 일본에서 차별과 탄압을 받은 내용, 그 속에서 어떻게 민족교육을 유지해 왔는지에 대해 잘 소개되어 있었다.

"도쿄 중고 학생들 절반 이상 한국 국적 가지고 있어"
 

도쿄중고에 대해 소개하는 신길웅 교장 ⓒ 박준영

 소개 영상 시청이 끝나고 인터뷰가 시작됐다. 신길웅 교장은 진솔하고 소탈한 자세로 인터뷰에 임했다. 아래는 신길웅 교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 신길웅 교장은 언제부터 교원 생활을 시작하셨나요?
"저는 재일조선인 2세입니다. 현재 학생들은 재일 조선인 4세 입니다. 조선학교 출신이기도 한 저는 1972년 수학 선생으로 도쿄중고 교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도쿄중고와 함께한 지는 약 60년, 조선학교의 선생으로는 47년이 되었습니다."

- 학생들과 교직원이 함께 모여 4.27 판문점 회담을 단체 시청한 사진이 흥미롭습니다. 최근 한반도 정세를 지켜보며 어떤 생각이 드는지?
"말로 다하지 못할 정도로 감격스럽습니다. 4.27 판문점회담을 함께 시청한 학생들도 같은 감정을 느꼈을 것입니다. 조선학교는 사실 공화국(북한)에 큰 고마움을 갖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조선학교 설립 직후인 1957년부터 북측 정부에서는 교육 자료를 보내주거나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일관된 지원을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해 남측 정부는 조선학교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거나 심지어 조선학교를 탄압하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 동조하기도 했습니다. 분단의 비극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근 급진전되는 한반도 관계를 지켜보며 남측 정부가 우리 학교에 대한 인식을 바꿀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 신길웅 교장을 비롯한 조선학교의 졸업생과 재학생들은 그동안 조선학교를 탄압해 온 일본 정부와 일본인들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에 대한 차별과 탄압이 이어질 때는 물론 화가 나고 억울한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우리와 함께해 준 많은 일본인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고마운 마음을 더 크게 간직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조일관계(북일관계)에서 역할을 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우리 학교의 목표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또 오랜 세월 일본 땅에 살았기 때문에 일본에 대한 애착도 있습니다. 그동안 해온 것처럼, 우리 학생들이 일본 사회 발전, 나아가 동북아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인재가 되길 바랍니다."

- 도쿄중고를 다니는 학생들의 국적 분포는 어떠한가요?
"절반 이상이 한국 국적을 갖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조선(북한) 국적이 많았지만, 조선 국적을 갖고 일본에서 살기는 매우 어려운 현실입니다. 예를 들면, 조선 국적자에게 일본 은행은 대출을 해주지 않는 등의 차별 대우 입니다. 그래서 최근 국적을 한국 국적으로 바꾸는 재일 조선인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일부이지만, 일본 국적인 학생들도 있습니다."

- 도쿄중고 학생들은 졸업 이후 어떻게 진로를 정하는지?
"약 30%정도의 학생들이 조선대학교 (일본 소재 재일조선인 고등 교육기관)에 진학합니다. 그리고 약 50~60%정도의 학생들이 일본 대학에 진학하고 나머지 약 15%의 학생들은 바로 취업하는 등 일자리를 갖습니다. 매년 3~4명 정도의 학생은 한국 학교에 진학합니다."
  
- 남북관계가 진전되며 정부나 언론 등 남측 기관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일 것 같습니다. 이를 바라보는 심정은?
"남측의 많은 시민들이 우리학교와 함께 해주고 있습니다. 남북관계가 어려울 때도 남측의 우리학교와 함께하는 시민단체는 일본 당국의 조선학교 고교 무상화교육 배제 정책에 분노하고 항의하는 등 오랜 시간 연대해오고 있습니다. 최근 남측 언론의 취재 요청이 많이 오고 있습니다. 바로 어제도 남측 언론과 인터뷰했습니다. 또한 교육 관련 기관으로부터 협력하자는 요청도 있습니다. 지금은 제한적으로 이와 같은 새로운 요청에 응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교류는 남과 북의 교류가 지금보다 더 활성화 된 이후에 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인터뷰는 도쿄중고를 함께 돌아보며 이어졌다.

- 교실마다 김일성 주석, 김정은 위원장의 초상화가 걸려있네요.
"고등부 교실에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의 초상화가 걸려있습니다. 하지만, 초, 중등부 교실에는 초상화가 없습니다. 제가 학부모들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며 이념과 논리가 아닌 조국과 민족을 사랑하는 애국자로 교육해달라는 것이 학부모의 마음임을 알았습니다. 이러한 마음을 우리 학교 교육에 반영하는 일환으로 초, 중등부 교실에는 초상화를 걸지 않습니다."
 

도쿄중고의 수업을 참관하는 신길웅 교장과 기자 ⓒ 박준영

 
- 학교 복도에 많은 게시물이 눈에 보입니다.
"복도와 교실에 있는 게시물의 대부분은 학생들이 직접 만든 것입니다. 한동안 도종환 시인 (문화체육부 장관)의 '담쟁이'가 복도 한 편에 걸려있었습니다. 우리 학교를 방문한 남측 분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방탄소년단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높아"  
 

도쿄중고 복도에 붙은 게시물을 소개하는 신길웅 교장 ⓒ 박준영

 
- 도쿄중고의 학생들이 한국의 현대 문화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방탄소년단'의 인기가 좋은 것 같다. 얼마 전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말을 배우려는 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좋은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이 뿐만 아니라, 우리 학교의 학생들은 한국의 현대 문화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고 있습니다."

- 한국에 방문할 계획이 있는지?
"저는 통일된 조국에 방문하려는 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직 제 고향인 제주에 가보지 못했습니다. 저의 할머니, 할아버지의 산소가 제주도에 있어 성묘를 가야 하는데 '그날'이 제 기대만큼 빨리 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 오늘 참관하는 수업에서 유난히 한국과 관련한 내용이 많은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역사와 지리 등에서 남측 관련 내용을 북과 구분 없이 가르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역사에서는 북과 남, 그리고 재일동포의 역사를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 기사를 읽는 남측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조선학교가 여러 어려움 속에도 70년동안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재일동포 1세와 2세들의 애국의 마음입니다. 물론 조선(북한) 정부의 1957년부터 오늘까지 중단 없이 조선에서 보내준 교육 원조비와 장학금으로 상징되는 지지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자기들이 잘 못 먹어도 재일조선학생들을 '친혈육'으로 여기며 도와준 이북(북한)의 인민들에 대한 고마움 잊은 적 없습니다.

하지만, 이남(남한)의 역대정권이 조선학교를 멀리하고 무시하고 일본정부의 조선학교 차별, 탄압에 가담한 데 대해 저희 조선학교 선생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습니다.

민족의 분단의 불행을 언제나 느껴온 재일동포들의 아픔을 가셔주는 것은 부강한 통일조국의 모습입니다. 일본이 과거 우리의 말과 글, 심지어 이름까지 빼앗은 가혹한 식민 지배 사실을 '65년 한일조약' 핑계로 사죄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위안부'문제, 강제 징용 문제를 부인하고 최근에는 제재 등으로 조국의 통일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본이 마음속으로 사죄하고 재일조선인에 대한 처우를 옳게 잡을 때 우리 동포들이 한이 조금이나마 풀릴 것입니다.

우리의 '고교무상화' 투쟁(일본의 아베 정부는 조선학교를 '고교무상화'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이 조치는 조선학교도 차별 없는 교육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UN 아동인권위원회의 권고마저 무시한 채 계속 유지되고 있다. 도쿄중고를 비롯한 조선학교는 고교무상화 대상에 포함하라는 지극히 당연한 요구를 하기 위해 오랜 시간 싸워오고 있다.)은 우리 민족을 '피눈물'나게 한 일본의 식민지과거의 악행을 폭로하기 위한 투쟁입니다. 이남동포들이 이제부터라도 일본정부의 재일동포들과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과 탄압에 반대하는 투쟁에 나서주기를 마음속으로부터 바랍니다."
  

떠나는 기자를 배웅하는 신길웅 교장 ⓒ 박준영

 
신길웅 교장은 학교를 둘러보며 마주친 학생들과도 격의 없이 인사하고 대화했다. 학생들은 이러한 신 교장의 태도에 익숙해 보였다. 기자와 함께 수업에 참관하러 들어갔을 때에도 학생들과 교사들은 긴장하거나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도쿄중고 방문에 함께 했던 학부모들도 신 교장에게 깊은 신뢰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도쿄중고 운동장에서 조선학교를 방문한 기자와 신길웅 교장, 세 명의 학부모와 찍은 사진 ⓒ 박준영


신길웅 교장은 70세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도쿄중고를 소개하는 데 열정적이었다. 그는 학교 소개 영상을 직접 제작하고, 여러 소개 자료를 직접 관리하고 있었다. 그는 복도에 떨어진 휴지조각을 줍고 떨어진 게시물을 직접 다시 붙이기도 했다. 그의 이러한 열정이 우리의 말과 역사, 문화를 지키는 교육에 대한 열정이라는 점에서 기자는 그에 대한 깊은 존경심이 생겼다. 앞으로도 그의 열정적인 관심 속에 도쿄중고 학생들의 꿈이 아름답게 자라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인터뷰 기사에서 신길웅 교장의 답변은 읽기 쉬운 표현으로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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