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장학사 채용비리 의혹, '대필' 채점표를 공개합니다

[단독] '전교조 교사 배제' 의혹 면접 채점표 3개, "한 사람이 작성한 정황"

등록 2019.01.25 21:56수정 2019.01.25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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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모습. ⓒ 윤근혁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이 '유아교육전문직원(장학사) 선발 면접시험'의 채점표가 '대필'(대리 작성)된 사실을 확인했다. 장학사 채용비리 의혹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감사관실 "장학관이 채점표 대리 작성" 시인

앞서 지난해 6월 20일, 장학사 시험에서 떨어진 A 유치원교사는 서울시교육청에 "평소 전교조에 반감을 갖고 있는 본청 유아교육과 과장 정◯◯씨가 2017년과 2018년 면접심사에 참여해 전교조 소속 지원자에게 불리하도록 시험을 주도했다"는 민원을 제기했다.

현재 정 과장은 공모를 통해 지난해 붕괴사고를 겪은 상도유치원 신임원장으로 선임됐고, 교육부 장관의 결재만 남겨두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유아교육과를 대상으로 감사를 벌여 12월엔 감사관실이 감사보고서를 작성했지만 현재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25일, 서울시의회의 조상호 의원(교육위, 더불어민주당)과 서울시교육청 등에 확인한 결과 서울시 교육청 감사관실은 "2017년과 2018년 1차 전형(객관적 평가)에서 합격권에 들었던 전교조 소속 교사 1명씩이 2차 전형(주관적 평가) 면접심사 등에서는 최하위 또는 최하위권으로 평가받아 불합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감사관실은 "(2018년 2차 전형) 면접위원 모두 각 응시자별로 최상위 점수를 주거나, 모두 매우 낮은 점수를 주는 등 서로 협의하여 점수를 부여한 정황이 보인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감사관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면접위원 셋이 합의하거나 상의해서 '우리 몇 점씩 줍시다'하고 일률적으로 점수를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점수 담합 정황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정 과장과 맹아무개 장학관은 2018년 장학사 시험 면접위원으로 참여했다. 면접위원은 모두 3명이었는데 유아교육 내부자였다. 이에 대해 감사관실은 "초등과 중등의 장학사 선발에서는 소관부서장(과장)이 직접 심사에 참가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앞으로는 유아교육과도 소관부서장이 심사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고 외부위원을 참여시켜야 한다"고 판단했다. 정 과장이 두 해 연속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감사에선 대리 작성 시인했던 장학관, 기자와의 통화에선 '부인'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정 과장의 면접시험 채점표가 대필됐다는 것. 감사관실은 "면접에서 심지어 동료위원이 대신 채점표를 작성했다"면서 "정 위원(유아교육과 과장)이 채점표를 작성한 후 점수를 고치자 하급자인 맹 위원(현 유아교육과 장학관)이 정 위원의 채점표를 자필로 대신 작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감사과정에서 맹 장학관이 시인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서울시 교육청은 채점표 대필 행위를 적발하고서도 특별한 징계나 수사의뢰를 하지 않았다. 대신 전교조 서울지부가 지난해 12월 18일 서울중앙지검에 정 과장 등을 장학사 비리 혐의로 고발했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다.

그런데 감사관 앞에서는 채점표 대리 작성 사실을 시인했던 맹 장학관이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는 이를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경찰의 피고소인 조사를 앞두고서다.

맹 장학관은 "채점표를 대신 쓸 일이 없기 때문에 면접위원 3명 모두 각자 작성한 것"이라면서 "감사과정에서 대리 작성을 시인한 것은 채점표가 아니라 채점 집계표였다. 감사보고서 내용 정정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3개의 채점표를 내가 작성하지 않았으므로 필적 감정을 받아도 좋다"고 교육청 감사 보고서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이에 대해 감사관실 관계자는 "감사 과정에서 분명히 맹 장학관에게 채점표 3개를 보여주며 '글씨체가 비슷하다'고 말하니 그 자신이 '정 과장의 채점표를 대리 작성했다'고 시인했다"면서 "당시 채점 집계표는 보여주지도 않았는데 (말을 바꾸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정 과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와 문자로 연락을 취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채점표 대필' 진위를 놓고 서울시교육청 안에서도 감사관실과 유아교육과가 맞서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오마이뉴스>는 대필 의혹을 받는 면접위원 3명의 채점표 문서를 모두 공개한다. 독자들의 판단을 구하기 위해서다.

<오마이뉴스>는 조 의원으로부터 채점표를 단독 입수했으며, 자필 서명 내용은 지웠다. 이 채점표 3개 가운데 2개는 각각 정 과장과 맹 장학관이 스스로 작성했다는 자필 서명이 되어 있다. 서울시교육청 유아교육과는 이 채점표 등의 서류 제출을 지난해 6월부터 감사관실로부터 4차례에 걸쳐 서면으로 요구받았다. 하지만 내지 않고 버티다가 5개월 뒤인 11월 15일에서야 내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채점표1. ⓒ 조상호 서울시의원

 
  

채점표2. ⓒ 조상호 서울시의원

   

채점표3. ⓒ 조상호 서울시의원.

 
전교조 "원장 내정 부당", 조 의원 "수사기관이 필적 감정해야"

조 의원은 "3명이 각자 썼어야 할 숫자 필체가 한 사람이 작성한 것처럼 똑같다"면서 "면접위원들이 전교조 소속 교사를 떨어뜨리기 위한 내부 시나리오를 갖고 채점표를 한 명이 몰아서 작성했는지 여부를 밝혀내기 위해 수사기관이 필적 감정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감사관실 관계자도 "채점표 3개가 모두 글씨체가 비슷하다고 봤지만 국과수의 감정을 받아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은 25일 교육부에 낸 청원서에서 "비위사실이 적발되어 행정처분과 함께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정◯◯ 같은 부적격 인사를 상처받은 상도유치원의 원장으로 내정한 것은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채용 비리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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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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