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협상, '유효기간 1년' 두려워할 필요 없다

방위비분담 협상, 정부에 드리는 제언... 1년 제안 과감히 수용할 필요도 있어

등록 2019.01.27 19:52수정 2019.01.27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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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미 사이에 올해부터 적용될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체결과 관련하여 막판 샅바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2018년 12월 28일 주한미 해리스 대사가 청와대를 방문해 "한국이 12억 달러를 분담해줬으면 좋겠다. 어떤 경우에도 10억 달러 미만은 수용할 수 없다. 협정 유효기간은 1년으로 하자"면서 이것이 백악관 수뇌부 회의에서 결정된 최종안이라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하였다. 이 자리에서 해리스 대사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다른 방식으로 이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여 한국정부가 미국 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김으로써 청와대를 압박하였다.

정부의 입장 변화는 국익을 훼손하는 중대한 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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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나누는 한-미 방위비협상 대사 2018년 6월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한미방위비협상 제4차 회의에서 장원삼 우리측 한미방위비협상대사와 미국 측 티모시 베츠(Timothy Betts) 한미방위비협상대사가 회의 시작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주한 미대사가 통보한 안에 대한 우리 정부 입장은 무엇일까?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1조 원을 넘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에서 1조 원 이상도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하고 그 대신 유효기간은 3년으로 하자는 제안을 미국에 했다고 한다. (한겨레 2019년 1월 23일)

한국의 제안대로 하면 미국은 2019년 방위비분담금 총액으로 10억∼12억 달러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10차 SMA가 적용되는 첫해인 올해 방위비분담금은 최소 10억 달러(1조 100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효기간 3년을 얻어내기 위해 1조 원을 넘길 수 없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포기하는 것은 미국의 협상전술에 휘둘린 것으로서 국익을 훼손하는 중대한 실책이 아닐 수 없다.

유효기간 1년 제안에 줏대 없이 허둥대는 정부

문재인 정부는 10차 SMA 협정의 유효기간을 1년으로 하자는 미국의 기습적 제안에 대해 허를 찔린 듯 당황스런 기색이 역력하다. 미국이 협정 유효기간을 1년으로 하자는 제안을 처음한 것은 지난 2018년 12월 11일 열렸던 10번 째 협상 때였다고 한다. 그 이전 회의에서 미국 협상대표는 6∼10년을 주장하였다.

미국 측 협상 대표는 1년 제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새로운 방위비분담 원칙을 마련하고 있으니 유효기간을 1년으로 하고 새 원칙에 따라 다시(2020년부터 적용될 협정에 대해서) 협상하자"(한겨레, 2019년 1월23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한국대표는 방위비분담금 규모는 '국민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1조 원을 넘을 수 없으며 1년짜리 협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고 한다. SMA 유효기간을 1년으로 할 경우 10차 SMA가 체결되자마자 곧바로 내년(2020년)부터 적용할 협정 협상을 시작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성이 없다는 판단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해리스 주한미 대사가 청와대를 방문해 협정 유효기간을 1년으로 하자는 최후통첩성(?) 요구를 다시 꺼내자 우리 정부는 유효기간 1년 제안을 철회시키기 위해 1조 원을 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접기로 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방위비분담금) 숫자에서는 우리가 상징성을 포기할 수 있다. 하지만 1년은 받아들일 수 없다. (협상하고) 돌아서자마자 다시 내년 방위비 협상을 시작"(위 한겨레기사)해야 한다는 정부관계자의 발언에서 우리 정부가 협상유효기간을 1년으로 하자는 미국의 제안에 줏대 없이 허둥대는 것이 보인다. 

무원칙한 마지노선과 그것마저 포기하는 정부

우리 정부가 미국에 1조 원 이상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은 정부가 스스로 정한 마지노선(9999억 원)을 포기하였음을 의미한다. 정부가 방위비분담금 1조 원을 '국민들이 생각하는 심리적인 마지노선'이라고 여겼다는 것은 최악의 경우에도 1조 원을 넘는 것만은 막겠다는 의미다. 이 점에서 마지노선의 포기는 정부 스스로 협상 실패를 자인한 것과 다름없다.

사실 정부가 설정한 마지노선이란 것은 방위비분담금의 삭감을 바라는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수세적이고 무원칙한 목표다. 2017년 12월말 현재 미집행된 방위비분담금만 1조 788억 원(미집행현금 3292억 원, 불용액 968억 원, 감액 5570억 원, 2017년 예산 중 다음연도로 이월된 금액 958억 원)에 이른다. 이는 한 해 방위비분담 액수보다 많은 것으로 현재의 방위비분담금(2018년 9602억 원)이 과도한 수준임을 보여주는 뚜렷한 증거다.

평택미군기지 이전이 마무리 단계인 것도 방위비분담(군사건설비) 삭감 요인이다. 미국이 불법적으로 방위비분담금을 이용해 얻은 이자소득만 최소 3500억 원이 넘는데 이 이자소득 역시 우리 국고로 환수하거나 아니면 그만큼 방위비분담금을 삭감해야 할 요인이다. 정부는 9차 SMA국회 비준 당시(2014년 6월 7일) 방위비분담금에서 발생한 이자소득을 확인해 차기(10차 SMA) 협상 때 방위비분담 총액에 반영하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하였다.

그러나 정부의 '마지노선'은 방위비분담금의 증액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런 삭감요인을 반영할 기회를 스스로 차단해 버리는 자충수였다. 이런 수세적이고 무원칙한 마지노선마저 정부가 미국에 휘둘려 포기하게 되면 그렇지 않아도 과도한 주한미군 유지비 부담으로 허리가 휜 우리 국민들이 입는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  

협상을 두려워하면 필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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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 미대사관저앞, 방위비분담금 인상 강요 규탄 24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길 미대사관저 앞에서 민주노총,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진보연대,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주권, 국익, 평화정착에 역행하는 방위비분담금 인상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권우성

정부에 묻고 싶다. 왜 '돌아서자마자 다시 방위비분담 협상을 하면' 안 되는가? 왜 1년짜리 협정은 '현실성'이 없다고 미리 단정해 버리는가?

미국의 제안을 수용해 이번 10차 SMA의 유효기간을 1년으로 하면 2020년 적용될 11차 SMA 체결을 위해서는 정부 말대로 올해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 그렇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 또 협상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왜 현실성이 없다고 하는지 묻고 싶다.

그 어디에도 협정의 유효기간이 1년이면 안 된다는 원칙이 없다. 지금 한반도  정세로 보면 10차 SMA협정의 유효기간이 1년으로 되더라도 한국에 불리할 것이 없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에 관한 북미간 합의도, 적대행위 중지와 군사적 신뢰구축 및 군축에 관한 남북간 합의도 더 진전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주한미군 역할 및 기지 축소가 불가피해지는 등 주한미군 유지비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부담을 경감시키고자 하는 한국의 입장이 강화될 것이 틀림없다. 굳이 협정 유효기간을 1년이 아닌 3년으로 하기 위해 정부가 정한 마지노선을 포기할 이유가 없는 까닭이다.

SMA 협상에 관여하는 일부 관료 입장에서나 협상 안을 마련해야 하는 일부 정책입안자 입장에서는 작년에 이어 올해 또 협상을 한다면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1년짜리 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나아가서는 스스로 정한 방위비분담증액의 마지노선을 포기한다면 문재인 정부가 주권과 국익이 걸린 방위비분담 협상에 대해서 자신들의 편의 차원에서 접근한다는 지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정부가 방위비분담금 1조 원 미만이라는 마지노선을 포기하면서까지 3년 유효기간을 받아내려고 하는 것은 미국과의 협상에 대한 자신이 없는 것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미국과의 협상을 두려워하면 우리의 주권과 국익이 지켜질 수 없음은 물론이다. 협정 유효기간이 1년이냐 3년이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주권과 국익을 지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없다는 데 문제의 본질이 있다고 하겠다. 

미국에 당당히 맞서는 것이 국익을 지키는 길  

유효기간 1년 제안의 배경이 "해외파병한 모든 미군의 주둔비용 분담원칙을 전면 재검토한 뒤 한국, 일본, 나토 등과 올해 협상에 나서겠다는 미국 쪽 방침 변경에 따른 것"(한겨레 2019년 1월 26일)이라는 보도도 있다. 그러나 미국이 해외 미군주둔비용 분담 원칙에 관한 새로운 협상기준을 마련하여 한국과 협상에 임한다 하더라도 한국은 이에 대해서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미국이 새 기준을 마련해 협상하겠다는 것은 뒤집어 보면 올해부터 적용될 방위비분담금으로 1.5∼2배 인상을 요구한 것이 객관적 기준에 의거한 것이 아니라 우격다짐식 요구였음을 미국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주한미군이나 주일미군, 유럽주둔 미군에 대한 각 주둔국가의 지원은 각 주둔국과 미국 사이에 맺은 주둔군지위협정(소파)을 법적 근거로 한다. 따라서 미국이 이 소파를 무시하고 해당 주둔국에 임의로 미군유지비용 부담 기준을 들이밀 수는 없다.

또 나토의 유럽회원국들은 어느 나라도 한국처럼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을 맺고 있는 나라가 없다. 가령 독일이나 이탈리아는 자국에 미군이 주둔하지만 주둔미군에 대해서 한국처럼 방위비분담금조로 현금을 미국에 지급하지 않는다. 일본은 유일하게 한국처럼 미국과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을 맺고 있지만 주일미군에 대한 지원범위나 지원조건이 한국과 다르다.

한미소파 제5조는 주한미군 주둔경비의 분담에 대한 분명한 원칙을 정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한국은 시설과 구역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며 그 외 모든 주한미군 유지비용은 미국이 책임지게 되어 있다. 미국은 걸핏하면 한국에 대해 불공정한 부담을 하고 있다고 몰아붙이는데 한미소파 제5조에 비춰보면 주한미군의 유지비의 일부를 한국에 떠넘기는 자체가 한미소파 위반이고 불공정 행위인 것이다.

한국은 미국보다 5배나 많이 부담

주한미군 유지에 대해 한국과 미국이 부담하고 있는 비용을 비교하더라도 한국은 미국보다 몇 배나 많은 부담을 하고 있어 한국이 불공정한 부담을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터무니없다.

2018년 방위비분담금 9602억 원(8억 7000만 달러)은 미국이 부담하는 주한미군 비인적주둔비 11억 6000만 달러의 7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한국은 방위비분담금 이외에도 각종 명목으로 주한미군에 대한 직간접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그 내역을 보면 아래와 같다. 평화통일연구소가 2018년 국방예산 사업설명서를 뒤지고 또 국방부와 환경부, 행정안전부 등에 정보공개청구하여 얻은 결과이다.

2018년 기준으로 직접경비는 주한미군기지 시설부지지원(73억 원), 평택미군기지 이전비(5704억 원), 미국 소유 연합C4I체계 및 통신선 사용료(209억 원), 한미연합연습비용 분담(32억 원), 주한미군 손해배상금 지급(450억 원), 카투사 인건비 216억 원(추정치임), 미군기지 및 주변지역 환경조사(63억 원), 반환공여구역 토지매입비 국비지원(506억 원), 평택·동두천·의정부의 미군기지주변지역 정비비(2832억 원) 등 1조 85억 원이다.

또 간접경비는 미군기지 임대료 평가(용산 미군기지 81만 평의 임대료 평가만  4조 4000억 원), 카투사 가치평가(1192억 원) 등 4조 5192억 원이다. 이 직접 및 간접 경비와 방위비분담금을 합하면 대략 6조 5000억 원가량 된다. 이는 미국이 부담하는 주한한미군 유지비(11억 6000만 달러=1조 3000억 원)의 5배에 달한다.   

우리 정부는 협상을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당당히 협상에 임해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동시병행으로 바뀐 한반도 정세 변화, 평택미군기지 이전 마무리 국면, 불법 취득한 이자소득 환수, 1조 원 넘는 방위비분담 미집행금 등은 정부가 협상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방위비분담 삭감 요인들이다.

협상의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미국의 협상 유효기간 1년 제안을 과감히 수용할 필요도 있다. 정부는 스스로 정한 마지노선을 지켜야 함은 물론이고 방위비분담금을 삭감함으로써 주한미군 유지비에 대한 우리 국민의 과도한 부담을 줄이고 우리 주권과 국익을 지켜내길 바란다. 
#방위비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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