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찾아 서울로 떠나는 딸을 보내며

등록 2019.01.29 14:41수정 2019.01.2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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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봄, 14, 15살 딸들을 데리고 귀농했다.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지역에서 좋은 어른들과 자연을 만나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들을 잘 배웠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딸들은 20대 청년이 되었다. 간절히 바라던 대학을 떨어진 작은 딸은 자신의 생각을 '그림과 이야기'로 표현하는 작가가 되기를 꿈꾸며 새로운 배움터를 찾아 갔고, 별 일이 없는 한 계속 그런 일들을 할 것 같다.

집을 떠난다는 것은 먼저, 살 방을 구해야 한다. 열흘 정도 매일 밤, 부동산 앱을 검색했다. 인터넷 발달로 서울 가서 직접 발품을 팔지 않아도 집에서 컴퓨터로 전국의 방을 다 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딸이 다닐 곳과 교통이 편리한 지역을 중심으로 방 일곱 곳을 찜해 놓고, 중개업자에게 궁금한 사항을 문자로 보내니 바로 응답이 왔다.

하루 날을 잡아 서울에서 방을 보러 다녔다. 청년들이 어렵다 어렵다 듣기만 했지, 실제로 방을 구하러 다녀보니 딸에게 너무 미안했다. 나름 큰돈이라고 생각하고 얻은 방이지만 하루 종일 우리 딸이 저 방에서 있을 생각을 하니, '8년 전 귀농을 한 것이 너무 철없는 짓이었다'는 후회도 밀려왔다.

학교 떨어지고 나서 의기소침하고 우울했던 딸은, 새로운 배움터에 가서 공부할 기대와 서울에 있는 자신만의 방에 들어갈 날만 기다리며 하루하루가 즐거운 듯했다. "밥 꼬박꼬박 잘 챙겨먹어. 그 방에서 하루 종일 틀어박혀 있지 말고, 아침이면 나가서 사람도 만나고 일도 하고 운동도 하고..." 하는 끝없는 엄마 잔소리에 딸은 "알았어. 밥 안 먹고, 하루 종일 방에 틀어 박혀 있을게!" 하며 맞불을 놓는다.

2, 3월은 졸업과 입학의 시기이다. 상급학교로 진학하는 아이들이 있는 가족의 풍경은 우리 집과 다르지 않다. '청년들이 농촌을 떠난다' 걱정하지만 청년이 더 넓은 세상을 떠나는 것은 당연하다. 젊음이 아니면 언제 모험을 찾아 새로운 세상으로 떠날 수 있을까? 청년들은 힘찬 날갯짓으로 더 넓은 세상으로 날아가고, 부모들은 그들을 잡고 있던 끈을 놓아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고향은 아니지만 우리 딸들은 태어나 유년기를 지낸 도시보다 이곳에서 오히려 더 사랑을 많이 받았다. 산, 들, 강, 길, 별, 꽃, 언제든지 품에 앉을 수 있는 고양이와 개, 날마다 알을 낳아주는 닭들. 때로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따뜻한 관심을 보이는 이웃들... 이 모든 경험들이 그림과 이야기를 만드는 작은 딸에게는 더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백운을 떠나는 모든 젊은이들에게도 그럴 것이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새로운 꿈들을 향해 떠나는 우리 딸을 비롯한 모든 젊은 청년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리워도 뒤돌아보지 말고 새로운 바람이 부는 곳으로, 그곳으로 가서 자신의 세계를 만들기를 기원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월간 백운지 2월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귀농 #청년 #서울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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