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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주변에 '이것' 설치했을 뿐인데, 미세먼지 10배 차단

[리뷰] EBS 특집 다큐멘터리 <아이들이 위험하다! 미세먼지의 습격>

19.01.29 09:49최종업데이트19.01.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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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견지명이다. 지난 2013년 EBS는 특집 다큐멘터리 <아이들이 위험하다! 미세먼지의 습격>을 통해 미세먼지의 위험성,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에 끼치는 해악에 대해 다뤘다. 그로부터 6년, 다큐가 제시한 해법에 우리는 얼마나 접근했을까? 다큐를 보며 6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우리의 현실을 실감하며 안타까웠다.

2013년, 초미세먼지를 주목하다
 

EBS 특집 다큐멘터리 <우리 아이들이 위험하다! 미세먼지의 습격>의 한 장면. ⓒ EBS

EBS 특집 다큐멘터리 <우리 아이들이 위험하다! 미세먼지의 습격>의 한 장면. ⓒ EBS

 
2013년 사람들은 조금씩 '미세먼지'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다. 황사와 미세먼지로 인한 연무가 아직 분명하게 구분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정연신 국립기상연구소 황사 연구과장은 "황사는 토양 입자가 주성분인 1~20㎛(마이크로미터)의 '흙비'를 가리키며, 중국 북부나 몽골 사막으로부터 우리나라로 날아오는 건 주로 1~10㎛로 '계절적' 요인이 크다"고 설명했다. 2013년 기준 한 해 130일 이상 한반도를 뒤덮은 '연무'는 지름 pm2.5(2.5㎛) 이하의 초미세먼지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1㎛은 1m의 백만 분의 1, 초미세먼지 pm 2.5는 머리카락의 20분의 1에서 30분의 1정도 크기다. 이 상상하기 힘든 사이즈는, 예를 들면 '담배 연기'와 가장 흡사하다. 인간 문명이 만들어 낸 화석 연료의 연소 과정, 즉 난방, 자동차, 공장 등 우리 문명의 결과물이 주 원인이다.

왜 이 '미세한' 먼지가 문제가 되는 걸까? 대부분 큰 먼지들은 우리의 목에 걸리고, 인후부에서 제거된다. 하지만 '미세먼지'들은 이러한 호흡기의 장막들을 거뜬히 통과하고 우리 몸 깊숙이 스며들어 온몸 구석구석 영향을 미친다. 코털을 거쳐 기관지 섬모를 넘어 폐포에 흡착하여 염증과 각종 폐 질환의 원인이 되는가 하면, 혈관에 스며들어 모세 혈관을 수축시키는 등 심혈관계에도 문제를 발생시킨다.

지금까지는 비흡연 환자의 폐암 원인에 대해 간접 흡연 또는 라돈의 영향에 주목했다면, 최근 미세먼지에 주목하는 전문가들이 많아졌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초미세먼지는 외부 물질의 유입이 힘들다고 알려진 뇌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코나 입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간 미세먼지는 폐·혈관 등 다양한 경로로 뇌에 영향을 주며, 행동기능 장애 및 각종 뇌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

성장기 아이들에겐 더 치명적이다
 

EBS 특집 다큐멘터리 <우리 아이들이 위험하다! 미세먼지의 습격>의 한 장면. ⓒ EBS

 
다큐멘터리는 미세먼지가 특히 아이들을 위협한다고 밝혔다. 흔히 아이들은 그저 어른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의사들은 그렇게 생각해선 안 된다고 단언한다. 성장기의 아이들은 모든 신체 조직이 급격히 성장하기 때문에, 그만큼 외부적 요인에 대한 흡수가 빠른 시기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좋은 것뿐만 아니라 미세먼지와 같은 나쁜 환경적 요인에 대해서도 아이가 어른보다 더 빨리, 더 많이 흡수하게 된다. 이런 면에서 아이들에 대한 미세먼지의 습격은 보다 '민감하고 심각'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다큐는 밝힌다.

찻길 옆 아파트에 사는 두 살 승찬이와 다섯 살 민찬이는 환절기가 아닌데도 비염 약을 달고 산다. 계절성 질환으로 알려졌던 비염 등의 호흡기 질환이 이제는 1년 내내 기승을 부린다, 대표적인 알레르기 질환인 소아 천식 등도 늘어나는 추세다.

아이들만이 아니다. 임산부의 태아에 대한 영향도 심각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10㎛ 증가할 때마다 태아의 좌우 머리뼈가 0.16㎛ 감소되며 대퇴골의 길이 역시 줄어들고, 조산의 위험성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앞서 해결을 위해 노력한 '청정국가'들
 

특집 다큐멘터리 <우리 아이들이 위험하다! 미세먼지의 습격>의 한 장면. 스웨덴 하마비. ⓒ EBS

EBS 특집 다큐멘터리 <우리 아이들이 위험하다! 미세먼지의 습격>의 한 장면. ⓒ EBS

 
외국의 사례는 어떨까? 다큐는 '청정 국가'라고 불리는 스웨덴으로 시선을 옮긴다. 스웨덴이 첨부터 청정 국가였던 건 아니다. 수도 스톡홀름의 훈스가탄 거리, 하루 300만 대의 차량이 이동하는 곳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강남 테헤란와 비슷해 보인다. 이 곳 역시 한때 미세먼지로 악명이 높았다. 특히 추운 나라인 스웨덴은 스노우 타이어의 징이 도로 바닥과 마찰하며 생기는 미세먼지의 폐해가 심각했다. 2011년 스웨덴 정부는 이 지역을 지나는 차량에 스노우 타이어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러자 미세먼지 배출이 반으로 줄었다.

그런가 하면 청정 도시로 알려진 하마비 시의 경우 미세먼지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시민 중 30%가 알레르기 환자인 하마비 시는 알레르기 관련 제품은 반드시 '인증'을 받아야 한다. 특히 청소기 필터의 '인증'은 까다로운 조건을 거치도록 한다.

전 세계적으로 미세먼지가 심하기로 소문난 미국의 뉴욕 시 퀸즈 중학교 앞에는 애즈마(asthma; 천식) 프리 스쿨 존 표지판이 놓여져 있다. 미세먼지로부터 학교를 보호하기 위해 '애즈마 프리 스쿨 존 법'을 만들었고 이를 실천하고 있는 것. 우선 미세먼지가 심한 낮 시간에는 창문을 열지 않는 대신 에어컨을 켠다. 스쿨 버스는 주차와 동시에 시동을 꺼야 하며, 이를 어길 시 벌금과 위반 티켓을 끊는다. 또한 아이들이 수업을 받는 오전 7시에서 오후 4시까지는 학교 앞에 주차를 금지하는 등의 조항이 포함돼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학부모 교육에도 주력한다.

미국, 스웨덴의 사례를 통해 다큐가 말하고자 하는 건 '실천'이다. 스웨덴과 같은 국가가 청정 국가가 된 건 애초 문제가 없어서가 아니라, 문제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하려고 적극 노력했기 때문이다.
 

EBS 특집 다큐멘터리 <우리 아이들이 위험하다! 미세먼지의 습격>의 한 장면. ⓒ EBS

 
방음벽만 있어도... 생활 속의 실천

이어서 다큐는 우리나라의 사례를 돌아본다. 분명 우리나라는 중국발 미세먼지의 습격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우리 주변의 미세먼지도 고려해야 한다. 탄소의 불완전 연소로 인한 발생하는 대표적 발암물질 '블랙 카본'은 미세먼지의 핵심 물질로 추정된다. 당연히 차량이 많은 곳의 미세먼지가 더 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버스 터미널은 기준치의 3배를 넘으며, 4차선 도로 옆 공원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다큐는 두 초등학교에서 실험을 한다. 운동장의 2면이 차도와 맞닿은 A학교, 또 하나는 산과 인접한 B학교. 학교 주변을 돌며 작성한 오염 지도에 따르면, A학교에서 미세먼지를 만들어 내는 질소 산화물이 평균보다도 높게 검출됐으며 B학교는 낮게 나타났다. 심지어 A학교 교실의 미세먼지 농도는 낮 시간에 표준치의 두 배에 이르렀다. 낮에는 아예 환기를 해선 안 될 수준이라는 뜻이다.
 

EBS 특집 다큐멘터리 <우리 아이들이 위험하다! 미세먼지의 습격>의 한 장면. ⓒ EBS

EBS 특집 다큐멘터리 <우리 아이들이 위험하다! 미세먼지의 습격>의 한 장면. ⓒ EBS

 
그렇다고 이미 지어놓은 학교를 옮길 수는 없는 일이다. 다큐는 그 해법을 '방음벽'에서 찾는다. 차도 주변이지만 방음벽이 둘러쳐진 C학교.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만들어진 방음벽이 미세먼지를 10배까지 차단하는 고무적 실험 결과를 얻었다. 즉, '방음벽'이라는 원칙적인 대안만으로도 우리 아이들을 미세먼지로부터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방비책이 된다는 것을 다큐는 보여준다.

사소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미세먼지가 심한 시간을 미리 체크해, 교실 내 환기 시간을 조절하는 사소한 실천은 물론, 학교 앞 방음벽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정책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다. 자라나는 성장기 아이들을 위한 '노력'이 우리 아이들을 미세먼지의 습격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6년 전 다큐멘터리가 미세먼지에 고통 받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BS 특집 다큐멘터리- 아이들이 위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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