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교 '민원재판' 벌금형 선고한 판사, 다른 초범에겐 징역형

법정형·죄질 더 무거운 '민원재판'에 더 가벼운 처벌... "형평성 어긋난다 볼 수 있어"

등록 2019.01.28 18:56수정 2019.01.2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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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 남소연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판 민원'을 넣은 성추행 미수사건에 벌금형을 선고한 판사가 6개월 뒤 다른 성기노출사건에 실형을 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건은 성격이 다르지만, 내용을 볼 때 '재판 민원' 사건의 죄질이 더 무거워 법조계에선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서영교 의원은 2015년 5월 국회 파견 판사에게 재판을 받고 있는 지인 아들의 죄명 변경(강제추행 미수→공연음란)과 벌금형 선처를 부탁했다. 이 민원은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장을 거쳐 문용선 서울북부지방법원장과 담당인 박재경 당시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판사에게 전달됐다. 담당 판사는 검찰 조사에서 서 의원의 민원을 전달받긴 했지만 재판에 영향을 주진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 재판은 서 의원 지인의 아들 ㄱ씨가 2014년 9월 귀가 중인 피해자 앞에서 자신의 바지를 내려 성기를 노출한 뒤 강제로 피해자를 껴안으려 한 사건이었다. ㄱ씨는 이미 2012년 운전하고 가던 다른 피해자에게 성기를 노출해 '공연음란죄'로 벌금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다.

강제추행 미수사건의 법정형은 징역 10년 이하 또는 벌금 1500만 원으로 무거운 편이다. 그런데 박 판사는 ㄱ씨의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그가 변론종결 뒤 피해자와 합의했고, 평소 노출증을 앓고 있는 상황 등이 양형에 참작됐다. 하지만 ㄱ씨는 혐의를 줄곧 부인했고, 벌금형에도 항소했다.

강제추행 미수는 벌금형, 공연음란은 실형

6개월 뒤, 박 판사는 주택 골목가에서 지나가는 여성에게 성기를 노출한 채 천천히 뛴 ㄴ씨(공연음란죄)에게 징역 4개월형을 선고했다. 공연음란죄는 법정형이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500만 원 이하라 초범은 흔히 벌금형에 처해진다. 검찰도 벌금형 의견을 냈다. 하지만 박 판사는 ㄴ씨가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는 점 등을 들어 "죄질과 죄책에 상응한" 실형을 선고했다. ㄴ씨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한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ㄴ씨의 공연음란죄 실형 선고는 형이 무거운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ㄱ씨의 강제추행미수죄도 벌금형을 선고할 수는 있지만, 공소요지를 볼 때 죄질이 무겁다"며 두 사건을 같은 판사가 판단했다는 점에 의아해 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강제추행에 벌금형을 선고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연음란이 타인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범죄지만 강제추행은 특정 대상을 만지려고 시도한 것이라 죄가 더 중하다"며 "두 사건만 놓고 보면 (두 판결이) 형평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검찰은 오는 2월 구속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관련 판사들의 기소를 정리하고, 서 의원 등 정치인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또, 서 의원의 민원 재판이 실행됐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공연음란죄 징역형' 판결도 참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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