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이해충돌 논란, '김영란법'만 제대로 만들었어도...

[주장] 본래 명칭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지금이라도 보완해야

등록 2019.01.29 09:48수정 2019.01.29 09:56
1
원고료로 응원
'김영란법' 본래 명칭은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이었다.

손혜원 의원에 이어 야당 의원들에 대해서도 이른바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해충돌 방지 제도란 공직자가 자신과 4촌 이내의 친족과 관련된 업무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으로서 미국 등 선진국의 공직자 부정부패방지법의 핵심조항이다. 미국 의회는 1962년 케네디 정부가 제정한 '이해충돌방지법'을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법"으로 평가한 바 있다.

'이해충돌 방지 규정' 빼고 처리... 후속 조치도 없어
  
a

손혜원 의원 목포에서 기자회견 개최 목포 원도심 투기의혹을 받고 있는 손혜원 의원이 23일 오후 전남 목포 역사문화거리 박물관 건립 희망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 공동취재사진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나라의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본래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 논의가 시작되었다. 즉, '김영란법'이 처음 제출되었던 당시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 규정'은 관련법안의 핵심적인 골간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 지리한 논란만 거듭하다가 결국 입법과정에서 "추상적이고 포괄적"이라는 이유로 송두리째 누락되어 빠져버렸다. 당시 국회는 '추후에'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을 분리해 재론하기로 하였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후속 조치도 없었다. 이해충돌 문제를 둘러싼 오늘의 혼란은 전적으로 국회의 자업자득이다.

선출직을 포함한 공직자의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이란 사적 이해관계, 특히 직계 및 친인척과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수행,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대외활동, 업자와의 다종다양한 이해관계에서 비롯되는 모종의 거래, 소속기관 등에 가족의 채용 및 계약체결 등으로 표출된다.

미국 연방법률 제18편 제208조는 미국의 공직자는 본인은 물론 배우자와 자녀,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단체, 자신이 향후 고용될 수도 있는 단체 등과 금전적 이해관계가 있는 사안에 관하여 공직자로서 결정·허가 등의 행위를 한 경우 처벌된다고 명문화하고 있다. 고의성이 없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지지만, 고의성이 있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양형이 증가한다(반면 우리의 현행 공직자윤리법에는 이해충돌 방지 의무만 있을 뿐 관련 처벌 조항은 부재한 상태로서 선언적 의미 외에 아무런 실효성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

미국만이 아니라 영국의 부정행위방지법, 프랑스의 공무원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법률, 캐나다의 이해충돌법, 호주의 연방공무수행법, 일본의 국가공무원윤리법 등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해충돌방지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다. 독일 하원의원이 준수해야 할 이해충돌 방지 규정은 무려 67쪽에 이른다.


김영란법을 개정하든가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해야
 
a

자유한국당 송언석 의원(왼쪽)과 장제원 의원 ⓒ 남소연

한편 서영교 의원의 이른바 '재판민원' 사건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관행적인 문제"로 간주되고 있다. 이해충돌 방지 규정은 형사적·경제적·재정적 제재를 통하여 '부적절한 처신이나 관행'으로 치부되는 외부 압력과 청탁을 처벌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국회의원을 비롯한 주요 이해관계자들에게 강력한 경고 기능을 수행한다. 또한 이들 주요 행위자들로 하여금 '자기 통제'를 강제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방향성을 지향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국회는 당초의 약속을 지켜 이해충돌 방지법을 제정하든가 아니면 '김영란법'을 개정하여 본래의 입법취지대로 이해충돌 방지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 그리하여 국회의원들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기준과 규범을 명문화함으로써 더 이상 국회가 이런 문제로 국민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해충돌 #김영란법 #손혜원 #국회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4. 4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5. 5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