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두고 '택배폭탄'... "그래도 웃으며 일합니다"

명절 연휴 앞둔 예산우체국 집배원들의 표정

등록 2019.01.30 11:58수정 2019.01.30 11:58
0
원고료로 응원
 

무거운 짐들을 나르면서 뭐가 그렇게 즐거운 걸까?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 예산우체국 집배원들. ⓒ <무한정보> 홍유린

 
설을 앞두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사람들을 찾았다. 멀리서부터 보내온 선물상자들의 주인을 찾아 좁은 골목골목을 누비며 다니는 우체국 집배원들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소식을 나르는 집배원들이 바쁘지 않은 날이 있을까마는 설은 추석과 함께 연중 가장 많은 물량이 몰려 몸이 두 배로 피곤한 시기다.


24일 아침, 예산우체국(충남 예산군 소재) 주차장에서 집배원들이 힘을 모아 산더미처럼 쌓인 소포와 택배들을 빨간 택배차 안으로 차곡차곡 쌓고 있다. 장정 네댓 명이 달라붙어 손을 바삐 움직여보지만 택배상자가 끊임없이 밀려온다. 꽉 차게 들어찬 택배상자 때문에 발 디딜 틈이 없다.

일손이 모자를 만큼 정신없이 바빠져 마음까지 여유 없을 법도 한데, 이들은 웃고, 웃고, 또 웃는다. 
 
"여기 기자양반 좀 봐줘~ 사진 찍는다고 허잖여."
"에이 됐어, 나이든 사람 찍어 뭐혀. 여기 있는 젊은 신입들 잘나와야지."


막내 집배원 장준영씨가 "신문 나오는 거예요? 그럼 저 한 장 찍어주세요" 하며 말간 얼굴로 수줍은 미소를 보인다.

짧은 대화에도 '하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고 얼굴에는 정겨운 인심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것만 같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으면 행복하다는 말이 가슴깊이 와 닿는 순간이다.
 

오토바이에 선물을 실은 집배원이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시동을 걸고 있다. ⓒ <무한정보> 홍유린

 
한쪽에서는 오토바이 한가득 선물을 실은 집배원이 야무지게 안전모를 고쳐 쓰고 턱 끈을 단단히 조인다. 출발준비를 끝낸 순간 바로 카메라를 가져다대니 "언론에 노출 안 되려고 했는데" 하며 장난스런 농담을 던지고는 힘차게 시동을 걸고 우체국을 나선다.

2층 집배실로 자리를 옮기니 직원들이 우편물과 택배분량을 분류하고 옮겨 놓느라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내외근직 구분 없이 바쁜 때는 서로 일을 도와요. 가족처럼 정답게 항상 웃으면서 하죠. 아까 보셨죠?" 김동선 집배실장이 자랑을 쏟아 놓는다.

당번제로 돌아가는 집배원들은 이르면 새벽 4시부터 업무를 시작한다. 대흥·광시, 신양·대술, 신례원 등 도착한 우편과 소포들을 손수 분류하고, 퇴근을 하기 전엔 내일 배달할 우편물들을 따로 정리해둔다. 퇴근은 몇 시쯤에 하냐 물으니 "대중없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몸이 두 개여도 모자를 정도로 바쁜 집배원들에게 오는 우편이나 선물들은 따로 빼놓는다. 동료 집으로 배달 가는 대신, 조금이라도 서로의 일을 줄여주려는 마음이다.

"몸이 힘들고 지칠 때도 있지만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해요. 저희 모두 사명감을 갖고 발로 뛰는 거죠. 요즘에는 사람들이 일이 많이 바빠져 집에 안 계시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땐 꼭 전화해 어디다 두는 게 좋을지 미리 여쭤보고… 얼굴을 안보니까 전화할 때는 더 친절하게 해드리려고 노력해요."

시골 곳곳 이웃들의 우편을 전달하는 집배원들은 행복도 함께 배달하는가 보다.

이리저리 부지런히 움직이는 이들과 오랫동안 대화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니 "제일 바쁠 때 오셨슈"라고 답한다. "그러게요. 제가 불청객이었나요?"라며 너스레를 떠니 "조금 그렇죠?"하고 재치 있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야기를 마치고 품안에 한가득 우편물을 안고 달려 나가는 집배원의 발걸음이 가볍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도 실립니다.
#집배원 #우체국 #우편 #택배 #예산우체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니, 소파가 왜 강가에... 섬진강 갔다 놀랐습니다
  2. 2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3. 3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4. 4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5. 5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