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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자기토바, 세계선수권 우승 '비상'... 미국은 신예에 환호

[피겨] 자기토바 유럽선수권서 1위 내줘... 미국은 알리사 리우로 기대감 상승

19.01.29 11:48최종업데이트19.01.2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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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피겨계가 이달 각국 내셔널 챔피언을 가리고 대륙별 선수권 대회에 돌입한 가운데 새로운 신예와 이변들이 속출하고 있다. 유럽선수권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던 알리나 자기토바(17·러시아)가 우승에 실패했고, 미국 내셔널에서는 '새별' 알리사 리우(13)가 트리플 악셀 2번을 성공시키며 대반전을 이뤄냈다.
 
흔들리는 자기토바, 세계선수권 우승전략 '비상'

평창 올림픽 당시 만 15세를 갓 넘겨 출전했던 알리나 자기토바는 올 시즌 성장통을 겪으면서 점프에서 연이어 흔들리고 있다. 앞서 그는 그랑프리 시리즈 두 대회에서는 무난하게 우승을 차지했지만, 파이널에서 복병으로 꼽힌 키히라 리카(일본)에 밀리면서 2년 연속 파이널 챔피언 달성에 실패했다. 특히 키히라 리카는 오는 3월 일본에서 열릴 예정인 2019 세계 피겨 선수권 대회에서 자기토바와 우승을 겨룰 상대로 꼽히고 있는데, 첫 대결에서 자기토바가 패하면서 경쟁에서 빨간불이 켜지고 만 것이다.
  

지난 2018년 2월 21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알리나 자기토바가 연기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런 위기가 지난 25일(한국시간)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열렸던 2019 유럽 피겨 선수권에서는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말았다. 그는 쇼트프로그램에서부터 자신의 트레이드마크 점프로 밀고 있는 트리플 러츠-트리플 루프에서 연결 점프에 회전수 부족 지적을 받았다. 이후 프리스케이팅에서는 후반부 트리플 러츠 점프에서 넘어지고, 후반부 2개의 트리플 플립 점프마저 회전수 부족 판정이 내려지면서 결국 같은 자국 선수였던 소피아 사모두로바에게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유럽선수권은 피겨스케이팅에서 큰 축을 맡고 있는 유럽 대륙의 선수들만 출전하는 대회로, 오래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열리는 대륙별 선수권은 대체적으로 후한 점수로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대륙별 기싸움이 치열해지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볼 때 자기토바에게 있어 이번 유럽선수권은 '악몽' 그 자체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자기토바는 지난 시즌 그랑프리 파이널과 평창 동계올림픽 등 굵직한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하며 시니어 데뷔 시즌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런데 시즌 마지막 대회였던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연거푸 넘어지며 결국 5위로 무너지면서 그랜드 슬램 달성에 실패했다.
 
그는 올 시즌 커리어에서 유일하게 이루지 못한 세계선수권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키히라 리카 등을 비롯한 복병이 등장하면서 가는 길이 험난해지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가 열릴 장소가 일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자기토바 입장에서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결국 남은 두 달여 동안 자기토바가 얼마나 점프에서 다시 안정감을 되찾는지가 키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알리사 리우, 미국 여자피겨 자존심 되찾나

한편 비슷한 시기였던 26일(한국시간) 미국 디트로이드에서는 내셔널 챔피언을 가리는 2019 전미 피겨선수권 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 여자싱글에서 2005년생 13살 신예인 알리사 리우가 우승을 차지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알리사 리우는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악셀을 두 번을 시도해 모두 성공을 거뒀다. 또한 후반부에 두 개의 트리플 러츠 콤비네이션 고난이도 점프를 배치하는 등 무서운 기세로 클린연기를 해내며 미국 관중들을 열광시켰다.
  

미국 피겨 선수 알리사 리우가 2019년 1월 25일(현지시간) 열린 U.S. 피겨 스케이팅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후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 AP/연합뉴스

 
중국계 미국인인 알리사 리우는 5살 때부터 피겨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경기가 끝난 직후 경기 해설을 맡았던 타라 리핀스키(1998 나가노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리우가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악셀 2번, 후반부에 트리플 러츠 2번을 뛰었는데 실로 엄청난 일"이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미국 열도가 이렇게 리우의 활약에 흥분하는 이유는 새로운 미국 여자피겨 간판을 찾았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2000년대 초반 전설로 꼽히는 미셸 콴이 은퇴하고 난 이후 10년 이상 여자피겨 침체기에 빠졌다. 중간에 샤샤 코헨을 비롯해 애슐리 와그너, 그레이시 골드 등이 있었지만 김연아(29)를 비롯한 아시아 피겨 선수들을 비롯해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이후로는 줄곧 러시아의 강세에 밀려 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특히 평창에서는 그 악몽이 절정에 달했는데 밴쿠버와 소치에서 모두 올림픽 여자싱글 4위에 자리했던 미국 피겨는 평창에서는 모두 9~11위권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평창에 출전했던 미라이 나가수, 브레디 테넬, 카렌 첸 등이 점프에서 연거푸 큰 실수를 범하는 등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결국 최근 올림픽 가운데 가장 낮은 성적을 내고 만 것이다.
 
이렇게 여자피겨의 한숨이 좀처럼 가시지 않을 무렵 리우의 등장은 새로운 희망이자 빛으로 꼽히고 있다. 물론 리우가 아직 나이가 매우 어린 탓에 차기 시즌에나 주니어에 올라올 예정이며, 아직 성장기도 채 오지 않은 선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좀 더 지켜봐야만 한다. 하지만 그가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기술력은 분명 놀라웠기에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선수임에는 틀림 없다.
 
하비에르 페르난데스, 유럽선수권 7연패로 작별

한편 유럽선수권 남자싱글 경기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 동메달리스트였던 하비에르 페르난데스(28·스페인) 대회 7연패를 달성하며 은반에 작별을 고했다.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줄곧 휴식기를 갖다가 이번 유럽선수권 대회를 자신의 은퇴무대로 발표하고 준비에 돌입했다. 쇼트프로그램에서는 3위에 그치며 다소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두 번의 쿼드러플 점프를 모두 성공시키는 등 노련미가 느껴지는 연기로 결국 총점 271.59점으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페르난데스의 마지막 프리 스케이팅 연기 ⓒ AFP/연합뉴스

 
이로써 페르난데스는 2013년 이후 이 대회 7연속 우승에 성공하면서 화려하게 자신의 피겨선수 커리어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스페인에서 자국 선수로는 사상 최초로 동계올림픽 빙상 종목 메달리스트로 남았다. 피겨와는 거리가 멀었던 스페인에서 유일한 자국의 자존심이자 선구자 역할을 해왔던 그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스페인 피겨 남자싱글 선수로는 54년만에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기도 했다. 이어 기량이 차츰 성장하기 시작하더니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4위에 오르며 포디움 진입을 눈앞에 두기도 했다. 이외에도 두 차례 세계선수권 우승, 두 번의 그랑프리 파이널 은메달 등 스페인 피겨 역사에 길이 남을 커리어를 쌓아왔다.
 
그리고 마침내 평창에서 스페인 빙상종목 선수로는 사상 최초로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등극하면서 목표였던 올림픽 메달을 손에 넣었다. 특히 직전 대회였던 소치 올림픽 당시 프리스케이팅에서 점프 자약룰 위반으로 기술 하나가 무효 처리돼 간발의 차이로 동메달을 놓쳤던 것을 생각한다면 평창 동메달은 배 이상으로 값진 결실이었다.
 
또한 그는 현재 한국 남자피겨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차준환(17·휘문고)과 함께 브라이언 오서(캐나다)의 지도를 받아왔다. 지난해 12월에는 스페인 마드리드, 그린 카나리아 제도, 무르시아 등에서 자신이 직접 주최한 '레볼루션 온 아이스쇼'를 열기도 했다. 이 아이스쇼에는 김연아가 출연해 큰 관심을 불러 모으기도 했다.
 
피겨 불모지에서 태어나 기적을 일으킨 페르난데스는 마지막까지 스페인 피겨에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장식하고 화려하게 은반 위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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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스케이팅 평창동계올림픽 자기토바 하비에르 페르난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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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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