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구현' 수단으로 국민연금에 필요한 세가지

[주장]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를 둘러싼 논란에서 중요한 것

등록 2019.01.29 16:26수정 2019.01.2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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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지방 이전 방침에 따라 기금운용본부와 함께 이전한 국민연금공단은 전주시 혁신도시 내에 위치해있다. ⓒ 김길중

   공적연금의 주식 투자는 국가 경제 뿐 아니라 기업이나, 가입자에게 선호되는 투자 방법중 하나다. 게다가 전 국민이 가입자로 있는 국민연금의 입장에서는 해당 기업 생산성 상승뿐만이 아니라, 국내경제 발전에도 비례하여 성장하므로 경제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눌 수 있다.

국가적 가치를 가지는 기업의 투자자 혹은 주주로 국민연금이 존재한다는 것은 기업들의 성장의 혜택이 국민들에게 이전될 수 있다는 통로를 만들 게 된다는 데 의의가 있다.

또한 기업의 입장에서도 연금기금을 통한 장기 투자가 기업의 비용을 절감하고, 주식의 가용성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자본 활용도를 높여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우 성장에 따른 혜택이 국민연금을 통해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가되고 있는지는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할 여지가 많다.

예를 들어 최근 몇년사이 대한항공과 한진칼 이사들의 위법행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기존 주주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서 경영참여의 필요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대한항공 오너일가의 일탈이 불러온 국가 공공기금의 이미지 훼손

그동안 대한항공 및 한진칼의 이사진들은 배임혐의로 196여억원, 횡령혐의로 176억여원 등으로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되었으며, 더 나아가 밀수혐의 및 관세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송치되기까지 하는 등 범법행위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조양호 이사의 부인과 세 남매 등 총수일가는 소위 '땅콩회항', '물컵갑질', '부정대학편입', '공사현장 업무방해' 등으로 회사 이미지를 크게 훼손하였고, 대한항공의 주식가치 역시 크게 하락해 실질적으로 국민연금 기금의 수익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었다.

이들 총수일가의 상식 밖 행동이 국민연금 가입자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한 것이다. 또한 지주회사인 한진칼 이사회는 조씨 오너일가의 행동을 묵인함으로써 회사의 주식가치 하락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이 역시 직접적으로 국민연금의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행위가 된다.

결국 기업의 가치가 추락하면서, 기금의 보유자산에 손실을 야기함과 동시에, 국민연금이 이러한 기업에 1,2대 주주로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내외적으로 비난받을 유인을 제공한 셈이 됐다. 또 국가 공공기금으로서 국민연금의 이미지 역시 타격을 입게 됐다.

그럼에도 국민연금 입장에서 이들 기업에 대해 마땅히 제재를 할 수 있는 수단도 거의 없다. 그렇다고 현재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정의 구현' 차원으로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고민해봐야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이유

 

대한항공 경영 정상화를 바라며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요구하는 대한항공 조종사들. ⓒ 참여연대

 국민연금이 사회적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개입하여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공적연금으로서 국민연금이 취할 태도인지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는 아직 부족한 상태이다. 최근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문제가 사회적으로 크게 논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국민연금의 경영참여를 염두에 둔 주주권 행사는 기금운용의 최종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의결해야 한다. 물론 위원회의 심도 있는 논의 역시 필요하다.

사실 이번 대한항공 건을 기회로 문제 있는 기업들에 대해서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게 된다면, 이제 국민연금은 "순수한 재무적 투자자"로서의 권리는 크게 약화될 것이다. 이는 상법, 자본시장법 상 순수 재무 투자자로서 10%가 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외조항으로 인정되었던 특례들을 더 이상 받기는 어려워질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대한항공 이사진의 행위는 국내법 기준으로도 위법 사항이고, 이 자체로 처벌받아야 할 사항이다. 그럼에도 대한항공 및 한진칼과 같은 상황에 대해서 현재 마련되어 있는 실정법에 의한 처벌을 건너뛰어 곧바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안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다소 냉정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기존의 법적 체계나 규제, 이를 뒷받침하는 지침 및 규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를 우선적으로 적용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위법 사항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현실적으로 수많은 '갑'들이 존재하고 사회적 피해에 대한 정당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소위 대마불사의 원칙을 믿으며 여전히 법을 무시하는 집단 혹은 개인에 대한 법적 조치들이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많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항들에 대해서 국민연금이 보유하는 주식 지분의 힘으로 통제한다던가, 기금의 활용을 통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투자를 임의적으로 수행할 수는 없다. 국민연금기금은 그 기금의 목적인 국민연금 가입자에 대한 노후 준비 자산으로서의 안전성을 최우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의의 구현'을 달성하는 수단으로 국민연금을 직접 활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심어진다면, 앞으로 국민연금은 수많은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결사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 우려된다.

'정의 구현' 수단으로 국민연금, 과연?

이러한 의미에서 국민연금은 어떤 사항들에 대해 사후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을 촉구하기 보다는 사전적으로 특정 행동에 대한 지침들이 마련되어 주주권의 행사가 정당하고 객관적임을 보여야 한다.

국민연금에서는 가입자인 국민의 이익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한 노력들이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에 따른 주주권 행사 로드맵으로 마련되고 있다. 그리고 필요 안건에 따른 행동 준칙이 준비되고 있다.

이미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과 관련하여 공단은 최초 사건발생 직후 주주서한을 발송하였고, 기금운용위원회 요구에 따라 경영진 면담 등을 요청하는 공개서한 발송한 바 있다. 이후 법원 등의 판단에 따라 법의 처벌이 있거나 명확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국민연금 역시 이와 병행한 규정에 따른 행동을 취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 수탁자로서의 책임을 수행하는데 따른 구체적인 로드맵은 아직 마련되어 있지 못한 상태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대한항공과 같은 국민연금의 주주권을 크게 훼손한 기업을 방치할 수는 없다. 물론 주주권의 행사라는 직접적 행동을 취하기도 어렵다.

이번 문제를 수탁자전문위원회에 넘기도록 하자는 안건과 국민연금이 행사할 수 있는 주주권의 범위를 논의하자는 안건으로 제안된 사항으로 한정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책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각 위원회의 전문성과 대표성을 충분히 존중하면서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더 나아가 주주권 행사의 일정 기준과 지침을 논의하여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이 경영참여 주주권을 포함한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우선, 투자 대상에 대한 재산권 침해 소지와 기준의 자의성 등에 대한 비판이 있는 상황에서 주주권 행사에 보다 엄밀한 근거가 있어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기위한 선결조건

둘째, 국민연금기금이 투자대상 기업의 지배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한 적절한 프로세스와 대응방안에 대한 기반이 아직까지는 보강되어야 할 부문이 있다. 실제로 주주권에 대한 많은 논쟁이 있었으나, 현실적인 내용보다는 주주권 집행의 가부를 논의하는 내용이 주가 되어 왔다.

그나마 의결권 행사는 기금운용본부의 의결권 행사 지침에 의해 집행될 수 있으나, 지배구조에 가장 강력한 개입방법인 소송이나 소수주주권행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다른 주주들이 소송이나 주주권행사를 할 경우 그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더욱이 지배구조에 대한 주주로서의 영향력이 행사될 경우, 이에 대한 영향은 다른 일반 주주들의 주주권과는 크게 다를 것이니 만큼, 다른 일반주주들과 국민연금기금간의 관계도 논의되고 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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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연구원 원종현 박사 ⓒ 국민연금 연구원

 마지막으로 국민연금에서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마련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나 행동 기준, 절차 등에 대한 경험이 쌓여있지는 못하다. 향후 1~2년동안 단기적으로 현재수준으로 주주권행사 범위를 가동하다가 향후 전면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으로 주주권행사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주주권행사 전체 로드맵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기금운용본부의 인력과 조직, 전문성, 그리고 행사의 정당성이 확보되는 시점까지는 다소 준비기간이 있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공적연금기금이 주주권을 행사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공적연금에서 행사하는 주주권이 과연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 발현되느냐에 대한 문제다. 그 누구도 주주권에 대한 행사가 잘못되었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주주권 행사는 그 자체로 자본주의를 구성하는 핵심 원리기 때문이다.

의결권을 넘어서 주주권 행사의 필요성은 이미 2011년 4월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에서도 그 필요성이 주장되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기업의 소유권이 주주에게 있는 만큼,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통한 이익의 실현은 기업자본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다.

실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문제는 지배구조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적극적인 운용의지와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얼마만큼 착실하게 수행하느냐의 의지로 보여져야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주주권의 적극적 행사를 요구하기 보다는 국민연금에서 마련하고 있는 기준을 조속하게 마련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리고 가입자들은 국민연금이 과연 이에 맞는 준칙주의적 행동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감시할 책임이 있다.
덧붙이는 글 원종현 기자는 현재 국민연금 연구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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