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싸워달라" 김복동 할머니의 유언

오늘부터 5일장 2월 1일 서울광장~일본대사관 행진하는 노제

등록 2019.01.29 14:38수정 2019.01.30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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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가 2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장례식장에 차려져 있다. ⓒ 이희훈

 
할머니의 유언 "끝까지 싸워달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끝까지 싸워달라. 재일조선학교 아이들을 지원하는 문제를 나를 대신해 끝까지 해달라."

여성인권운동가이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유언이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김 할머니가 이마에 송골송골 진땀이 맺히면서 온 사력을 다해 한 말"이라고 했다.

지난 28일 밤 10시 41분 제1371차(23일 기준) 수요집회를 이끌어왔던 김복동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93세다.

정의기억연대에 따르면 김 할머니는 지난 12일부터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투병 생활을 이어왔다. 김 할머니는 지난 2017년 대장암 판정을 받고 몇 차례 수술을 받았으며, 암이 복막 등으로 퍼지면서 몸이 쇠약해져 병원에 입원했다.

2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장례식장 앞에서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는 "할머니가 어제 오전까지 온몸에 암이 퍼져 극심한 통증을 호소해 강한 진통제로 버티고 계시다가 일본 정부에 대한 분노를 절규에 가깝게 말씀하신 뒤 눈을 감았다"라며 "고귀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리고 평온한 모습으로 운명하셨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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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고 김복동 할머니 빈소 조문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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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이야기를 다룬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 나문희씨가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성노예 피해자에서 평화운동가로

김 할머니는 일본군 성노예로 전쟁터에 끌려간 한국의 소녀 중 한 명이었다. 만으로 14세 나이에 전쟁터로 끌려가 8년 만인 22살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후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신고 전화가 개통된 이듬해인 1992년 3월 자신의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알리고 공개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때 김 할머니 나이 67세였다.


1993년에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세계인권대회에 참석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세상에 증언했으며, 2000년에는 일본군성노예전범여성국제법정에 원고로 출석해 실상을 문서로 증언하기도 했다.

윤 이사장은 "남들은 은퇴하는 나이에 김복동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신고했고,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할 때부터 누구보다 치열하게 활동을 해왔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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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2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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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복동 할머니 빈소 조문하는 길원옥 할머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2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평화운동가로도 활동했다. 지난 2012년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피해자 쉼터에서 함께 살던 길원옥 할머니와 함께 전시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지원하는 나비기금을 만들었다.

또 지난 2017년에는 여성인권상으로 받은 5000만 원을 무력분쟁 지역의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데 써달라며 정의기억재단에 기부해 '김복동 평화상'이 제정됐다. 김복동 평화상 1회 수상자로는 우간다 내전 성폭력 생존자이자 인권운동가 '아칸 실비아'가 선정됐다.

국경없는기자회와 프랑스 AFP 통신은 김 할머니를 '자유를 위해 싸우는 세계 100인의 영웅'으로 선정했으며, 국제여성인권단체 '성평등을 위한 여성 이니셔티브'(WIGJ· Women's Initiatives for Gender Justice)가 제작하는 '성평등 유산의 벽'에도 이름이 기록됐다. 지난해에는 공익사단법인 정이 제정한 바른의인상에 첫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재일동포 아이들을 향한 사랑도 남달랐다. 지난 2016년부터 재일조선학교 학생 6명에게 '김복동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지난 2017년에는 '김복동의 희망'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명예회장에 취임해 재일조선학교 학생들을 돕고 있다.

윤 이사장은 "마지막 유언에서도 재일조선학교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올해 초 수상한 바른의인상의 수상금을 내놓으셨다"라고 말했다.

오늘부터 5일장... 2월 1일 노제에서 일본대사관 향해 행진
 

'화해·치유재단 해산하라' '일본군’위안부' 피해 생존자 김복동(92) 할머니가 2018년 9월 3일 오전 종로구 외교통상부 앞에서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장례는 '여성인권운동가 김복동 시민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 지하 2층 특실 1호이며, 이날 오전 11시부터 일반인 분향이 가능하다. 매일 저녁 추도회도 열릴 예정이다.

발인은 오는 2월 1일 오전 6시 30분이며, 이후 서울광장과 일본대사관으로 행진하는 거리 노제가 이어진다.

윤 이사장은 "노제에는 94개의 만장이 준비돼 대학생들과 청소년들이 평화로를 따라 이동할 예정"이라며 "수요집회에 바위 같은 존재였던 김복동 할머니가 가시는 길에 일반 시민은 물론 경찰도 함께 참여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전국에 '고 김복동 할머니 나비되어 훨훨 나르소서'라고 적힌 추모 펼침막도 걸릴 예정이다.

장례위원회는 고문 3인과 상임장례위원장 7인으로 구성된다. 고문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설립하고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운동'을 시작한 김혜원, 윤정옥, 이효재씨가 맡는다. 상임장례위원장은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지은희·한국염 정의기억연대 이사, 정강자 참여연대 공동대표, 백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윤홍조 마리몬드 대표, 권미경 한국노총 연세의료원 노조위원장이다.

윤 이사장은 "이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는 23명이다. 김복동 할머니는 암 투병 중에도 미국으로, 유엔으로 다니면서 2015년 한일 합의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증언했다"라며 "할머니의 삶이 잊히지 않도록 진실규명 활동을 이어가고, 할머니의 목소리가 세계의 희망이 되도록 하겠다. 우리 정부도 여기에 대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진실규명에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병상의 김복동 할머니가 '조선학교와 함께 하는 부산시민모임' 발족식에 축하, 격려 영상 메시지를 보내 왔다. 2018.12.4 ⓒ 사진 작가 최우창

 
평화 ․ 인권운동가 김복동님의 삶

1926년 경상남도 양산에서 출생
1940년 만 14세에 일본군 '위안부'로 연행.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일본군의 침략경로를 따라 끌려다니며 성노예가 됨.
1945년 싱가포르에서 일본군 제16사령부 소속 제10 육군병원에서 간호사로 위장당하여 일본 군인들 간호 노동 후 버려짐. 미군포로수용소에 수감
1947년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지 8년째 되던 22세에 귀향
1992년 3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 공개 후 활동 시작
1992년 8월 제1차 일본군 '위안부'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증언
1993년 6월 오스트리아 비엔나 세계인권대회에 참석, 증언
2000년 일본군성노예전범여성국제법정에 원고로 참여, 실상을 문서로 증언.
2011년 3월 일본 동북부대지진 피해자 돕기 모금 제안, 1호로 기부
2012년 3월 8일 정대협과 함께 전시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나비기금 설립
2012년 7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시의회로부터 용감한 여성상 수상
2012~16년 유엔인권이사회, 미국, 영국, 독일, 노르웨이, 일본 등 매년 수차례 해외 캠페인을 다니며, 전쟁 없는 세상,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는 세상을 위해 활동.
2013년 7월 30일 해외 첫 평화비 미국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 참석, 활동
2014년 3월 7일 베트남 한국군 성폭력 피해자에게 사죄와 지원 메시지 영상으로 알림.
2015년 5월 국경없는기자회, AFP가 "자유를 위해 싸우는 세계 100인의 영웅"에 선정.
2015년 6월 25일 전쟁·무력분쟁지역 아이들 장학금으로 5천만 원 나비기금에 기부.
2015년 12월 10일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2015 대한민국 인권상 국민훈장 수상.
2017년 7월 6일 재일조선고등학교 학생 2명에게 김복동장학금 전달
2017년 8월 사후 남은 모든 재산 기부약정
2017년 9월 26일 서울특별시 명예의 전당에 선정
2017년 11월 23일 한국 포항지진 피해자돕기 1천만 원 후원
2017년 11월 25일 정의기억재단으로부터 여성인권상 수상
2017년 11월 27일 여성인권상금 5천만 원을 무력분쟁지역 성폭력 피해자 지원 및 활동을 위해 '김복동평화상' 제정, 정의기억재단에 기부(1회 수상자 : 우간다 내전 성폭력 생존자, 인권운동가 아칸 실비아 선정)
2017년 12월 10일 국제여성인권단체인 <Women's Initiatives for Gender Justice>, '성평등 유산의벽'에 김복동 할머니와 정대협 선정.
2018년 6월 9일 일본 도쿄 사단법인 희망씨앗기금 주최 집회 참석, 발언
재일조선학교 학생들에게 김복동장학금 수여
2018년 12월 10일 '김복동의 희망' 명예회장 취임
2018년 11월 22일 재일조선학교 지원을 위해 5000만 원 '김복동의 희망'에 기부
2019년 1월 2일 바른의인상 수상, 상금 500만 원 재일조선학교를 위해 '김복동의 희망'에 후원

 
#김복동 할머니 #일본군 '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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