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해산, 논란 없다"는 황교안, 검증해보니

등록 2019.01.30 08:29수정 2019.01.3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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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받는 황교안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 남소연

  
"법에 따라서 우리 헌법 가치에 반하는 정당에 대해서 헌법재판소에 해산심판을 청구했고, 그것을 인용했기에 이 부분에 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없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29일 자유한국당 당대표 경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이다. 자신이 박근혜 정부 법무부장관으로서 주도한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과정에 어떠한 논란의 여지도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날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자신을 직권남용 및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소한 것에 대한 질문을 받고 "통합진보당은 헌법에서 정한 민주적 기본질서에 부합하지 않는, 따라서 헌법이 해산하도록 규정한 정당이다, 1년 10개월 동안 헌법재판소 심리를 통해서 충분하게 위헌성이 입증됐다"라며 이같이 주장했다(관련 기사 : 당대표 출마 황교안 "최순실 알지 못해... 태극기 세력은 귀한 분들").

그러나 "논란이 있을 수 없다"라는 그의 주장은 사실과 차이가 있다.

[논란 ①] 정당 해산 근거였던 RO, 대법원은 없다고 판결

일단,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결정의 근거로 삼았던 '지하혁명조직 RO'의 유무부터 논란이다.

국가정보원은 2013년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이석기가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모임에서 '한반도 전쟁에 대비해 국가 기간시설의 파괴를 위한 준비를 하자'는 등의 발언을 했다"라며 이 의원을 내란음모혐의로 고발했다. 이른바 'RO 회합' 논란의 시작이었다. 언론을 통해 회합 녹취록이 공개됐고, 박근혜 청와대는 그해 11월 국무회의에서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건'을 심의·의결했다. 이 안건은 황 전 총리가 수장으로 있던 법무부가 긴급 안건으로 상정한 것이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12월 19일 재판관 9명 중 8명의 찬성 의견으로 통합진보당의 목적과 활동이 헌법이 정한 '민주적 기본질서'에 어긋난다면서 해산을 결정했다. 또 소속 의원 5명의 의원직 상실도 결정했다. 특히 'RO 회합' 논란과 연결된 내란음모사건을 당 주류의 활동으로 규정하고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을 최종 목표로 추구했다고도 밝혔다(관련 기사 : "민주주의 이념에 반해..." 8대 1로 압도적 해산 결정).

그러나 헌재가 해산 근거로 삼았던 RO와 내란음모사건은 2015년 1월 대법원에서 무죄로 결론 났다. 심지어 헌재 결정 전에도 국정원에서 공개했던 RO 녹취록에 대한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2013년 11월부터 이어진 관련 공판 때 해당 녹취록 상당수의 원본이 없다는 사실이 공개됐고, 심지어 국정원 스스로 녹취록 오류 112건을 인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관련 기사 : 국정원 직원, RO모임 녹취록 오류 일부 인정).

그 결과, RO의 실체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를 인정했던 1심 결과는 뒤집혔다. 항소심과 대법원은 'RO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내란죄 실행을 위한 확정적, 구체적 합의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내란음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논란 ②] 박근혜 청와대와 양승태 사법부의 거래 결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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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29일 서울중앙지검에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통합진보당 강제해산과 관련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무상기밀누설죄로 고소하면서 질의응답에 응하고 있다. ⓒ 민중당

 
박근혜 청와대와 양승태 사법부가 통합진보당 해산을 위해 적극 공조했다는 의혹도 남아있는 상태다.

현재 사법농단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통합진보당 재판부 배당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법원행정처가 2015년 11월 옛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의원들이 낸 지위확인소송에서 사건번호를 미리 비워두는 방식으로 재판 배당 조작을 논의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법원행정처가 2015년 9월 작성한 '통진당 비례대표 지방의원 행정소송 예상 및 파장 분석' 문건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밖에도 법원행정처는 이석기 전 의원 내란음모사건을 '자유민주주의 수호 판결'로 분류해 적시한 문건을 생산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 2016년 법원 내부에서 '재판거래' 의혹 제기 있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과정을 꼼꼼히 챙기고 지시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이 지난 2016년 공개한 고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 비망록을 통해 드러난 정황이다. 당시 헌법재판소 내부 관계자가 아니라면 알 수 없는 통합진보당 해산심판과 관련한 정보 45건이 기재돼 있었고, 이는 곧 헌재의 사전 정보유출 의혹으로 이어졌다.

오병윤·김재윤·김미희 등 전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29일 황 전 총리를 검찰에 고소한 것도 이 같은 의혹에 따른 것이다. 이들은 고소장을 통해 "(김영한 비망록에) 박근혜 청와대가 자신의 정치적 반대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깊숙이 지시, 개입한 사실들이 상세히 기재돼 있다"라며 "(황 전 총리 등이) 헌재 관계자와 내통하며 정당해산 사건의 진행사항과 선고결과에 관한 내용을 재판과정에 정부 측 증인 김영환에게 미리 말함으로써 정당해산사건의 직무상 알게된 비밀을 누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란 ③] "군사정권도 아니고 무슨 공안자랑?"

황 전 총리 스스로 논란을 야기하는 측면도 있다. 황 전 총리는 지난 21일 영남 지역 방문 당시 "대여투쟁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라는 질문에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킨 사람이 누구냐는 말로 답을 대신하겠다"라고 답했다. 22일 세종시 방문 때도 자신을 "통합진보당 해산의 주역"이라고 소개했다.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자신의 '정치력'으로 포장한 셈이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당내서 새로운 논란으로 이어졌다. 당대표 출마를 앞두고 본인의 정체성을 확실히 선전하기 위한 의도였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외연 확장의 한계를 스스로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을 자신의 주요 이력으로 내세우면서 공안검사 출신·박근혜 정부 각료라는 이미지가 더욱 강해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당권 도전을 선언한 주호영 한국당 의원은 29일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과 한 인터뷰에서 "(황 전 총리는) 공안검사를 대단히 오래했다, 공안검사는 극우적인 성격이 있지 않나"라며 "이것이 당의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다"라고 평가했다.

당권 도전이 예측되는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도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통합진보당 해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 업적인데 단지 정부의 소송 대리인으로 나섰던 분이 그걸 자신의 업적으로 포장하면서 대여투쟁력을 과시하는 것은 참으로 의아하다"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이재오 상임고문는 지난 27일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당을 극우정당으로 끌고 가면 안 된다"라면서 황 전 총리를 비롯한 일부 당권주자들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이 상임고문은 "자기 과신도 좋지만 시대흐름에 안 맞는 주의, 주장은 국민들을 피곤하게 하고 당의 수준을 떨어뜨린다"라며 "우리 국민 중에 상당 수는 '공안' 자만 들어도 몸이 으스스하다, 군사정권도 아니고 무슨 공안 자랑입니까"라고 지적했다.
#황교안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양승태 사법부 #이석기 #공안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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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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