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1호 재판' 임종헌 변호인단 사임에 올스톱

2월 재판 기일 모두 미뤄... 양승태 기소 후 병합 가능성 노렸나

등록 2019.01.30 12:30수정 2019.01.3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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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사법농단’ 관련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사법농단 사건의 '키맨'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변호인단이 전원 사임하면서 2월까지 예정된 재판이 모두 취소됐다. 임 전 차장 쪽은 주 4회 재판이 무리였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구속기소를 앞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묻어가려는 전략'이 먹혔다는 분석도 나온다.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는 이날 오후 예정된 임 전 차장의 첫 공판을 취소했다. 전날 변호인단이 전원 사임한 데다 피고인 임 전 차장까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 재판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또 2월 14일까지 예정된 7차례 기일도 모두 보류했다.

임 전 차장의 재판은 변호인이 없으면 진행할 수 없는 '필요적 변론사건'이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고인이 구속된 상태거나 법정형 최소 3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기소된 사건 등에는 변호인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도 '법정 보이콧'으로 변호인단이 전원 사임하고, 피고인도 법정에 나오지 않았지만 법원은 국선변호인단을 선임해 재판을 진행했다. 

변호인단은 '재판 절차 문제'

변호인단 11명은 급작스레 전날 오후 사임서를 제출했다. 법원에 따르면 재판부도 전원 사임을 미리 알지 못해 당황했다. 

변호인단은 재판 진행에 대한 항의라고 한다. 29일 변호인단의 한 관계자는 취재진에 그동안 재판 진행 경과를 정리한 표를 공개했다. 해당 자료에는 '검찰 사정으로 수사기록 복사도 못 한 상태임', '의견서가 미제출된 상태에서 준비절차를 전격 종결' 등이 적혀 있다. 

임 전 차장 쪽은 앞서 4차례 진행된 공판준비기일에서도 같은 불만을 토로해왔다. 지난 23일 준비기일에는 재판부에 "공소사실에 대한 검토가 더 필요하니 공판준비절차를 한 차례 더 열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의 공소사실이 방대해 시간이 상당히 소요된다는 이유로 30일 정식 공판을 잡았다. 당시 재판부는 "빨리 재판을 시작하고, 일주일에 4차례씩 진행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검찰은 공소사실을 충분히 검토한 상태지만, 피고인 입장에서는 변론방향을 세울 시간이 부족하다"라며 "과거 박 전 대통령 사건 때도 그렇고, 일주일에 네 번 재판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양승태 옆에만 있어도 효과적"

그러나 변호인단 전원 사임은 '양승태 효과'를 노린 전략일 수도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오는 설 연휴 이후에 구속기소를 앞두고 있으니 시간을 끌다가 함께 재판을 받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24일 구속된 양 전 대법원장을 두 차례 비공개 소환해 조사했다. 

법원이 두 사람의 사건을 병합해 함께 재판을 받게 된다면, 임 전 차장은 양 전 대법원장에 묻어갈 수 있다. 혐의 개수도 비슷한 데다 상당 부분 내용도 겹치기 때문에 양 전 대법원장 측 변론을 보며 '비교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다.

게다가 상급자인 양 전 대법원장이 옆에 앉아 재판을 받을 경우, 재판부에 지시를 받는 것에 불과했다는 '하급자' 신분을 강조하는 게 가능하다. 비판 여론 또한 양 전 대법원장에 더 쏠릴 수밖에 없다. 

또 다른 판사는 "두 사람이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서 병합이 된다면 임 전 차장에게 효과가 있을 수 있다"라며 "양 전 대법원장 옆에 하급자인 임 전 차장이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그림을 만들 수 있다, 박 전 대통령 옆에 앉은 최순실 격"이라고 말했다. 이런 전략이라면 임 전 차장의 변호인단이 적당히 시간을 끈 뒤 사임서를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 

법원은 이후 임 전 차장에게 '사선변호인을 새로 선임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 등 변호인 선임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사실상 실질적인 재판 진행은 3월 이후에 가능할 전망이다. 
#임종헌 #양승태 #사법농단 #법원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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