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없이 쏟아지는 20만개 택배박스..."젊은기운으로 버틸뿐"

[현장] 설 연휴 하루 20만개 택배 몰리는 우체국 동서울물류센터 가다

등록 2019.02.02 14:10수정 2019.02.0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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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9일 서울 광진구 동서울물류센터, 전국 각지에서 모인 택배를 분류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 신상호


 "사과와 배 같은 과일 박스가 제일 무거워요."
 

지난 1월 29일 새벽 6시,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 아침 해도 뜨지 않았지만, 물류센터 앞 주차장은 벌써부터 1.5톤 택배 트럭 10여대가 부산히 움직였다. 촘촘히 주차된 트럭 사이를 지나 물류센터로 들어서니, 컨베이어 벨트가 움직이는 요란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전등이 환히 켜진 물류센터의 새벽은 분주하다. 물류센터 한 가운데 설치된 2m 높이의 대형 컨베이어벨트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택배 박스들을 쉼 없이 쏟아냈다. 사과상자와 우체국 택배 박스, 흰 스티로폼으로 된 생선 포장 박스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이 박스들은 컨베이어 벨트 옆에 설치된 6m 길이의 철제 레일을 타고 밑으로 내려왔다. 레일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내려온 박스들을 운반하기 좋게 가지런히 쌓았다. 쌓인 모양새가 불안정해보일 때는 박스 더미를 통 비닐을 감는 별도의 작업을 했다.

동서울물류센터 설 연휴기간 하루 평균 20만 개 택배 처리
 

1월 29일 서울 광진구 동서울물류센터, 전국 각지에서 모인 택배를 분류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 신상호

 
박스를 쌓는 단순한 작업이지만, 노동 강도는 만만치 않다. 연휴기간에는 처리해야 할 짐이 평소의 2배인데다 무거운 짐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체국에 따르면 이 물류센터에서 처리하는 물량은 평상시에는 하루 10만~14만 개 정도, 그런데 설 연휴 기간에는 20만 개로 급증한다.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강아무개씨는 "사과와 배 등 과일 종류의 택배가 특히 무겁고, 설 연휴기간 차지하는 비중도 많은 편"이라며 "오랜 시간 일을 하면 허리 등이 아픈 건 어쩔 수 없는 거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저녁부터 새벽까지 일하는 스케줄이라, 시차 적응을 하는 것도 어려운 부분"며 "체력 관리 비결은 따로 없고, 그냥 젊은 기운으로 버티고 있다"고 했다. 

택배 박스를 쌓을 때도 조심해야 한다. 자칫 무게를 이기지 못한 박스가 훼손되기 때문. 파손된 박스를 복구하는 역할을 맡은 한 직원은 "택배가 쌓일 때 가장 밑에 있는 박스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훼손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이렇게 우여곡적을 거쳐 쌓인 택배 박스들은 택배 차량으로 옮겨진다. 그런데 택배 박스들을 차량으로 옮기는 시간이 더뎠다. 광진우체국 관계자는 "연휴 기간에는 짐들이 특히 많아, 박스들의 동선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이게 꼬여버리면,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고 했다.

취재진이 방문한 이날은 연휴기간 중에도 물량이 가장 많은 날이었다. 손충환 서울광진우체국장은 "주말, 이틀 동안 밀린 택배 물량들이 보통 월요일에 접수되는데, 이 물량을 처리하는 날이 화요일(29일)"이라며 "이틀치분의 택배를 처리하는 날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1.5톤 트럭 한대에 최대 300개 택배, "사무직 직원도 나와서 도와"
 

1월 29일 서울 광진구 동서울물류센터, 전국 각지에서 모인 택배를 분류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 신상호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 1.5톤 트럭 한 대가 싣는 택배박스는 250~300개 가량이다. 평소 처리하는 물량보다 50~100개 정도 많다. 평소보다 많은 업무량으로 인해 집배원들의 출근 시간도 연휴기간 중에는 1시간 가량 빨라진다.

한 집배원은 "요즘에는 평소보다 1시간 이른 아침 7시 30분쯤 출근한다"며 "그래도 처리해야 할 짐이 많을 때면, 밤 9~10시쯤 끝날 때도 있다"고 밝혔다. 광진우체국 측은 이번 연휴기간을 대비해 아르바이트 등 임시직 300명을 따로 고용했다.

하지만 이날 택배 분류 업무는 평상시보다 40분 늦은 오전 6시 40분이 돼서야 마무리가 됐다. 그만큼 처리해야 할 물량이 많았다는 뜻이다. 손 국장은 "연휴기간에는 일손이 모자라, 행정 업무를 하는 직원이나 관리자들도 나와서 택배 분류 업무를 돕는다"고 밝혔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설 연휴기간인 1월 21일부터 2월 8일까지 소포 우편물은 약 1900만 개, 하루 평균 175만 개가 접수될 것으로 예상했다. 평소 물량보다 175% 증가한 수치다. 우정사업본부는 이 기간 집배 보조인력 1400명을 포함해, 3400명의 인력을 추가 투입한다.
 

1월 29일 서울 광진구 동서울물류센터 ⓒ 신상호

 
#우체국 #택배 #설 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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