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속 편한 '황나땡'? "웃고 있을 때 아니다"

'황교안 부활' 반기는 민주당의 숨은 뜻... 우상호 "역사 퇴행, 제대로 반격해야"

등록 2019.01.30 19:20수정 2019.01.30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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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받는 황교안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지난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 남소연

 
'황나땡(황교안 나오면 땡큐)'

지난 29일 당권 도전을 선언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정치적 부활'을 두고 민주당 안팎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마지막 총리'이자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탄핵 정국의 '심벌'과도 같은 황 전 총리. 그가 한국당의 사령탑이 된다면 민주당 입장에서도 정국 운영에 있어 유리하다는 자신감을 '진반농반'으로 표현한 셈이다.

'제2의 박근혜' 프레임, 유리할 수밖에 없다?

정말 그럴까. 일부 민주당 관계자는 황 전 총리가 정계에 입문함과 동시에 대야 '전선'이 더욱 명확해진다고 내다봤다. 박 전 대통령의 그림자를 이고 있는 황 전 총리의 존재만으로도 '프레임 전쟁'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30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단순하다. 황교안이라는 인물이 야당 대표가 되면 전선이 확실해진다. 제2의 박근혜라는 상징성 때문에 프레임이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나쁠 것은 없다"고 말했다. 보수층으로 이탈하고 있는 중도층의 발길도 붙들 수 있다는 주장도 따라 나왔다.

그는 이어 "중도층은 결국 당 지지율, 국정 지지율에 따라 움직인다"면서 "황교안으로 전선이 분명해지면 (지지층의 선택이) 더 명확해질 수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중도층 입장에서) 긴가민가한데, 황 전 총리는 그 상징성 때문에 (선택을 거부할) 여지가 생긴다"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박근혜 동정론이 자꾸 커지면 (그 영향이)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면서도 "결국 확장성 싸움인데, 공안검사 출신인 황교안은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해석은 황 전 총리의 상대 후보인 오 전 시장도 같은 맥락에서 자신을 부각하는 메시지로 활용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이 민주당 입장에서 황교안, 홍준표씨가 당 대표가 되는 게 좋다고 속내를 드러냈다"며 "확장성이 꽉 막힌 당 대표, 소수의 광팬들만 있는 당 대표를 내세우면 2020년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땡큐'로 끝날 문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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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이 박근혜다" 2016년 12월 24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정권 즉각퇴진 9차 범국민행동’에 참석했던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황교안 총리 구속을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민주당 일각에서는 '나오면 땡큐'라는 단편적 안도감보다, '황교안 컴백'을 경계하고 그 속에 담긴 정치적 의미를 비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비웃고만 있을 게 아니라 여당의 존재감을 더 드러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이 사람 첫 일성이 '무덤에 갔어야 할 386 운동권' 어쩌고였다. 공안검사들의 용어를 다시 듣는 것 같았다."

제1야당 원내대표로 탄핵 정국을 이끌었던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황 전 총리의 등장 자체가 "역사 퇴행"이라고 꼬집었다. "낡은 색깔론의 망령을 쥔 권위적인 공안검사의 부활을 알리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우 의원은 "정치를 하고 말고는 본인 자유지만, (황 전 총리는)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역사적 책임을 질 사람이다"라면서 "존재 자체도 퇴행적이지만 일성부터 갈등을 부추기는 말을 시작하는 걸 보며 '아이고 의미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우 의원은 황 전 총리를 대하는 민주당의 태도가 '황나땡'이라는 안도보다는 "강력 성토"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정치적 레토릭으로 (황나땡을) 말할 수야 있지만, 이런 사람이 다시 등장하는 것은 퇴행이다. 정치가 또 한 단계 후퇴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우려했다.

우 의원은 "이해찬, 홍영표 기사가 사라지고 홍준표, 황교안 기사만 나오는 상황은 위험하다. 우리 당도 황교안의 등장에 강력하게 성토해야 한다"면서 "'황교안이 되면 유리하다'고 팔짱 끼고 씩 웃을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황 전 총리를 중심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결집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구 보수 세력을 다시 결집하기엔 황 전 총리가 적임자다. 나는 그게 퇴행이라고 본다"면서 "탄핵까지 당한 나라에서 역사를 부정하는 듯한 정치지도자가 등장하는 게 바람직한가"라고 반문했다(관련기사 : 황교안, 오차범위 내 첫 1위... 2월 전대 앞두고 보수층 결집).

한편, 당 지도부에서도 황 전 총리의 출마 자체에 대한 비판이 터져 나왔다. 최고위원인 박주민 의원(서울 은평갑)은 "황 전 총리는 출마선언문을 쓸 것이 아니라 반성문부터 써야 한다"고 꼬집었다. "대국민 사과가 우선"이라는 요구였다.

박 의원은 이어 "1980년대에나 있을 법한 색깔론 이야기를 하고, 심지어 통합진보당을 본인이 해산했다고 자랑스럽게 발언했다"면서 "정부의 대리인에 불과한 법무부 장관이 본인이 다 (해산 지시를) 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법리적으로도 맞지 않다. 법률가의 자질마저 의심된다"고 말했다.
#황교안 #박근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우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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