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미군기지 앞을 압도한 핑크 깃발의 주인공들

[현장] 오키나와 4박 5일 평화기행 원정기

등록 2019.01.31 09:29수정 2019.02.0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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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를 끝내고 오키나와 주빈과 평화어머니회가 함께 단체 사진을 찍었다. ⓒ 평화어머니회

  
1월 25일 새벽, 일본 오키나와 가테나 미군기지 제1게이트 앞에서 '불법 이전 공사 반대' '가테나 기지 폐쇄'를 위해 활동하는 오키나와 시민들이 모인다고 했다. 24일 헤노코를 다녀온 평화어머니회 회원들은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일정 마지막날까지 연대하기로 했다. 

영어, 일어, 한국어로 구호를 오려 붙인 핑크빛 조끼를 입고 대형, 핑크빛 깃발을 들고, 현수막을 들고 게이트 앞에서 행진을 했다. 대형 핑크 깃발과 한반도기를 흔들며 기지로 출근하는 차를 향해 "평화가 왔다, 무기는 필요없다" "군사주의 끝" "가테나에 기지는 필요없다" "오키나와에서 모든 기지를 철수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게이트 앞 새벽행동을 하는 오키나와 주민들도 열심히 우리의 구호를 따라 외친다. 집회가 끝났을 때 한 여성분이 손을 꼭 잡고 "핑크 깃발에서 대단한 힘이 전해진다 고맙다"라고 거듭 말했다. 그날의 감동이 컸는지 미쯔요 미야가와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적어놨다.
 
금요일은 가테나기지 제1게이트에서 새벽행동 <노!~베이스>라며 구호를 외쳤습니다. 오늘아침 모인 사람들이 좀 적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있으려니, <한국단체가 응원하러 왔습니다>라는 안내가 있었습니다.

헤노코를 다녀온 어머니들? 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국도 건너편에 핑크의 무리가 굉장한 박력으로 국도를 건너 게이트 앞으로 핑크 무리가 왔습니다.

커다란 핑크 깃발, 현수막도 핑크, 모두의 조끼도 핑크, 그 박력과 압도적인 힘에 현수막의 문구를 읽기도 전에 모두 감동하고, 어떤 이유인지 울고말았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압도적인 핑크빛의 박력입니다."
 
<무기는 필요없다-부키와 사레> <평화가 왔다- 헤이와가 키타>라고 하는 구호도 밝았습니다.핑크 무리에게 게이트앞의 경찰관들도 쩔쩔맵니다 깃발을 펄럭이며, 현수막을 내걸고 게이트 앞을 잠시 행진합니다.
 
게이트 앞 차도 중 한쪽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오전 8시 30분까지라고 해서 평화어머니회는 준비해 간 핑크천을 풀어 참가자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통일아리랑을 추기 시작했다.

출근 차량이 핑크천 앞에서 멋칫거리면 핑크천을 들어 평화의 아치 다리 아래로 차량이 통과할 수 있도록 양쪽에서 천을 높이 들어줬다. 출근하는 사람들이 놀란 기색이 역력하다. 그 감동의 순간을 미쯔요 미야가와씨는 또 이렇게 적었다.
  

게이트 앞 아리랑 가테나 제 1 게이트 앞에서 오키나와 홀동가들과 아리랑을 추고 있다. ⓒ 평화어머니회

 
"지금부터 소용돌이 데모를 합니다. 그렇치만, 나도 소용돌이가 어떤건 지는 몰라요"라고 통역을 하는 오까모토 후끼꼬씨가 말했습니다.

나타난 것은 핑크의 긴~~ 천 조각. 참가자 모두가 그 천을 잡고, 게이트앞을 걷습니다. 미군차량이 통과할 때, 핑크천이 골인하는 나방처럼 차앞을 팔랑팔랑하다가 차량이 지나가도록 천으로 아치를 만들어 줍니다. 곧 광장으로 이동해, 원을 그리면서 소용돌이로 행진해 나아갑니다. 중앙 리더에게 핑크천을 둘둘 감고있습니다. 리더는 누에처럼 핑크천에 싸여있습니다.
 
모든 천을 감고나서 계속해서 손에 들고 있던 조선반도의 깃발과 핑크 깃발을 흔들며 춤을 춥니다. 곡목은 존레논의 이메진 우리들도 함께 춤을 췄습니다. 춤이라기보다 라디오 체조처럼 간단한 동작이어서 함께 참가했습니다.
 
멋집니다 ! 이 일체감, 경쾌함~~ 감사합니다. 오끼나와는 혼자가 아닙니다. 정말로 멋진 시간이었습다. 만나서 기뻤습니다. 어머니들, 고맙습니다.
 
평화어머니의 핑크 깃발이 지닌 위력은 참으로 대단했다. 24일에 연대한 후텐마 해병대기지 이전 공사중인 게이트 앞 차량 저지 행동에서도 핑크 깃발의 힘이 발휘됐다. 오키나와 청년이 인형을 들고 누워 자재를 실은 트럭의 통과를 저지하려 하자 경찰이 달려들어 그 청년의 사지를 잡고 들어내려 했다.

고은광순(평화어머니회 상임대표) 대표가 핑크 깃발을 청년의 앞에 커튼처럼 감싸자 경찰 둘이 한동안 그 청년을 함부로 들어내지 못했다. 평화의 깃발 앞에 잠시 주춤했던 것이다.

평화어머니회의 상징은 어머니가 아이 둘을 양쪽 팔로 안고 있는 모습이다. 어머니는 누구도 자기 자식이 전쟁에 나가 총으로 남을 쏘아 죽이거나 총에 맞아 죽는 총알받이가 되라고 자식을 낳는 게 아니다. 모든 아이들은 어머니의 자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들려나오는 고은광순 평화어머니회 상임 대표 자재를 실은 트럭이 들어가는 입구에 평화 연대를 하다 들려나오는 평화어머니회 고은광순 상임대표 ⓒ 평화어머니회

 
평화어머니의 상징 색은 핑크다. 평화어머니는 어디든 평화를 염원하는 핑크깃발과 핑크 조끼나 핑크 치마. 핑크 티셔츠를 입고 걷고, 춤추고, 평화를 외쳤다. 핑크 천을 들고 곁에서 구경하던 이들 모두와 함께 추는 통일아리랑은 평화어머니회 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춤이다.
 
핑크색 종이에 쓴 평화의 구호를 들고 하는 1인 시위, 핑크깃발과 핑크 천을 들고 추는 평화의 춤은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 도라산 평화의 공원 만이 아니라 미국 백악관 앞, 이스라엘 대사관 앞, 오키나와의 미군 기지 앞에서도 어김없이 그 감동을 전했고 힘찬 에너지를 뿜어냈다.
  

대포에서 꽃만 나온다 다카자오 스즈오씨가 평화어머니회 고은광순 상임대표가 선물로 전한 그림을 코팅해 시위에 사용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 평화어머니회

 
평화어머니회 회원들의 연대에 힘을 받은 오키나와 주민들은 오는 4월 27일 약 500km를 잇는 평화인간띠 잇기에 참석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기쁜 소식을 전해왔다. 고은광순 대표가 직접 손으로 그려 준비해 간 '평화가 왔다, 대포에서 꽃만 나온다'는 그림을 코팅해 집회에 활용하고 있다면서 사진을 보내왔다. 
  

가테나 기지 이전 공사장 평화어머니회가 2차례 연대했다. ⓒ 평화어머니회

 
그 어떤 무기로도 평화를 살 수 없지만 어머니의 힘, 평화의 힘으로는 전쟁과 살상이 없는 평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 모든 자녀들은 어머니의 자식이고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평화가 왔다. 무기는 필요없다 / 헤이와가 키타. 부키와 사레"
"평화가 왔다. 전쟁은 없다 / 헤이와가 키타. 센쇼와 나이"
"평화가 왔다. 군사주의 끝내자 / 헤이와가 키타. 군타이와 이라나이"
#오키나와 평화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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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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