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명항에서 화천 산천어 축제 논란을 생각해 본다

[주장] 화천 산천어 축제 논란,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지켜보고 문제점 개선해야

등록 2019.02.16 11:28수정 2019.02.1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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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김포에 소재한 대명항은 우리 가족이 자주 찾는 곳이다. 그럴 것이 대명항은 언제 어느 때 가도 주차 공간이 넉넉하게 남아있다. 국내 유명 수산시장은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만 주차 시설이 그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많은 불편함을 준다. 대명항은 그런 고민거리가 없어서 좋다.

무엇보다도 "선주들이 배를 타고 잡아온 수산물을 직접 판매해 가격이 시중가보다 저렴하다"라는 점이 대명항의 큰 매력이다. 또한 "보통의 수산시장은 자연산보다 양식을 주로 판매를 하지만 대명항은 자연산 위주로 판매를 한다"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이다.

그래서일까, 주말이면 가까운 인천은 물론, 서울 그리고 멀리 충청도에서까지 올라온 손님들로 대명항이 북적인다.

대명항에서 지금 이 시기에 주로 많이 판매되는 수산물은 간자미다. 간자미 외에 삼세기(그곳 어 시장에서는 삼식이라고 부른다)라는 생선도 있다. 검은색에다 우락부락한 얼굴에 겉표면이 까칠까칠한 삼세기는 아구 못지않게 못생겼지만 매운탕이나 회로 즐기면 어느 생선 부럽지 않는 맛을 자랑한다.
 

김포 대명항 간재미 등 각종 생선들을 진열해 놓고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 신부범


하지만 이 시기에 대명항에서 판매되는 주력 어종은 봄철 간자미다. 간자미의 정식 학명은 가오리로 주로 회무침이나 찜으로 즐기면 좋은 생선이다.

간자미 회무침은 한입 크기로 먹기 좋게 절단, 막걸리에 세탁하듯 빨아내 꼬들꼬들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 다음 대파, 미나리 등 채소를 넣고 새콤달콤한 양념에 조물조물 손맛까지 더해 버무린다. 양념과 잘 섞인 간자미를 접시에 담아 하얀 깨를 솔솔 뿌려내면 보기만 해도 군침이 흘러나오는 맛있는 간자미 회무침이 된다.

간자미 회무침 외에 간자미 찜도 맛있는 요리다. 간자미 찜은 통으로 혹은 크다 싶으면 반으로 갈라 찜통에 담고 강한 불에 익힌다. 익혀진 간자미 위에 양념을 골고루 바른 다음 한 번 더 쩌 접시에 먹음직스럽게 담아내면 야들야들한 식감이 그만인 간자미 찜이된다.
 

간재미 회무침 ⓒ 신부범


간자미의 이런 매력 때문에 매년 이맘때가 되면 우리 가족은 대명항을 찾곤 한다. 지난 2월 9일 토요일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날 간자미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같이 따라간 두 조카 간 재미있는 논쟁이 있었다. 그 가계에 망둥어 대가리만 잔뜩 모아둔 바구니를 보고 "사람들이 잡아서 저렇게 됐어" "아니야 사람들이 사가서 그래"라며 티격태격한다.

두 조카가 망둥어 대가리를 두고 벌이는 대화를 들으니, 문득 강원도 화천 산천어 축제 논란이 생각났다. 지난 1월 27일에 끝난 화천 산천어 축제는 "무려 200만에 가까운 관광객이 몰려들었다"라고 한다. 이로 인해 얻은 "경제적 이득이 60억이 넘었다"라고 하니 명실 상부한 축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성싶다.  
이 축제에 대한 외신의 반응도 뜨거웠다. 화천 산천어 축제 개막일인 지난 1월 5일에는 AP와 로이터, AFP, EPA 등 25개 외신 매체가 축제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단다. 또 중국의 신화통신사도 축제 사진 10여 장을 홈페이지에 게재하며 "대한민국 수많은 사람들이 화천 산천어 축제를 즐기고 있다"라며 소개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문화체육관광부도 화천 산천어 축제를 2019년 글로벌 육성축제로 선정했으며, 최문순 화천 군수는 "글로벌 축제라는 명성에 걸맞게 최고의 서비스로 관광객들을 맞이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화천 산천어 축제가 국내외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된 가운데 이 행사를 두고 찬반 논쟁 또한 뜨겁다.

축제 반대론자들은 동물윤리적 면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축제를 위해 전국의 17개 양식장에서 수송한 6만여 마리의 산천어를 화천천에 풀어 놓는다. 낚시에 잘 걸리도록 5일 동안 아무런 먹이를 주지 않고 굶기는 것도 모자라, 산천어를 잡아 입에 무는 사람들도 있다. 아무리 식용이라고 하지만 "축제로서 정도가 지나치다"라는 논리다.

찬성론자들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이해하라"라며 반박한다. 산천어 축제로 조용하던 화천 시골마을이 세계적인 관광지가 됐고, 이로 인해 얻어지는 경제적 유발효과가 수억 원에 달할 뿐만 아니라 가족들끼리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자리가 뭐가 문제냐는 것이다.

동물윤리적인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하는 사람들이나 "경제적 효과 면에서 봐달라"며 찬성하는 사람들 간의 견해차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이 시점에서 "어느 쪽의 주장이 더 옳다"라고 딱 못 박는 것도 쉽지 않을 듯하다.

그래서 나는 화천 산천어 축제를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주의 논리에 일단 맡기는 것도 어떨까란 생각을 해본다. 화천 산천어 축제도 "관광객이라는 수요를 무시할 수 없다"라는 점에서 그렇다. 단 축제 반대론자들이 제기한 문제점들을 "점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라는 전제하에 말이다.
#대명항 간재미 #화천 산천어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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