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디자인 시대다

교사가 쓰는 한 주간의 퍼포먼스

검토 완료

조기철(akshdtoa)등록 2019.02.02 17:29
 여름철이 지나치게 더우면 다가오는 겨울 날씨는 매우 추워진다는 것이 민간 속설로 전해 내려왔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예상을 깨고 2018년 겨울 날씨는 포근함을 넘어 마치 가을 날씨인지, 봄 날씨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다. 오히려 삼한사온의 계절의 변화를 잃어버린 치매 환자에 비유하고 싶을 정도다. 추운 겨울 날씨에 다리까지 덮는 롱페딩이 무한정 판매될 것으로 예상하고 마구 생산해 낸 의류업계에 비상이 걸린 듯 가격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이렇듯 단순히 생각만으로, 짐작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문명 이전의 사람들의 사고방식으로는 변화무쌍한 오늘의 세계를 살아가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음을 날씨는 예언해 준다.

 그렇다면 학교 사회는 어떠한가? 자율학습이다, 보충이다, 영교시다 등으로 학생들을 교실에서 지도만 하면 좋은 학교, 우수 교사가 될 줄 알았던 시대가 지금은 어떻게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가? 자율학습은 완전 자율로, 보충학습은 완전 선택으로, 진학지도는 사설 컨설팅으로 변화되어 가는 오늘의 시점에 서서 서산마루 아래로 넘어가는 석양을 낭만으로만 쳐다보면서 우수에 잠겨 있을 때가 아닌 것 같다. 보충을 하지 않으니 좋다고 느낄 수 있다. 자율학습이 자율로 하니 감독을 하지 않아 일찍 귀가하니 좋다고 할 수 있다. 혁신학교로 변해가니 저 학년은 시험이 없어서 교사들은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 이렇게 변화를 모색하는 속에 자신을 디자인하지 않는 교사나 관리자는 서서히 자신의 목을 조이는 시대상황에 매몰될 수 있다. 고등학교도 학점제를 도입한다고 한다. 대학과 다를 바 없는 시간표 작성도 학생이 선택한다. 결국은 교사 평가로 이어지는 지름길로 가는 과정과 다름 없다. 학생이 듣기를 원하지 않으니 폐강시켜야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공립학교 교사니까 해고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하겠지만. 이렇게 되면 교사에게 불이익이 당연히 다가올 수밖에 없지 않을까? 변화를 거듭하는 오늘의 학교 상황을 대수롭게 보아서는 안 된다. 하루에도 수 십 개의 메시지가 책상 앞 모니터에 탑재되어 나타난다. 교육을 받아라. 수업을 이렇게 하라. 안전지도를 하라 등등. 교사 자유에 맡긴다고 하지만 정년이 아직도 꽤 남아 있다고 여겨지는 교사는 위안사위를 염두에 두어야 할 고사성어가 아닌가 싶다.

  좋은 학교, 훌륭한 교사, 우수한 학생들로 응집되어 있다고 소문나는 학교는 어떤 학교일까? 학생이 중심이 되는 학교에 교사의 지도력은 겨울의 차가운 날씨에도 시들지 않고 싱싱하게 땅을 덮고 있는 인동초와 같고, 관리자가 학생과 교사들이 협력하여 학교를 아우를 수 있는 화합의 공간을 마련하는 리더십이 피어나는 곳이다. 이제는 우수한 학생, 학벌 좋은 교사, 평판 좋은 지도자가 우수한 학교를 만드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아무리 우수해도 불협화음만 만들어내고 평판을 믿고 자신만 따르라고만 하면 살아나는 공동체를 만들 자격이 없는 것이다. 핸드폰디자인으로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애플과 삼성의 경우 삼성이 애플을 추월하고 있다는 평가는 없다. 그렇다고 삼성이 애플보다 우수한 디자이너가 부족하기 때문인가. 아니다.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인 레드닷, 아이오디, 이프 등레서 매년 빠짐없이 우리나라 디자인들이 입상을 하고 있고. 유능한 디자이너들이 삼성에 포진해 있지만 이들에겐 애플이 갖고 있는 협업을 통해 의견수렴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애플은 직원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으나 삼성은 이런 철학보다는 지시 중심이라는 것이 문제라고 '가난한 디자이너는 없다' 저자 안진호 교수는 지적하고 있다.

 그러므로 학교라는 공동체를 성공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평범한 학생들이 몰려와도 이들을 붙잡고 설득하여 좋은 학교로 이끌어 가려는 지도자의 애교심과 자기애가 충만되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좋은 학교 만들기 디자인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지난 시대의 디자인 구성요소로는 아름다움, 즐거움, 윤택함, 창의성이 주를 이루었지만, 오늘날에는 지식과 즐거움과 감성과 창의성이 조합을 이루어야 한다고 한다. 학교 디자인도 다를 바 없다. 자유로운 생각을 펼쳐내는 좋은 아이디어를 받아들일 줄 아는 지도자와 항상 일신우일신하려는 공동구성원의 참신한 교육철학이 바탕을 이루고 있어야 우수한 학교는 서서히 만들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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