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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꼼짝 못한 우승 팀 '카타르'의 놀라운 효율성

[2019 AFC 아시안컵 결승] 카타르 3-1 일본

19.02.02 10:45최종업데이트19.02.02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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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 슛 3개를 모두 골로 성공시켰다. 유효 슛 대비 득점률이 100%로 나왔으니 거짓말이라고 믿지 않을 사람들 있겠지만 카타르는 분명히 이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것도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말이다.

이 놀라운 성과가 결코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은 그들과 붙어서 쓴잔을 들고 돌아서야 했던 아시아 축구의 강팀들(한국, 일본, 아랍에미리트)이 더 잘 안다. 현대 축구에서 공격력 대비 효율성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카타르가 입증한 셈이다.

펠릭스 산체스 감독이 이끌고 있는 카타르 축구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1일 오후 11시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있는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9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3-1로 완승을 거두고 대회 역사상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카타르의 놀라운 골 결정력으로 입증된 '효율성' 높은 축구
 

카타르 축구 대표팀은 1일(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안컵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3-1로 승리했다. ⓒ EPA-연합뉴스


대회 통산 최다 우승 기록인 다섯 번째 트로피를 노리고 그라운드에 올라온 일본 선수들은 경기 시작 후 12분 만에 할 말을 잊고 말았다. 설마했던 오버헤드 킥이 일본 골문 구석으로 빨려들어갔기 때문이다. 

카타르의 왼쪽 측면 공격이 전개되면서 간판 공격형 미드필더 아크람 아피프가 넘겨준 패스는 언제나 그렇듯이 골잡이 알모에즈 알리를 겨냥했다. 이 공을 받은 알모에즈 알리는 결승전의 아름다운 배경을 수놓듯 놀라운 오른발 오버헤드 킥으로 정점을 찍어냈다.

왼발로 공을 잡아서 오른발로 두 차례 터치하기까지 모두 공중에 뜬 공이어서 보는 이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고, 바로 뒤에서 수비하던 일본 주장 요시다 마야도 설마하는 생각에 더 바짝 달라붙지 못했다. 알모에즈 알리의 오른쪽 발등에 살짝 빗맞은 공은 일본 골키퍼 곤다 슈이치가 자기 왼쪽으로 날아올랐지만 골문 오른쪽 기둥을 스치며 빨려들어갔다.

스페인 국가대표 출신으로 현재 카타르 클럽 팀 알 사드에서 뛰고 있는 특급 미드필더 사비 에르난데스의 예상이 거짓말처럼 맞아떨어지는 순간이기 때문에 더 큰 전율이 느껴졌다. 조별리그에 비해 토너먼트에 올라와서 더 탄탄한 경기력을 자랑하던 일본이 무너지는 흐름이기에 더 놀라웠다.

카타르의 놀라운 공격 집중력은 추가골로도 입증됐다. 27분에 미드필더 압델아지즈 하템의 왼발이 또 한 번 빛난 것이다. 이번에도 결정적인 어시스트는 특급 미드필더 아크람 아피프였다. 한국을 8강에서 잡아낼 때도 왼발 중거리슛 한 방 실력을 뽐냈던 압델아지즈 하템의 왼발 감아차기는 일본 골키퍼 곤다 슈이치가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왼쪽 톱 코너로 절묘하게 휘어져 빨려들어갔다.
 
카타르의 공격 효율성 지표(토너먼트 4게임)
※ 슛 적중률 = 유효 슈팅 숫자 ÷ 전체 슈팅 숫자

★ 카타르 3-1 일본(결승)
점유율 38.6% / 슛 적중률 33.3%(3/9) / 유효 슛 대비 득점 성공률 100%(3/3)
상대 팀 일본 슛 적중률 8.3%(1/12)

★ 카타르 4-0 아랍에미리트(준결승)
점유율 49.2% / 슛 적중률 71.4%(5/7) / 유효 슛 대비 득점 성공률 80%(4/5)
상대 팀 아랍에미리트 슛 적중률 30%(3/10)

★ 카타르 1-0 한국(8강)
점유율 39.7% / 슛 적중률 36.4%(4/11) / 유효 슛 대비 득점 성공률 25%(1/4)
상대 팀 한국 슛 적중률 20%(2/10)

★ 카타르 1-0 이라크(16강)
점유율 53.3% / 슛 적중률 50%(4/8) / 유효 슛 대비 득점 성공률 25%(1/4)
상대 팀 이라크 슛 적중률 15.4%(2/13)

축구 시간 90분 중에서 3분의 1도 안 되어서 우승 팀 윤곽이 너무도 분명히 드러난 것이다. 과연 카타르의 우승을 예견한 사비 에르난데스의 통찰력 덕분이었을까? 자신이 가까이에서 겪어본 핵심 선수들의 실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카타르의 놀라운 경기력은 조별리그를 제외한 토너먼트 네 게임 주요 공격 지표만 놓고 봐도 분명히 드러난다. 

한 마디로 카타르는 세계 최고 레벨의 팀이 자랑하는 효율성 높은 축구를 구사했다고 말할 수 있다. 공 점유율은 대체로 상대 팀에게 밀렸다. 이라크와의 16강에서만 50%를 겨우 넘겼고 8강부터 결승전에 이르기까지 세 게임 모두 점유율은 30~40% 수준에 그친 것이다.

그에 비해 카타르가 승리를 얻어낸 골들, 유효 슛 비중은 상대 팀에 비해 월등하게 높았다. 토너먼트 4게임 슛 적중률 평균이 47.8%에 이르렀고, 유효 슛 대비 득점 성공률 평균도 무려 57.5%로 나왔다. 결승전 상대 팀 일본의 슛 적중률이 8.3%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카타르의 우승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였다.

진정한 MVP는 '아크람 아피프'

이렇게 전반전에서 이미 승기를 잡은 카타르는 후반전에 무리하게 경기 운영을 펼치지 않고 일본의 공격을 유효 슛 단 1개로 묶어버리는 수비 집중력을 자랑했다. 

비록 일본의 유일한 유효 슛 기록이 69분에 따라붙는 골로 나왔기 때문에 결승전답게 손에 땀을 쥐는 흐름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좁은 틈이었지만 일본 골잡이 오사코 유야가 논스톱 연계 플레이로 만들어준 결정적인 슛 기회에서 미나미노 다쿠미가 섬세한 찍어차기를 성공시킨 것이다. 이것이 카타르가 이번 대회에서 내준 유일한 골이었다.
 
카타르 MF '아크람 아피프'의 공격 포인트
조별리그 ★ 카타르 6-0 북한
- 아크람 아피프 : 4도움

8강 ★ 카타르 1-0 한국
- 아크람 아피프 : 1도움

4강 ★ 카타르 4-0 아랍에미리트
- 아크람 아피프 : 3도움

결승 ★ 카타르 3-1 일본
- 아크람 아피프 : 1득점 2도움

☆ 아크람 아피프 공격 포인트 합계 : 1득점 10도움

하지만 그로부터 10분 뒤에 카타르가 페널티킥을 얻어내 경기 흐름을 더이상 흔들지 못하게 만들었다.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카타르 왼쪽 풀백 압델카림 하산이 일본 골문 바로 앞에서 떠올라 헤더 슛을 시도하는 순간 이를 막던 일본 수비수 요시다 마야의 왼팔에 공이 맞은 것이다.

라브샨 이르마토프(우즈베키스탄) 주심은 요시다 마야가 팔을 일부러 내뻗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즉각 판정을 내리지 않았지만 VAR(비디오 판독 심판) 시스템으로 확인한 결과 페널티킥 결정이 떨어진 것이다.

카타르는 또 한 번의 기회조차도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완벽한 7게임 전승(19득점 1실점)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 이 기회는 그동안 무려 10개의 어시스트 기록을 남긴 아크람 아피프의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마무리됐다. 

이 결승전에서도 멋진 선취골을 기록한 알모에즈 알리가 9득점 기록으로 대회 최다 득점상과 MVP 영광을 함께 누렸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카타르의 진정한 MVP는 아크람 아피프였다. 

카타르가 이번 대회를 치르며 경기당 2.7골을 터뜨린 공격력은 거의 대부분 아크람 아피프의 어시스트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팀 득점의 52.6%를 자신이 직접 어시스트했으니 득점왕이자 MVP 알모에즈 알리의 9득점 이상으로 귀중한 가치를 인정해줘야 할 것이다.

이번 아시안컵 카타르의 성공은 단순히 첫 우승 기록에 머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바로 다음 월드컵(2022년) 개최국이기 때문이다. 스페인 출신의 펠릭스 산체스 감독을 굳게 믿고 오랫동안 연령별 대표팀부터 맡겨 온 성과가 이제 꽃 피기 시작한 셈이다. 

물론 아시아 축구가 세계 무대에서 8강 이상의 성적을 올리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실정이지만 공격과 수비 모든 면에서 탄탄한 조화를 이룬 펠릭스 감독의 효율성 높은 축구가 카타르를 어디까지 밀어올릴 수 있는지 흥미롭게 지켜보면서 갈 길 바쁜 한국 축구도 겸허하게 배울 일이다.

2019 AFC 아시안컵 결승 결과
(2월 1일 오후 11시,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아부다비)

★ 카타르 3-1 일본 [득점 : 알모에즈 알리(12분,도움-아크람 아피프), 압델아지즈 하템(27분,도움-아크람 아피프), 아크람 아피프(82분,PK) / 미나미노 다쿠미(69분,도움-오사코 유야)]

◎ 카타르 선수들
FW : 알모에즈 알리(90+5분↔아메드 알라엘딘)
AMF : 아크람 아피프, 압델아지즈 하템, 하산 알 하이도스(74분↔카림 부디아프)
DMF : 오메르 마디보, 부알렘 쿠키(61분↔알 하즈리)
DF : 압델카림 하산, 타렉 살만, 바삼 알 라위, 페드로 코레이아
GK : 사드 알 쉬브

◎ 일본 선수들
FW : 미나미노 다쿠미(89분↔이누이 다카시), 오사코 유야
MF : 하라구치 겐키(62분↔무토 요시노리), 시오타니 츠카사(84분↔이토 준야), 시바사키 가쿠, 도안 리츠
DF : 나가토모 유토, 요시다 마야, 도미야스 다케히로, 사카이 히로키
GK : 곤다 슈이치

◇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카타르 38.6%, 일본 61.4%
유효 슛 : 카타르 3개, 일본 1개
슛 : 카타르 9개(박스 안 7개), 일본 12개(박스 안 7개)
슛 적중률 : 카타르 33.3%, 일본 8.3%
패스 : 카타르 328개, 일본 493개
롱 패스 : 카타르 65개, 일본 46개
패스 성공률 : 카타르 75.9%, 일본 83%
공격 지역 패스 성공률 : 카타르 66.2%, 일본 71.3%
크로스 : 카타르 3개, 일본 34개
크로스 성공률 : 카타르 33.3%, 일본 23.5%
가로채기 : 카타르 9개, 일본  5개
오프 사이드 : 카타르 1개, 일본 0
코너킥 : 카타르 2개, 일본 13개
태클 : 카타르 21개, 일본 11개
파울 : 카타르 8개, 일본 20개
경고 : 카타르 2장(아크람 아피프, 페드로 코레이아), 일본 3장(시바사키 가쿠, 요시다 마야, 사카이 히로키)

◇ 개인상 수상자
베스트 골키퍼 : 사드 알 쉬브(카타르)
최다 득점상 : 알모에즈 알리 9골(카타르)
최우수선수(MVP) : 알모에즈 알리(카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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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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