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이 정치하면 안 되는 이유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554] 김미희 옛 통합진보당 의원

등록 2019.02.09 10:58수정 2019.02.0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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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시장 빈대떡 먹는 황교안자유한국당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1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빈대떡을 먹으며 상인들을 만나고 있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지난 1월 29일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황 전 총리는 이날 오전 한국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도탄의 국민을 구하고 위기의 나라를 지켜내려면 당 대표가 돼 동지 여러분과 함께 싸울 수밖에 없다고 결심했다"라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그러나 같은날, 서울중앙지검에는 황 전 총리 고소장이 제출됐다. 김미희·김재연·오병윤 등 옛 통합진보당 국회의원들은 이날 황 전 총리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고소했다

황 전 총리는 통합진보당의 강령과 활동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면서 2013년 11월 헌정 사상 첫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했다. 13개월간의 심판 끝에 헌법재판소는 2014년 12월 정당 해산을 결정했다. 당시 황 전 총리는 법무부장관으로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의 정부 측 대리인이었다.

왜 4년이나 지난 지금, 더군다나 황 전 총리가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하는 날 그를 고소했는지 궁금했다. 지난 1월 30일 성남의 한 사무실에서 김미희 옛 통합진보당 의원을 만났다. 다음은 김 전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황교안 출마선언날 고소한 이유
 

김미희 옛 통합진보당 의원 ⓒ 이영광

 
- 1월 29일 황교안 전 총리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잖아요. 4년이 지난 일인데 이제 와서 고소한 이유가 있을까요?
"지난해부터 사법농단 진실이 밝혀지기 시작했습니다. 통합진보당 관련해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과 관련해 대법원 법원행정처에서 '헌법재판소가 권한 없는 판결을 했다'고 판단한 후 의원들 지위 확인청구를 인용하지 않고 2심에서 기각시켰습니다.

그런데 항소심 판사를 배당하는 과정에서 조작이 일어났다는 게 법원행정처 문건을 통해 밝혀졌습니다. 이것은 당시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개입하지 않고는 일어날 수 없는 일입니다. 통합진보당 해산과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지위 박탈 과정에서 황교안 전 법무부장관의 직권 남용 권리행사 방해, 기밀 누설과 같은 범죄가 일어났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걸 수사해 달라고 한 겁니다."

- 왜 지금인가요?
"처음 저희가 억울하게 정당 해산 당할 당시는 박근혜 정권 때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헌법재판소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기각 당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사법농단 증거들과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 등 증거가 있는 데다가 지금은 정권이 교체돼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소신 있는 판결을 하길 기대해 고소한 것입니다. 

또한 문제가 있는 황교안 전 법무부장관이 자유한국당 대표로 나서면서 '통합진보당 해산을 잘한 일'이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기 때문에 지금 고소하게 된 것입니다."

- 황 전 총리가 출마선언 날에 일부러 맞춘 건가요?
"'내가 통합진보당 해산의 주역'이라는 보도를 봤을 때부터 법적대응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되고 난 뒤 그동안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을 주장하면서 해온 농성과 1인시위를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을 1월 28일에 하기로 계획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황 전 총리의 발언에 대해 일침을 가하고자 한 것입니다."

- 그럼 한국당 당 대표 출마선언 날에 일부러 한 건 아니라는 건가요?
"저희가 이미 하려고 결심은 했지만 고소 날짜를 택할 때 참고했습니다. 보통 때라면 신문에 한 줄 나올까 말까예요. 아무도 관심을 안 가져주기 때문에 그날 하면 조금은 관심을 더 갖고 국민이 저희 문제의식에 공감해 주실 거라는 고려를 약간 했습니다."

"황교안 주장은 박근혜 시대로 돌아가자는 뜻"

- 고소장에서 '황교안은 직위를 이용해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사건의 심리와 평의에 관한 정보를 파악하고 헌법재판소 관계자와 정부 측 증인과 내통하여 헌법재판소 심판 진행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라고 했는데, 근거 자료가 있는 건가요?
"고 김영한 전 수석 업무일지를 보면 2014년 10월경 박한철 헌재소장 또는 헌법재판관 누군가가 청와대 측에 재판관 각자의 심증까지 세세히 알려줬고 이것이 법무부(TF)까지 전달됐습니다. 헌재가 증인 채택을 결정한 이후 김영환씨를 만나 증인 신문을 준비한 법무부 관계자가 이 내용을 김영환씨에게 전달했다고 추론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과정에 대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역할에 주목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근거자료는 김영환씨의 인터뷰입니다. 통합진보당 해산은 2014년 12월 19일이었습니다. 바로 다음날 김영환씨가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했고, 22일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인터뷰를 할 때 재판관들의 구체적인 표정까지 법무부 관계자에게 들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법무부장관이 김영환씨 발언 중 '관련자'가 되는 것입니다."

-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이 어떤 역할을 했다고 보세요?
"법무부장관이 청와대와 대통령을 대신해 정당해산 심판과 의원직 박탈 청구 대리인으로서 그것을 관철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 것입니다. 헌법재판관들의 의견을 사전에 알아보려고 해서도 안 되고, 그것을 김영환씨에게 전달해서도 안 되는데, 불법적인 행위까지 서슴지 않았다는 의혹이 있는 것입니다."

- 황 전 총리가 1월 21일 대구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 뒤 기자들과 만나 '대여 투쟁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당 내부 우려에 대해 '통합진보당 해산한 사람이 누굽니까, 그 말씀으로 대신하겠다'고 말했는데, 어떻게 들으셨나요?
"황 전 총리 주장은 박근혜 정부로 돌아가자는 주장입니다. 우리 국민이 한 겨울 내내 전국에서 촛불을 들어 박근혜 시대를 겨우 마감시켰는데, 또 다시 그 시대로 돌아가자는 주장을 하니 너무나 기가 막히고 분노가 일었어요. 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서 어떠한 책임과 반성도 느끼지 않는 황 전 총리에 너무 놀랐습니다.

그리고 통합진보당이 강제로 해산 당해 10만 명의, 가족보다 더 믿고 지내던 당원들과 흩어졌습니다. 자신의 모든 활동과 삶에서 희망을 잃어버리고 암흑과 같은 3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 앞에서 최소한 마음이 아프다거나 안타깝다는 말 한 마디는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황 전 총리는 오직 자유한국당에서 자신을 지지할 사람만을 생각하는 발언, 다수 국민이 끔찍하게 여기는 발언을 하는 것을 보고 '이런 사람은 정치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후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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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망연자실한 이정희2014년 12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법정을 나서고 있는 모습. ⓒ 유성호

 
- 황 전 총리는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해 '고소하는 건 자유지만 책임도 져야 한다, 통합진보당은 헌법에서 정한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정당으로 북한과 연결돼 지령을 받고 활동하고, 주체사상을 확산시키는 일종의 범죄'라고 말했던데.
"통합진보당의 강령과 모든 활동은 우리나라 헌법 정신에 아주 충실한 강령과 활동이었습니다. 그것은 헌법재판소의 심판 과정에서 증명됐고요. 나중에 헌법재판소 결정문 중 김이수 재판관의 소수의견에 자세히 나옵니다. 

헌재 심판 과정에서 그렇게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는 재판관 다수가 해산하라는 결정문을 냈습니다. 그 결정문에는 '통합진보당 안에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RO라는 조직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내란을 음모한 주도세력'이라는 식의 결정 이유가 제시됐습니다.

그런데 정당 해산 결정 두 달 뒤 대법원은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무죄, RO는 없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미 이석기 의원 1심 때 검찰이 구형한 내용을 보면 '이석기 의원과 재판받는 사람들은 북한과 연계가 전혀 없어서 위험하다'는 표현이 나왔습니다. 그러니 북한과 연결됐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겁니다."

- '연계가 없어서 위험하다'는 의미는 뭐죠?
"북한과 연계돼 그들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사람보다 그런 연계도 없는데 자주·민주·통일 주장을 하는 사람이 더 위험하다고 한 거예요."

- 지금 한국에서 북한 지령을 받는다는 게 가능할까요?
"전혀 가능하지 않죠. 우리나라는 모든 게 오픈돼 있잖아요. 휴대전화도, 이메일도, 실시간 도·감청과 위치 추적이 가능합니다. 모든 인터넷, 통신이 그런데 그걸 어떻게 피해서 (지령을 받는 게) 가능하겠습니까?"

- 통합진보당이 해산된 지 4년이란 시간이 흘렀는데 어떻게 보내셨어요?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저를 사랑하고 지지해 주시는 성남시민들, 또 저와 함께했던 옛 당원과 지지자들이 함께 어려움을 나누며 이겨냈습니다. 성남시 중원구에 살면서 근무 약사로 일도 하고 노동자들과 지역주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자리에 항상 참여해 왔습니다."

- 뭐가 가장 힘드셨어요?
"믿고 의지할 당이 없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그리고 통합진보당이 강제로 해산되면서 다른 분들이 통합진보당 당원이었던 저희와 공개적으로 뭔가를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실까봐 저희 스스로 부담을 드리지 않기 위해 공식적으로 연대활동을 하거나, 먼저 뭔가 같이 하자고 제안하는 걸 많이 망설였습니다."

- 후회한 적 없으세요?
"후회한 적 없습니다. 지금 노동단체나 장애인단체, 농민단체, 시민단체, 여성단체들이 주장하는 정책 중에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는 정책도 있잖아요. 저희 통합진보당은 그런 정책을 다 저희 당 정책으로 받아들였고,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진보적인 나라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연구도 하고, 시민·노동단체들과 계속 함께 활동해 왔습니다. 

더디지만 그것이 하나 하나 실현되는 걸 보기 때문에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난해 남북관계가 좋아져 저희가 그렇게 주장했던 평화와 통일, 자주라는 가치를 우리 국민이 함께 염원하고 지금의 정부도 그것을 위해 노력한다는 걸 확인하게 돼 보람을 느낍니다.

지난해 6월 28일부터 대법원, 광화문, 국회 앞으로 장소를 옮기면서 사법농단 양승태 처벌 농성을 해왔습니다. 동시에 옛 통합진보당 국회의원들이 대법원 정문 앞 1인시위를 이어오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되는 것을 보면서 사법부 안에도 희망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황교안 고소'의 목표

- 황 전 총리 고소 목표는 무엇인가요?
"통합진보당을 강제로 해산하려고 저지른 불법행위를 규명하고 처벌해 통합진보당 해산이 잘못됐음을 밝히는 겁니다. '재판·심판'이란 형식만 갖췄지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불법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헌법재판관들이 잘못 결정하게 된 진실을 규명하자는 겁니다. 

또한 당이 해산될 만한 엄청난 문제가 있는 것처럼 잘못 인식돼 헌법·법률에 근거도 없는 국회의원직 박탈 결정까지 내리도록 압박을 했다는 것이 밝혀지길 바랍니다. 통합진보당은 해산시켜야 할 정당이 아니었고 해산 결정은 잘못됐다는 재심까지도 이뤄지길 바랍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현재 저희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이 아직 대법원에 계류 중입니다. 저희 국회의원들은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법무부장관에 의해서 의원직 박탈이라는 청구를 당했는데 정작 1년 2개월 동안 헌법재판소 심판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심판을 받아보지 못했고, 헌법재판소에서 단 한 마디 소명 발언조차 해 보지 못했습니다. 통합진보당 해산에 대한 결정만 있었습니다.

국회의원 지위 박탈에 대한 건은 항목이 독자적인 청구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대한 심리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당 해산 결정을 하며 덤으로 의원직 박탈 결정이 난 겁니다.

헌법에서 정당과 국회의원은 장이 달라요. 정당은 헌법 제1장 8조에 나오고 국회는 제3장에 나옵니다. 독자적 기관입니다. 그러나 갑자기 국회의원이 정당의 부속품으로 취급된 겁니다. 이건 우리 헌법 체계에도 안 맞는 결정입니다. 이것도 잘못된 헌법재판소 결정이라는 증거 중 하나입니다. 이런 게 다 골고루 밝혀져서 우선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 대법원 판결이 제대로 내려지기를 바랍니다. 뒤이어 헌법재판소에서 소신 있는 재심 결정을 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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