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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버전의 카프카 초상, 반갑다

[김유경의 책씻이] <나의 카프카>, (막스 브로트, 솔출판사, 2018)

등록 2019.02.07 21:49수정 2019.02.07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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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카프카>는 저자 막스 브로트가 살려낸 카프카다. 다각도로 살핀 탓에 600쪽이 넘는다. 술술 읽히지는 않아도, 어느 순간부터 내 영혼이 내처 들썩인다. 20년 이상 막역지우인 브로트는 카프카처럼 유대인이고, 카프카를 작가로 활동하게 한 장본인이다. 문학 외에도 다방면에 걸쳐 활약한 브로트는 유무형의 모든 자료들(작품, 편지, 일기, 일화 등)을 동원해 카프카를 생생하고 깊이 있게 독보적으로 재현한다.
 
내가 지녔던 카프카의 이미지는 어둡다. <나의 카프카>는 그걸 사진 보정 작업하듯 화사하게 바꿔준다. 총 5부 구성을 통해 브로트는 카프카가 계속 발전하는 작가였음을 밝힌다. 그건 브로트만의 시선이어서 다른 카프카 해석들과 차별된다. <나의 카프카>에서 브로트는 전기 작가로, 신앙과 학설 전파자로, 작품 해설자로, 제3자의 그릇된 해설 수정가로 나서며 카프카 초상(肖像)의 새로운 버전을 완성한다.
 
<나의 카프카>를 통해 나는 카프카 작품들(장・단편소설, 노벨레, 미완성 단편, 잠언 등)이 미학적 색채를 넘어선 정신세계의 탐험 흔적임을 이해한다. 치명적인 후두결핵을 앓으면서도 도라 디아만트와의 결혼을 간절히 원했던 카프카의 진정성에도 접속한다. 그 결과 카프카의 작품이 "기도형식"의 인식 지평으로 철저하게 검증하며 짜낸 현실적 글쓰기임에 비로소 눈뜬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하나, 카프카의 생애는 아버지와의 불화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둘, 진정한 애정으로 체험된 결혼을 원한다. 셋, "자아의 가장 깊숙한 내면에서의 변화를 통해 자연의 톱니바퀴에서 빠져 나오"려 한다. 넷, 진정한 연대의 "생동하는 유대 공동체"를 삶의 중심에 둔다. 다섯, 작품의 주인공을 통해 되고픈 자기를 창조하려 한다. 여섯, 타자들과의 모든 경계가 사라진 정신세계의 입구로 들어서고자 한다.
 
그러한즉 카프카는 질병과 고통 중에도 친절과 배려와 부드러움을 일상화한 고상해진 삶을 일구어낸다. 아버지로부터 유전 받은 공격 욕구를 극복한, 즉 끊임없이 신앙 속에서 자신을 시험한 덕이다. 그 긍정적 효과는 카프카가 "결혼에서 인간의 신적인 운명을, 달성해야만 할 가장 높은 목표들 중 하나의 목표"를 이루려는 소망을 품게 한다.
 
카프카는 "아버지가 되어 아들과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인간의 품위에 맞는 삶의 이상(理想)으로 삼은 것이다. 아버지와의 불화가 부추겼을 그 목표는 정신적 고양을 도와 신을 향하는 마음으로, 더 나아가 진실하고 인간적인 공동체 추구로 이어진다. 장편소설 '실종자'의 마지막 장에서 카프카는 모든 사람을 위한 공간, 일, 생계가 보장되는 사회의 비전을 그린다. 사회 변화를 바라는 진보성이다.
 
  

<나의 카프카>는 전문 평전작가라면 누구나 쓸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카프카의 정신적 심리적 깊이까지 헤아려야 논증하고 해석할 수 있는 내용투성이 구성이어서 그렇다. 작품 해석에 필요한 카프카의 특성들, 즉 소심해보이기까지 한 반성(후회), 사소한 탐욕, 신중한 우유부단한 성격, 도를 넘는 자기비판, 작품 속에 내장된 사랑의 말 등은 고증으로 넘볼 수 없는 내밀함이다.
 
그렇기에 브로트는 유대 공동체와 결속된 삶을 비켜간 클로소프스키의 카프카 해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카프카에 관한 단견들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하며 바로 잡는다. 카프카의 언행이나 글쓰기에서 찾은 증거들, 즉 세심한 편집, 자연스러운 유대 공동체를 지향하는 시오니즘적 행동, 두 번째 약혼녀 율리에 보리첵을 예시한 유대 독일어 작가들에 반대하는 언어, 보편적이며 동시에 유대적 의미 등을 통해서다.
 
브로트의 카프카 해석은 내게 흥미롭다. 브로트는 카프카의 완결과 미완결 소설의 주인공들이 결국 카프카의 분신임을 설득력 있게 역설한다. 그에 따르면, 미완성 단편소설 '시골에서의 결혼준비'의 라반(Raban)과 '변신'의 그레고르 잠자, 그리고 '선고'의 게오르크 벤데만 등이 장편소설 '소송'의 요제프 K와 '성'의 K로 진화한다. K는 카프카의 자서전적 머리글자다.
 
브로트의 카프카 해석을 통해 덤으로 얻은 이미지가 있다. 유대인에 관한 것이다. 브로트는 카프카의 마지막 단편 '여가수 요제피네 혹은 쥐의 족속'이 당시 유대인의 초상을 "아주 위대한 유머의 시선으로 보고 묘사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한다.
 
"쫓기고 보호받지 못하는 쥐떼"는 디아스포라에 처한 유대인의 불쌍한 초상이다. 반면에 "그 인물은 자신만이 소명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경멸하는 우월감을 지닌 채, 다른 사람들이 충고하고, 행동하고, 말하는 모든 것을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매도하거나 아니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의 완고한 초상은, 오늘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지구에 가하는 몹쓸 짓을 떠올리게 한다.
 
내 생각에 인간은 누구나 섬이다. 그러나 섬으로 드러나기는 쉽지 않다. 여기서 섬은 인간에게 잠재한 신성을 가리킨다. "가엾은 가정환경과 직장환경 그리고 장기간의 치명적인 질병"을 껴안은 채 "열정을 갖고, 정말 영웅적 정신을 갖고" 내면적 신성에 평생 귀 기울인 카프카가 진정한 섬으로 다가온다. 그걸 느끼게 한 <나의 카프카>가 참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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